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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이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가능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 교도소만큼 안전한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탄탄한 구성으로 뒷받침하면서 글의 전개는 점점 속도를 더 해간다. 펠리칸 베이 교도소의 무기수 크레이그 홀딩턴은 아리안 스틸의 감옥 내 범죄조직의 두목이다. 교도소 측에서 다른 죄수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격리했지만.... 그는 안에서도 다른 이들을 부릴 수 있는 신적인 존재! 그에겐 입이 되어줄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 그가 서명한 사형 집행 영장이 그의 감방 밖으로 나갔다.
"이곳이나 거리에 있는 모든 믿음직스런 병사들에게"
이 영장은 아리안 스틸 조직의 모토인 "스틸 포에버, 포에버 스틸"로 서명이 돼 있었다. 그 중간에 그들이 해야 할 피의 복수 내용이 나와 있었다. 영장에 적힌 사람은 셋이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아이 하나. 구체적인 복수 방법도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라는 구약 성서의 법칙을 따른 것이었다. /p12
죽은 형의 명성 덕분에 5년의 교도소 생활을 편하게 해왔던 네이트는 출소를 앞두고 자신의 앞으로 살인 집행 영장이 퍼졌다는 걸 알게 된다. 출소와 동시에 '걸어 다니는 좀비'가 된 네이트는 딸 폴리와 언제 끝날지 모를 도주를 시작한다. 어색하기만 한 부녀. 폴리는 아빠로부터 도망쳐야 하는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갈등하지만 자신의 얼굴에 익숙한 공포를 아빠의 얼굴에서 발견하게 된다. 아리안 스틸의 조직에 피해를 입혀가며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 네이트, 딸을 위해 어떻게든 집행장을 철회해야 한다.
아이 대신 나를 /p251
"아저씨 문신들이 마음에 들어요." 느닷없는 폴리의 말에 네이트는 화들짝 놀랄 뻔 했다.
복서가 뭐라고? 하는 표정으로 폴리를 봤다. 폴리는 그의 왕좌로 걸어왔다. 네이트는 너무 몰라서 그녀를 멈출 새도 없었다. 폴리는 복서의 가슴, 심장 위를 가리켰다.
"'그라샤스 마드레'이 말은 고마워요, 엄마,라는 말이죠?"
그렇단다, 꼬마 아가씨."
...(중략)...
"미치광이 크레이그가 우리 엄마를 죽였어요." 폴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마저 울음에 젖어 촉촉했다.
"엄마는 누구에게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죽었어요. 우리 엄마 가요.
...(중략)... 폴리는 네이트에게 돌아섰다. 그녀가 그에게만 보여준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하, 속였지롱, 그 얼굴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폴리가 그렇게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p258~259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가던 폴리가 세상과의 첫 대면을 하게 된 게 위험한 삶을 살던 아빠와의 도망이었지만 그녀는 강해지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에게 점점 믿음이 생기는 폴리. 그들이 사냥하지 않으면 사냥당하게 되는 세상에 던져진 이들... 네이트는 폴리를 지켜내고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엔딩이 후속을 예고하듯 끝이 난다. 강렬하게 느껴졌던 책표지 안에 있는 광활한 사막을 달리는 차, 그리고 표적이 된 그 차에 타고 있을 것만 같은 네이트와 폴리. [죽음을 문신한 소녀] 폴리를 표현하는 첫 문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녀는 패자 특유의 축 처진 어깨에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눈만은 명사수의 눈이었다. /p17
스릴러이지만 글은 청소년이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위, (사실 잔인한 게임에 비하면 폭력에 대한 수위 조절이 적절했던 글이다.) 평이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던 글은 어딘가에서 힘이 빠질 거라고, 어딘가에 허점이 있을 거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그 틈을 찾아내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최근 읽어 왔던 추리, 스릴러소설과는 달랐다. (그리고, 작가님 한국을 좀 아시나 봐요?)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죽음을 문신한 소녀] 어른으로 성장한 폴리의 이야기도 기다려본다. 조던 하퍼의 다음 글도 벌써 기다리게 된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한국 식당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 테이블 한가운데 그릴이 있었고, 그 위에서 고기 조각들이 지글지글 익어갔다. 그들은 불에 구운 고기를 상추쌈을 싸서 먹었다. 김치는 입맛에 맞지 않았다. 폴리는 젓가락으로 김치를 쿡쿡 찔러보고, 냄새를 맡아본 후에 김치는 사양한다고 했다. 고기는 상추쌈을 싸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웃는 아이의 턱에 기름기가 묻어 반짝거렸다....(중략)... 네이트가 인생을 정지시킬 수 있다면 바로 이 순간 그렇게 했을 것이다. /p27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