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음, 로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평점 :

“바람 부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
잘 있느냐고 잘 있었다고
잘 있으라고 잘 있을 것이라고”
2019년 겨을의 끝자락, 한 권의 시집으로 봄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오랜기간 초등학교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풀꽃>이란 시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고 많은 사랑을 받으며 풀꽃 시인이라는 다정한 애칭으로 불리우는 나태주 시인의 <마음이 살짝 기운다>의 시와 로아의 고운 꽃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 봄을 담뿍 선물받은 기분이 드는 한권의 책이다.
최근 애정하는 드라마 #로맨스는별책부록 에서 극중 차은호가 낭독하면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이 책은 눈으로 읽기보다 한 문장, 시 한편을 조용히 낭독하며 읽을수록 더 짙게 다가온다.
명산사 추억
헛소리 하지 말아라
누가 뭐래도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먼지 날리는 이 모래도 한때는 바위였고
새하얀 조그만 뼈 조각 하나도 한때는
용사의 어깨였으며 미인의 얼굴이었다
두 번 말하지 말아라
아무리 우겨도 인생은 고해 그것이다
즐거울 생각 아예 하지 말고
좋은 일 너무 많이 꿈꾸지 말아라
해 으스름 녁 모래 능선을 타고 넘어가는
어미 낙타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들어보아라
하지만 어디선가 또 다시 바람이 인다
높은 가지 나무에 모래바람 소리가 간다
가슴이 따라서 두근거려진다
그렇다면 누군가 두고 온 한 사람이 보고 싶은 거다
또다시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고 싶어
마음이 안달해서 그러는 것이다
꿈꾸라 그리워하라 깊이, 오래 사랑하라
우리가 잠들고 쉬고 잠시 즐거운 것도
다시금 고통을 당하기 위해서이고
고통의 바다 세상 속으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또다시 새롭게 꿈꾸고 그리워하고
깊이 오래 사랑하기 위함이다.
시를 써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시인들의 책 한권을 자신이 구입했다고 자신의 글이 되는건 아닐 것이다.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책 한 권을 통채로 sns 올린다고 한다. 시는 팔리지 않아서 출판하지 않는 출판사. 서점에서 손님들이 마구 다뤄 반품되는 책들은 온전히 출판사의 재고가 된다고 한다. 글을 읽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시집을 매달 한 두권이라도 구입해서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기도 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출판사의 배경이 이 책이 출간된 출판사인 것도, 사람들의 이야기, 삶과 인생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다발의 꽃 같은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봄을 맞아 좋은 사람에게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나에게, 또는 생각나는 그 누군가에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