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연인을 공유하기로 약속한 자매

"변명의 여지 없이 아주 나빴다.  그 시절의 우리는."



서로 닮은듯하지만 달랐던 사와코와 미카엘라 자매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일본,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일본인 마을에서 나고 자라 자신들이 땅에 별사탕을 심으면 반대 편인 일본의 하늘에 별이 되어 떠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서로의 연인을 공유하기로 약속하고, 그 약속은 7년간 유지되었지만 일본 유학중 사와코가 다쓰야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와 결혼해 일본에 정착하며 그들의 모험은 끝이 난듯했다. 



  안정적으로 보였던 사와코의 삶, 미카엘라에게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꼬박꼬박 소식을 전하는데 미카엘라는 그런 사와코가 불안해 보인다며 걱정을 한다.  다쓰야는 4개나 되는 매장의 운영으로 쉬는 날 없이 바쁜 삶을 살아가고 사와코도 그런 삶에 큰 불만이 없어 보였는데....  어느날, 사와코는 다쓰야에게 이혼해달라는 통보와 이혼서류 한 장을 남기고 연하의 연인 다부치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도피한다.  다쓰야는 사와코의 이런 행보가 전혀 이해되지 않고 그녀를 찾으러 아르헨티나로 떠나지만...



  미카엘라는 아젤렌을 키우며 미혼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딸 아젤렌을 자랑스러워 하면서.... 어느날 사와코의 이혼 선언은 그녀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사와코가 결혼하기 전 아마도 마지막이었을 자매들의 모험이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이제서야 문제가 되는 것일까?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언니를 찾으러 온 형부 다쓰야를 마주한 미카엘라는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음을 느끼지만 다쓰야에게 자신은 언니의 동생일 뿐임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미카엘라의 딸 아젤렌은 엄마의 직장 상사와 불륜 관계.  19살의 나이에 예순에 가까운 남자를 너무나 절절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아젤렌은 파쿤도와의 만남이 온세상이 반대해도 자신들의 사랑이 옳다는 걸 알아버렸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니잖아!!)



  자매가 좋아했던 다쓰야.   사와코는 다쓰야와 함께 했던 10년의 결혼을 연하의 연인 다부치의 등장으로 며칠만에 도쿄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아르헨티나로 떠나버린다. (이게 가능해??)  아르헨티나에서 다부치와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준비하면서도 어딘가 둥둥 떠 보이는 사와코가 사실은 다시 다쓰야에게 돌아가길 원했다.  아르헨티나로 날아온 다쓰야와 미카엘라는 또 왜 그런 건데?  마음을 접지 못했던 미카엘라의 마지막 뭐 그런거?  제일 심란했던 건 아젤렌의 불륜.   파쿤도는 가정도 자신의 어리디 어린 연인도 놓치기 싫었던게 아닐까? 어찌나 얄밉던지...  



  다쓰야가 사와코에게 남기고 간 도쿄행 오픈티켓을 사와코는 미카엘라에게 맡긴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이해받기 원하는 아젤렌, 아르헨티나에 다녀와 일상으로 돌아온 다쓰야는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어버린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복잡하고 미묘한것 같은데, 꽤 잘 읽히는에쿠니 여사님만의 매력.  도쿄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이어지는 네 남녀의 이야기는 어느쪽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하..... 이 남녀들의 사랑은 왜 이리도 복잡하고 어려울까?  


 

#별사탕내리는밤 #에쿠니가오리

#신유희 #소담출판사



  도대체 카리나는 언제까지 닷 짱 같은 사람에게 매여 살는지.  절대 남자 생각대로 끌려 살지 않을 거야.  그거야 말로 그 시절, 마차 안에서 꽃밭에서, 수도 없이 맹세했는데.  그건 결코 어린아이의 실없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떤 남자도 으레 자매 사이에는 끼어들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 라고 미카엘라는 생각한다 - 우리는 사춘기가 지나고도 모든 남자 친구를 공유해 왔던 것 아닐까.  그리고 서로 평가했다. ...(중략)... 변명의 여지 없이 아주 나빴다.  그 시절의 우리는. /p60~61



  사흘 전에 다부치와 재회한 이래 사와코는 수도 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때마다 놀라고 만다.  이곳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살아왔는데 사람의 감정 이외에 내게 남은 거라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사람의 감정을 제외하면 사물은 어쩐지 무서울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된다. /p157~158



“별사탕을 묻으면 그게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고 상상했어. 여기서 보는 별은 이를테면 일본에 사는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가 일본 땅에 묻은 별사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p236



  그것은 모험이었다.  자매는 언제나 둘이서, 물론 동시에 그랬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함께 남자를 탐험했다.  둘이 함께라면 겁나지 않았다.  모험은 7년 동안 계속되었다.  사와코가 열세 살, 미카엘라가 열한 살 때부터다.  그리고 그것은 다쓰야의 등장과 함게 끝이 났다.  /p316

​  사와코는 지금껏 젊은 사람이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젊다는 건 어리다는 것이고, 젊음을 잃을까 겁내는 것을 꼴사납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만큼 위태로운, 자신이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하는 벌거벗은 소녀처럼 무방비한 조카를 보고 있자니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한 남자가 자신의 전부라고 믿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젤렌은 심지어 완벽한 애정이나 완벽한 관계 같은 것도 존재한다고 믿을 것이다.  그런 젊음을 부러워한다는 건 가슴 저밀 만한 일이었다.  슬픔으로 그리고 아마도 위로와 동정으로./p42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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