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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항에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19년 5월
평점 :

한 장의 사진으로 여행지의 분위기를 느낌을, 순간을 잠시라도 경험해 볼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작가 최갑수.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면, 난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 꽤 오래전 종종 여행작가들의 블로그와 책을 읽고 보면서, 일상과 여행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기분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아마 여행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여행지를 정하고 항공권을 예약하고, 여행 일정을 세우며 짬짬이 난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를 상상하고 설레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여행 출발일이 다가와 공항 가는 버스에서 그 설렘은 점점 고조되고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까지 설렘과 즐거운 긴장감에, 이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나를 이동하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여행을 하며 외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글쎄... 즐기기에도 짧은 시간이라 글을 읽으며 작가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만큼의 외로움에 깊이 빠져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마음에 와닿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만 좋은 글이 아닌, 누군가 보고 읽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건 어렵고도 어렵게만 느껴지기에 책 한 권 한 권을 읽을때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걸까?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누구나 책장만 펼치면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읽어서 느끼는 바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책읽기의 묘미, 여행에세이 경우는 그 느낌이 더욱더 다양해서 다른 이들의 리뷰를 읽어보는 것도 또 다른 책읽기가 되기도 한다. 마음에 담긴 외로움을 표현할 길이 없어 책을 읽으며 마음과 같은 문장을 찾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다들 외롭잖아, 아 그런 척할 뿐이지."
3년 만에 만나는 그의 신간 <밤의 공항에서>는 여행을 통해 바라보는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직업이 될 줄은 몰랐겠지. 20년 전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여행작가로 살아가게 될 줄은...많은 날들을 낯선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선량한 이들이 건네는 손을 잡으며 보다 나은 자신이 되어갔다고 이야기한다. 더 낙관적이며,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행복하세요" 작가님께 부탁드려 받았던 사인이라 더 애정이가는 이 책은 꽤 오랜시간 여행이 가고 싶어질 때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보게 될 것 같다.
#밤의공항에서 #최갑수 #보다북스
🗺15p.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음악을 듣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외로워서잖아. 외로워서 페이스북을 하고, 외로워서 요리를 하고, 외로워서 건물을 짓고, 외로워서 당신을 만나는 거지, 외로워서... 그런데 우린 왜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거지? 어제보다 오늘, 우리는 더 외로워진 거지?
🏰68p.
또 한 번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비행기 좌석 모니터에는 길이 2센티미터의 비행기가 부지런히 날아가고 있습니다. 몇 시간 후에는 내가 출발했던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떠나가는 비행기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행은 짧은데 삶은 왜 이리 혹독하고 긴 것일까요.
🗼88p.
낭비된 시간도 없고, 낭비된 마음도 없다. 모든 인연은 몸속 깊이 새겨진 채 우리의 남은 날들을 작동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살고 있고 당신은 거기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그게 이별이다.
🏯177p.
후회할 각오가 되어 있고 견딜 자신이 있다면 저질러 보는 게 낫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엔 분명히 있으니까. 세상은 우리가 다가가지 않으면 진면목을 보여 주지 않는다. 여행이 가르쳐 주는 건 언제나 한 가지다. 저질러라. 그 다음에 생각하라. 그레고리우스의 말대로 시간은 흘러가 버릴 것이고 삶에서 남는 건 별로 없을 테니까.
🎡256p.
많은 과거를 뒤로하고 바간으로 왔다. 과거든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우리의 현재는 서로에게 무의미하다. 우리는 각자의 여기에서 각자의 지금을 살고 있을 뿐이니까.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 주관적이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가 될 수 없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