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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지음 / 달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방황하고 하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던 시기에 <보통의 존재>를 읽게 되었다. 나보다 더한 방황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날카로운 그의 글에서 알게 모르게 위안을 받았고, 힘겹게 읽었으면서도 읽고 또 읽게 되는 매력을 더불어 알게 해준 책이기도 했다. 이후에 출간된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전작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에 같은 작가의 글이 맞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는데... 이후 3년 만에 다시 읽게 된 이석원작가의 신간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은 출간과 동시에 사인회에 몰린 많은 인파들을 보며 그의 글을 기다린 이들이 참으로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내 뜻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살면서 맞닥뜨리는 무수한 어긋남. 하지만 괜찮다고. 왜냐하면 삶이란 그럴 수 있는 거니까. 모두가 같은 걸 누리면서 사는 건 아니니까.
라고. /p26
아버지, 시간이 흐르면 슬픔이 잊혀지나요.
아니.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그리운 이 그리운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다시 이렇게 헤어지면 애석한 존재들을 더 만나고 싶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p47~48
책을 출간했다고 해서 작가로서의 삶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작가도 먹고 살아가기 위해 일상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 연로하신 무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려야 하고 자신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뚜렷한 원인도 없이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고 한다. 오로지 반듯하게 누워지낼 수만 있었다고, 아팠지만 잘 지냈고 글도 써서 출간도 했다. 작가의 블로그에서 간간히 보아왔던 글이 있어서 이번 책이 조금은 어둡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담백한 느낌이었다. 긴 글과 짧은 글의 호흡, 짧은 문장으로 위트를 주는 페이지, 시간이 흘러 지난 시간들을 조금은 담담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 등이 느껴진달까? 하지만, 글 전체에 깔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통찰력 등은 무뎌지지 않은듯 하니 걱정하지 마시길....
"좋아 보여요.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는 모습이."
"그냥 하기 싫은 걸 안 하는 것뿐이에요."
카모메식당, 2006 일본 /p58
'내 삶을 위한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일.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p62
부록으로 실린 날짜 대신 단어로 써 내려간 나의 지난 일기들은 단어로도 이렇게 긴 문장들을 써 내려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의 전환을, 글쓰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던 페이지였다. 이전작에 비해 무게를 많이 덜어내고 가독성까지 더한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은 이석원 작가의 글을 처음 읽는 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존재]를 읽었던 시기엔 날카롭고 예민하기 그지 없었다. (찾아보니 책에 대한 평도 좋지 않게 했으면서, 곁에 두고 몇 번이고 읽는 책이었으니..) 중년으로 접어들고 조금 무뎌졌지만 소중한 것엔 한없이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당시엔 죽을것 처럼 힘들던 일들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무뎌지고 그로 인한 지혜도 생기는 것일까? 그러한 시간의 흐름을 보는것 같아 조금더 애정을 갖게 되는 책이기도 했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벌써 이석원작가의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된다. 작가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글을 써주세요.
어른이 되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살면 살수록 작은 것들이 더 소중해지고 더 커진다.
무엇보다 내가 아는 한 삶은 고정되지 않는 것이니만큼 지금은 이렇게 지켜보고 있지만 다시 세상이라는 바다에 뛰어들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다. /작가의 말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