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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지폐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빠의 수집품 중, 해외동전이나 우표집들이 꽤 많아 가끔 꺼내놓고 나라 맞추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아빠의 옛날 동전, 우표 등은 국민학교 시절 취미로 수집하는 친구들에게 약간의 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아빠의 취미였던 꽤 많았던 우표와, 해외동전, 지폐들이 그렇게 사라져갔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없어진 수집품의 행방을 딱히 묻지 않으셨던 걸 보니 아마도 아빠의 젊은 시절 수집품이었고 우리를 키우시면서 그 취미와도 자연스레 멀어져 잊으셨던 것 같다. 어쩌면 아빠가 수집하셨던 그 지폐들에도 추억이 있었을까?
어린 시절, 과자가 든 양철 상자에 자신만의 비밀 컬렉션을 시작했던 셰저칭의 수집품은 대체로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였던 외국의 오래된 지폐는 30여 년 가까이 그 지폐와 함께 했으며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 지폐가 1961년 동유럽 국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행한 100코루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세월이 더 지나 프라하에 도착했을 땐 지폐 한 장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그렇게 나는 지난 25년간 97개국을 돌아다니며 지폐를 수집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지폐는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찬란하고 순수한 디자인의 배후에는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 사건과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또한 내가 손에 넣은 지폐에는 나와 그 지폐에만 속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폐를 수집하며 나는 각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으며, 그것은 내 평생을 지탱해줄 힘이자 든든한 추억이 되었다. 당신은 내게 "왜 지폐를 수집하나요?"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오래된 코루나 지폐를 들고 당신과 함께 코루나 지폐에 얽힌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가 수집하는 것은 지폐가 아니라 꿈입니다." 모든 지폐는 자신만의 언어로 비전과 이상을 이야기한다. 지폐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고상한 취미를 위해서든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든 상관없다. 단순히 지폐를 감상하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예술적 탐색이다. / 서문
지폐의 디자인에 대해선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낯선 타국에 가게 되면 보게 되는 새로운 지폐의 디자인이 아름답다거나 독특하다고 생각해보긴 했다. 시대별 지폐의 디자인으로 보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이야기는 우리가 거래의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와 지폐의 화려한 향연에 페이지가 신나게 넘어가는 글이었다. 대중 인문학자 셰저칭이 25년간 여행하며 기록한 각국 화폐에 얽힌 스토리와 아름다운 디자인에 숨겨진 진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지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단순하게 '돈'이라고 생각했던 지폐, 세계 여러 나라의 지폐를, 그리고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읽어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자의 뛰어난 필체로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도 가득 한 지폐의 세계사, 조금 아쉬운 점은 북한, 일본도 있는 지폐의 역사에 우리나라가 없어 살짝 아쉬웠다. 우리나라 지폐도 정말 예쁜데 말이지! 하지만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세계사, 나라별 역사나 지폐의 탄생 배경이 길지 않아서 아이들과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모든 지폐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온도, 색채와 생각이 담겨 있다. 지폐에 담긴 이야기는 오랜 세월 끊임없이 이어지며 지폐 특유의 온도를 자아낸다. 고난의 세월을 거치며 감정적인 색채가 더해진 지폐에는 마치 평온한 희열이 담겨 있는 듯하다. 몽롱하고 모호한 배경, 신비한 기운마저 떠도는 이색적인 색채,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 궁핍과 황폐가 뒤섞인 분위기가 마치 옅은 안개처럼 부드럽고 섬세하게 그림 속 인물을 둘러싸고 있다. /p21 스페인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일을 상대방이 '완전히' 믿도록 설득하려면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깊은 신뢰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폐 제도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신뢰'라는 심리적 기초 위에 세워진다. 지폐와 결혼 증서는 모두 얇은 종이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는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그것들의 가치는 한 치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확고한 신뢰를 통해 생긴다. 즉 그것이 우리에게 재물이나 행복을 지불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신뢰가 사라지면 화폐 제도와 사랑은 모두 붕괴될 운명에 처한다. /p150 독일
지폐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예술이자 시대의 기억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