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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타락
요안나 지음 / 로코코 / 2019년 3월
평점 :

삶을 뒤로하려고 떠났던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남자. 어쩌면 이 사람이라면 붙들고 이 생을 다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잠시 가져보기도 했지만 그와의 짧은 행복을 뒤로하고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선진. 그런 그녀를 한참이나 찾아 헤맨 기주는 그녀에 대해 그 무엇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요.'
정체를 숨기기 위해 빌린 이름 말고 본명을 알려 달라는 말에 그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동그란 눈을 빛내고는 그렇게 말했었다. 이제껏 살면서 이름이 궁금해서 물었던 여자는 그 여자가 유일무이했다.
'앞으로 나는 그쪽이 불러준 이 이름 평생간직하고 살 거예요.' /p19
9년의 시간이 흘러 선진의 지인인 우석의 결혼식장 호텔에서 우연히 다시 보게 된 페어뱅크스의 그 남자. 한 눈에 알아봤지만 자신을 무어라 이야기 해야할지 몰라 그냥 돌아서지만,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낀 기주도 그녀를 기억해 낸다. 운명이었던 걸까? 한국에선 활동하지 않았던 KJ의 실질적인 실제 신기주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에 기업들은 그와 접촉을 시도하고 선진의 회사인 부명도 그 기업중 한 곳. 그녀의 정체를 알아낸 기주는 9년전 그녀가 왜 갑자가 사라졌는지, 지금와서 다시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는 건지 자신에게 계속 되묻는다. 비즈니스로 만나기 전 선진을 곡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던 기주는 운명같은 마주침을 만들어내고, 기주와 하룻밤을 보낸 선진은 9년전 그날처럼 이번엔 기주가 연락도 없이 사라지고 몇 주후 그들은 비즈니스로 마주하게 된다.
"미안해. 내가 윤선진을 모르나, 단지 신기주 씨한테 모든 걸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모든 걸 걸었다고 해도, 나는 나야. 내가 나를 잃으면, 그 사람도 없는 거야." /p436
사랑했지만 자신을 밀어내다 종국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선진의 어머니, 방탕한 생활을 하다 사고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 그렇게 남겨져 작은 아버지의 필요에 의해 정략결혼을 해야한다는걸 알게 되고 먼 이국에서 생을 마감하고 떠났던 페어뱅크스에서 만난 남자와의 운명같은 사랑! 죽은 기주의 누나와 선진의 집안과 얽힌 악연이 드러나며 휘청하는 이들에게도 위기가 닥치지만 이런게 또 로맨스의 묘미! 능력남으로 철갑을 두르고 선진을 위해 날개를 달아주는 기주의 모습도, 그녀가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해 외조를 하고 살림을 하는 모습은 또 여자들의 로망이 아니던가? 강인하면서도 자신의 여자에겐 한없이 부드러운 기주의 캐릭터 칭찬해요.
"기주 씨랑 타락했던 시간이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으니까. 이 정도면 꽤 바람직하고 착한 타락인 것 같아서, 그냥 타락해 버리자 싶었지."
"발이나 못하면. 그냥 잊어버린 거잖아. 그런 거 신경도 안 쓴 거고. 아냐?"
"바람직하고 착한 타락이라니, 기가 막혀서."/p487
이번 생일도 선진이 상을 차리는 것은 실패했다. 생일상 차리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며 그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선진은 그의 생일상이라도 직접 차려주고 싶었다. 선진은 그와 살면서 단 한 번도 제 손으로 상차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바깥일로도 힘든 사람이 왜 굳이 부엌엘 들어와요?'
'당신도 일 안하는 거 아니잖아요. 도우미 아주머니 계시니까, 당신도 집안일 손대지 말든지.'
'선진 씨, 나보다 힘세요? 나보다 체력 좋아요? 나는 집안일 더 한다고 해서 안 피곤해요. 몸 축나지도 않고. 근데 선진 씨는 안 그렇잖아. 그리고 내 아내랑, 내 딸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이야. 내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못하게 하는 거 부당한데?' /p524~525
"나는 우석 오빠가 사랑 때문에 결혼할 줄은 몰랐어. 그 누구도 아닌, 천하의 연우석이."/p7
이제 연우석과 지수의 이야기를 읽으러 가볼까나!!! <웨딩드레스를 벗기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