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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평점 :

"세상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 떠나보면 달라질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하게 된다. 이런 저럼 핑계를 다 붙여서 떠나고 싶은 순간들을 만들 수 있지만 일상을 뒤로하고 훌쩍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떠나고 싶어 훌쩍 떠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누군가의 여행을 보며, 또는 여행지의 사진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게 대부분이고, 일상을 쪼개고 쪼개 시간을 만들어 잠시 다른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충전'하고 이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여행을 준비하면서의 설레임도 좋지만, 여행지에서의 감상과 다녀와서의 여운은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이 얼마나 열려있는지에 따라 달리지는 게 아닐까?
어느 날 코끼리가 말했다.
"나 사막으로 떠나려고 해. 언제 돌아올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왜?" 다람쥐가 놀라 물었다.
"거기에 가 보면 이유를 찾게 될지도 모르지." 코끼리는 머리를 비비며, 주름진 코로 귀 뒤를 조심스럽게 긁적였다. /p13
왜 이렇게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갈등과 고민이 여행을 한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풍경들을 보며 여행에서 마주하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잘 다녀와 의 작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궂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잠시라도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문득 길을 떠나겠다는 코끼리에게 도시락을 싸 등에 매어주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는 다람쥐의 마음은, 현재를 핑계로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마음이 두근거리게 한다. 톤 텔레헨이 들려주는 다양한 동물 군상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이란, 어쩌면 정말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따스한 안부와 용기를 주는 이야기. 친구와 가족들에게 짧지만 의미 있는 메세지를 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 잘 다녀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