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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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통해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본다.  때로 비슷한 생각에 공감대가 커지기도 하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에피소드를 마주하기도 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촌철살인에 뜨끔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누구나의 일상일 텐데, 다른 이의 시선과 글로 읽는 에세이는 그의 삶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읽을 수 있어서 애틋하게 다가오곤 한다.  아이와의 에피소드도 유쾌하게 읽었지만 아내와 도서관 대출과 일반 대출을 이야기하는 페이지는 몇 번을 읽었는지... 한국말이 이래서 어렵지? 하며 킥킥 웃으며 읽게 되기도 했다.   



살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거나, 방법이 틀렸거나,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은 일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 자신의 성취도는 드높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되고는 했다.  '가만히 있는 게, 혹은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모두가 '열심히!'를 외치고 있는데, 무지하고 능력 모자란 사람들의 '무작정 열심히'처럼 두려운 게 없다.

 좀 게으르더라도, 도덕성이나 합리성을 따져가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p24~25 #열심

  사십 대는 십 대 때랑 비슷해졌다.  계획이란 걸 따로 세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정해져 있으니까.  열심히 벌자.  이거 말고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안주하기에도 벅차니 무슨 딴 생각이 있겠는가.  오래도록 폐인처럼 지냈다.  매사에 열정이 전혀 없었다.

  어떤 계획도 갖지 못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계획을 세우면, 계획을 세우느라 끙끙거린 게 아까워서라도, 최소한의 애는 쓰게 된다.  뭔가 해보고 싶다.  계획을 세우고 싶다!  이십 대처럼 허황되고 어떻고 삼십 대처럼 졸렬하면 또 어떤가.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지 않을 만큼은 철이 들지 않았을까./p122  #어떤계획


  호흡이 짧은 글은 읽으며 끊기는 느낌이 들어 싫어하는 편인데, 웃어라, 내얼굴 은 짧은 단편 하나를 읽고 나면 다음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궁금해서 넘기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달력에 있는 다양한 이름뿐인 기념일들에 대한 짧은 단편들도 저자의 생각과 사회 분위기를 더해 어찌나 맛깔스럽게 써주셨는지, ㅋㅋㅋ



  독서의 재미를 아는 분들은 알아서 읽지만,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한 코미디 프로의 책 읽기 운동으로 독서 광풍이 분 적이 있었다.  독서마저 개그가 된 게 서글프기는 했지만, 어쨌든 '느낌표 책'들은 많은 이들에게 독서의 맛을 깨닫게 했다.  그런 푸닥거리를 또 바랄 정도로, 드라마 덕분에 뭔 일 나지 않을까 기대할 정도로, 책을 안 읽는 시대라는 게, 내 생각이다.

  가장 위대하고 참된 스승은 책이라는 걸 전 국민이 다 아는데, 왜 책은 안 읽히는 것일까?  스승의 날, 책 스승님도 좀 챙겨주자고요./p172~173 #스승의날

20년 차 소설가 김종광의 에세이는 때론 위로를, 짠함을, 분함과 기가 막힘을 마주하게 하지만 이내 웃음으로 갈무리된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다 보면 참 대부분의 사람들 표정이 무표정하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이내 시선을 피하기 바쁘기도 하고 한 동네에 살면서도 한 건물에 근무하면서도 잘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웃을 일도 없고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지 않는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듯하다.  웃을 일이 없어서 웃게 해주었던 소설가 김종광의 웃어라, 내얼굴 단편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피식피식 웃을 일이 생길 것이다.  20년 차 소설가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상 기록들 꽤 읽어볼 만한 글이었다.


나의 미혹을 애증 한다.

내가 웃기는 소설에 대한 미혹을 집어치우는 순간, 그러니까 불혹의 경지에 다다르는 순간,

무슨 활기로 견디겠느냔 말이다.  다짐 삼아 얼밋얼밋 그려진 웃는 내 얼굴 보고

주문을 읊어본다.

웃어라, 내 얼굴! 웃어라, 내 소설! /p34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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