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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베어타운... 그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2018년 4월 베어타운의 여운이 꽤 깊게 남았었다. 1도 모르는 아이스하키와 아이스하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대한 사건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고는 조금은 아쉬운, 뒷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하는 궁금증을 던져놓고 끝맺음을 했었다.
아이스하키로 하나 되었던 베어타운, 헤드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주전 선수인 케빈이 저지른 성폭행 사건이 밝혀지면서 경기는 지게 되고 베어타운의 선수들이 대거 헤드로 옮겨가면서 하키단의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된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사람들 말로는 만 시간을 투자해야 진정한 실력자가 될 수 있다고 하던데 아맛은 몇 시간을 더 바쳐야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에게는 이제 심지어 소속팀도 없다. 봄에 케빈이 마야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진실을 공개하느라 모든 것을 포기한 이후에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마야의 아버지마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p165
정치는 끊임없는 협상과 타협으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기본 전제는 단순하다.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받길 원한다는 것. 이 때문에 관료 조직은 대부분 거기에 맞춰서 움직인다. 네가 하나를 주면 나도 하나를 줄게. 그것이 문명사회의 건설 방식이다. /p191
병원 대 하키, 헤드 대 우리, 시골 대 대도시. 스포츠와 정치를 연결 짓지 마라. 아이스링크 위에선 스포츠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베어타운이 아이스하키로 일어서기 위해 단장인 페테르는 정치적인 협상을 해야 하는데... 사건의 피해자인 마야는 생존자임에도 그녀로 인해 케빈은 베어타운을 떠나야 했으며, 베어타운은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를 잃었다. 길 잃은 분노는 생존자에게 향했고 그들의 분노의 출구를 찾아 헤매는듯했다. 벤이의 방황이, 고뇌가 글의 전반에 깔린듯했던 우리와 당신들
사람들을 챙긴다는 건 힘든 일이다. 사실 감정이입이란 게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피곤할 수밖에 없다. 감정이입을 하려면 모든 사람의 삶도 끊임없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모든 걸 감당하기가 너무 버거워지더라도 정지 버튼을 누를 방법이 없지만 생각해보면 남들도 마찬가지다. /p245
베어타운 하키단을 위해 초빙한 신임 코치 사켈은 무뚝뚝하고 '감정'이 보이지 않는 캐릭터지만 코치로선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정치가 깊이 개인되는 듯 리샤르트 테오라는 지역구 의원의 등장으로 이쪽 저쪽을 오가며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로 새로이 등장한다. 주전 선수를 잃은 베어타운은 회생할 수 있을까? 벤이, 아맛, 보보 그리고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하지만 타고난 골키퍼인 비다르와 그 일당. 베어타운에서 흐릿했던 인물들이 더욱 또렷해지는 우리와 당신들의 이야기는 스포츠보단 인물 중심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케빈이 떠나고 헤드로 옮겨갔지만 여전히 케빈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빌리암과 누나의 사건으로 인해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던 레오의 충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한다.
팀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단체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일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단순하다. 또 하나의 가족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애초에 가족이 없었던 사람에게는 팀이 가족일 수 있다.... (중략)... 사랑과 증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용서. 스포츠는 그 모든 걸 하룻저녁에 맛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오직 스포츠만 그럴 수 있다./p472~473
단장의 딸, 성폭행의 피해자이며 생존자였지만 경기 당일날 주전 선수가 잡혀가는 바람에 마을의 경기를 망치게 돼서... 유능한 선수였고 숨기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내 편이어서 배신감이 컸다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내뱉는 언어가, 폭력이 정당화 되진 않는다. 마을의 분위기,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체행동은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베어타운을 읽었던, 베어타운이라는 마을의 분위기를, 아이스하키에 열광하는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렇다면...
벤이는 한참 동안 아이스링크 앞에 서 있는다. 발은 눈 속에 깊이 묻고 나무 그늘 안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는 평생 동안 수많은 이유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아이스하키를 했다. 우리의 전부를 요구하는 것들도 있는데, 이 스포츠는 클래식 악기와 같아서 그냥 취미로 할 수 있을 만큼 만만치가 않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계적인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가 된 사람은 없듯이 마찬가지 원칙이 하키 선수들에게도 적용된다. 평생 동안 집착해야 한다. 나의 정체성을 모조리 삼켜버릴 수도 있다. 결국 열여덟 살짜리는 아이스링크 앞에 서서 고민에 잠긴다. '이게 아니면 나는 뭐가 될 수 있을까?' /p598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대 당신들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들의 패기가 마을 전체가 스포츠로 어떻게 하나가 되어 보이는지, 마야 때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한마음이 되어 그를 몰아가는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일에 대해 어떤 희생을 감내하는지, 아이스하키에 빠져있는 동안 성장한 아이들이 어떻게 부모의 품을 떠나가는지... 자신이 평생을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어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어떠한지... 네 살 반에서 다섯 살이 되는 알리시아가 어떻게 성장할지...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러브스토리와 형제자매들의 이야기가 있는지...
우리와 당신들의 마지막도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솔직히 전편보다 나은 속편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개인적으론 베어타운보단 두 번째 이야기인 우리와 당신들 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베어타운이 아이스하키와 마을, 사람들에 대한 개요 였다면 우리와 당신들 은 본격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인 느낌었달까?
작년 4월 #에어타운 이후 후속작. 600여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임에도,날샐각이다. 베어타운을 읽고 읽으신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이 책에도 상황설명이 잘 되어있어서 이 책만 읽으셔도 스토리 파악엔 무리가 없을것이라 생각되기도 했다. 역시 배크만 이란 감탄사가 나온다.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언어술사 프레드릭 배크만 입니다.
당신에게는 용기가
끓는 피가
너무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이
모든 걸 너무 힘들게 만드는 감정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이
가장 짜릿한 모험이 주어지길 바라요.
당신은 탈출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길
해피엔드로 끝나는
그런 사람이길 바라요./p613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쓰레기를 벗겨내고 애초에 그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들만 남기면 단순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다들 스틱 하나씩 들고, 골문 두 개를 두고. 두 팀으로 나눠서.
우리 대 당신들/61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