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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 핵사이다 <삼우실> 인생 호신술
김효은 지음, 강인경 그림 / 청림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출근길에는 오늘 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점심시간에는 오늘 뭘 먹을지 고민하고
퇴근 시간에는 지금 퇴근할 시간인지 가늠하는 것.
사무실에선 이 세 가지를 고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세월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건 직장 내 ‘꼰대’들의 모습인가? 김효은 기자와 강인경 디자이너가 연재하기 시작한 <삼우실> 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일단 제목이 시선을 끈다.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직장에 입사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기까지 꽤 자주 겪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족 같은 회사? (있을리가..) 물론 회사 분위기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사장 입장에선 적은 임금으로 최대한 일을 시키고, 중간 관리자는 적당히 치고 빠지며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 여기서 피 보는 건 막내! 이런저런 땜빵을 하기 바쁜 평사원이나 계약직 사원들만 죽어난다. 참고 참아왔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자는 말했다. ‘현실에서 용히처럼 행동하다간 찍히기 십상’이라고, 그런데 나는 되레 찍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쟤는 왜 저래?’라는 생각이 ‘쟤들이 왜 저러지?’라는 질문으로 확장하는 순간 갑의 잘못이 드러나고 을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꼰대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꼰대는 만들어진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리가 꼰대를 만든다. <삼우실>을 쓰고 그리면서 다짐했다.
‘나는 나중에 절대로 저런 상사가 되지 말아야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내 마음이 다치지 않으려면 관계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내 마음이 편해야 관계도 지속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낯선 이가 맥락 없이 외모 평가를 한다면 이렇게 대꾸해보자.
- 요새 초면에 외모 칭찬하면 예의 없는 거라던데, 하하하. /p28~29
96년도에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2012년까지 이직, 다른 업종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16년간 꽤 많은 사람들을 겪어 왔던 것 같다. 업무시간에 일은 안 하고 이 부서 저 부서 돌아다니다 굳이, 남들 퇴근하는 시간에 열정적으로 일하겠다고 자리에 착석하는 관리자들을 꽤 오랜 시간 봐왔다. 윗분들은 그들이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을까?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보니 빤한 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예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요즘 애들은 개념이 없어.’부터 시작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때 우리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참을 이야기에 열을 올리다 보면 우리가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마 한 조직에 오래 있었다면 나도 꼰대가 되지 않았을까? 한쪽의 이야기만 들어봐서 모르겠지만 신입직원들이 저질러놓은 실수들을 수습하느라 주말에도 출근하는 지인을 보면서 자신의 권리도 좋지만, 맡은바 책임도 다하지 못하고 업무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권리만을 챙기려 하는 것도 민폐가 아닐까 싶다.
소설가 김연수 선생은 <소설가의 일>에서 농담 잘하는 할아버지로 늙어가고 싶다며 그 비법을 공개했다. 의식적으로 하루에 세 번 농담을 던지기를 40년간 반복하면 된다나 어쩐다나. 신경가소성 개념에 의하면 반복된 경험은 뇌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하니 그의 목표 달성을 기원한다. 어쨌건 요점은 뇌가 늙지 않도록 평생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는 연습, 듣는 연습, 말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일생 몸은 노쇠해질지언정 뇌는 녹슬지 않을 것이다. 특히 꼰대라면 무던히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주변에 꼰대가 있다면 넌지시 말해보자. "늙지 않는 비법 좀 알려드릴까요?" /p67
오죽하면 이런 제목의 책이 나왔을까 싶다. 김불꽃 작가가 쓴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 얘기다. 목차를 살폅니 가정과 회사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을 환기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에티켓의 어원이 흥미롭다. 고대 프랑스어의 동사인 '붙이다(estiquer)'에서 유래했다는데, 더 정확히는 '나무 말뚝에 붙인 표지'가 에티켓의 본뜻이라 할 수 있다. ...(중략)...에티켓은 상대방의 마음속 정원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존중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선을 넘고 금을 밟는 사람들이 있다. /p233
계약직 사원들은 아마 더 불리한 일을 많이 겪으며 직장에서 버텨나가고 있을 것이다. 참고 참았는데도 버틸 수가 없다면 상사들에게 익명으로 책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보란 듯이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책상에 꽂아두자. 책표지의 추천사 중에 "나 정도면 괜찮은 상사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 당신이 지금 당장 읽어야 할 책...에 눈도 마음도 갔던 문장이었다. 평소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가지 않았던가 하고..책 한두 권을 읽었다고 해서, 이러한 책들이 출간되나고 해서 눈에 띄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바뀌어가지 않을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지만 일침을 가하는 그림과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때론 맞서는 것보다 조용히 돌아가며 내 권리를 찾아가는 것도 직장생활을 잘하는 처세술 일것이다. 온갖 불편한 상황에 맞서 나를 지키는 방법 10년만 일찍 알았어도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직장 내 관리자와 직원들의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