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정의롭게 사는 법
정민지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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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의 목표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보다

이런 사람은 되지 말자는 것"

넘어지기 쉬운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남는 기술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적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삶'의 정의란 누가 내리는 걸까?  타인이 아닌 당사자가 만족한다면 만족하는 삶이 아닐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스물다섯 살부터 11년 동안 기자로 글 밥을 먹으며 살아왔던 저자 정민지는 어느 날 부서 회식자리에서 손가락이 부러진지도 모른 채 만취한 자신의 모습에 직장 생활을 돌아보다 몇 달 이 흐른 2018년 회사를 퇴사한다.   겉은 말랑하지만 속은 단단하게 자신의 심지를 갖고 있는 그녀가 좋아하는 망고처럼 중심이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오늘도 참고 말았습니다 / 오늘도 부끄러워지고 말았습니다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갑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어른이 되고, 일하고 행동하는데 있어 노하우도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 든 어른이 되어버렸고 망설임과 생각은 더 많아졌다.   '어!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글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  기자라는 직업은 그녀의 펜 끝에 권력을 쥐여주었고, 연차가 쌓여가며 일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울컥'하는 순간들도 많아졌다.   글을 직업으로 살아온 11년, 직장에서, 학교에서, 때론 가정에서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나 또한 이러지 않았던가?' 하며 공감하게 되는 문장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힘들지 않은 시절이 언제는 있었던가?  '적당히' 이처럼 어렵고 어중간한 단어가 또 있을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며 적당히 살아가기란... 어쩌면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워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별일 아닌일에도 '욱'하는 날들이 잦아지고 있어서 더 몰입했던 글이기도 했다.    저자 정민지가 삶의 태클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지치고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가, 응원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된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던 글이라 벌써 그녀의 다음 글도 기다리게 되는 책이었다.


"삶에 태클이 들어온 순간 나는 비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도울컥하고말았습니다 #정민지 #북라이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을 하면 할수록, 기사를 쓰면 쓸수록 망설이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쯤 되면 대단한 결단력이 생기고 나만의 철학과 가치관도 확고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나는 10년 전 면접장 햇병아리 때보다도 훨씬 더 망설이고 있다.  특히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더 자주 걸음을 멈췄다.    /p021



  어른이 된 후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유 없는 당위성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을까.  어쩌면 사회에 나오자마자 비겁해지는 법부터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그게 잘못이라고 말해주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문득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일도, 상처를 주는 일도 지겨워졌다.  '어른답다'는 것은 크지도, 멋지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p035



  가만 보면 인생은 답안지에 '생략'이라고 쓰인 문제집 한 권이다.  정답지는 있는데 그 정답이 무언지 찾아보면 생략이라는 허무하게 텅 빈 두 글자만 덜렁 쓰여 있는 아주 값비싼 문제집이다.  정답이 생략된 것을 잠깐 욕하고 나서는 고단하고 귀찮지만 결국 우리가 나서서 '나만의 정답'을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질문할 때는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질문부터 던지려고 애써야 한다.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구체적인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에 휩싸인 모호한 질문만 하다 보면 영영 답을 찾지 못하고 허우적대게 된다.  /p056



  내 고통을 남이 그대로 알아주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통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어서 남이 알 수 없을뿐더러 사실은 구태여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고통에 둔감한 남에게 서운해할 이유도 없다.  내 고통을 남이 고스란히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한번 학습했으니 남편은 앞으로 조금 덜 실망할 것이다.  고통 앞에서 나 이외에는 완벽한 타인이 된다. /p104~105



  인생에 번쩍하고 숨은 재능이 떡하니 드러나는 행운 같은 건 없었다.  늘 바지런히 익혀야 했다.  그래야 남들이 뛸 때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지루함을 버티고 쪽팔림을 참아내는 인내심이 어느 정도 있어야만 겨우 성과를 거머쥘 수 있었다.   /p164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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