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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이 1권 이상의 독서를 했다고 한다. 비슷한 뉴스로는 4명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출판시장을 보면 글쓰기에 관련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한 해이기도 했다. 그럼 그 사이 책읽는 사람이 많아진걸까? 아니면 글을 쓰려는 사람이 많아진 걸까? 사실 글을 쓰는 것보다 잘 쓰인 글을 읽는 걸 즐기는 1인이다. 내가 쓰지 않아도 내 취향의 글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평생을 읽으려야 다 읽을 수 없을 정도의 출간물이 발행되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짧지만 sns에 올리는 글도 쉽고 조리 있게 잘 읽히는 글로 써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모든 사람이 작가인 시대다. 작가가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책을 써서 작가라고 불린다. 글 좀 쓴다는 인증을 받은 사람들이 책을 내던 시대에서 좋아하는 것, 혹은 전문 분야에 대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로의 변화. 여행 좋아하세요? 여행 에세이를 써보시는 건 어떤가요. 맛집 즐겨 다니세요? 맛 칼럼니스트에 도전해보세요. 모든 물건을 해외 직구로 사신다고요? 그걸로 글 한번 써보세요. 분야별 글쓰기 책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p018
이다혜 작가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대중의 이러한 심리를 콕! 집어서 집필된 글이다. "글을 쓰고 싶은데, 정말 쓰고 싶은데...." 라는 생각 글을 쓰고 싶다는 기분을 발전시켜 나만의 글을 만들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까지의 단계별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써왔던 수많은 글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와일드>에서 '진짜 책'논쟁에 그의 이름이 언급된 이유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까닭은 그것이다. 우리가 어떤 책을 '진짜'(혹은 '가짜')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말 그런 이분법은 존재할까? 그 구별 짓기는 우리 자신의 삶의 어떤 부분을 드러내는 것일까. ...(증략)...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p156~157
되도록 책을 읽으면 서평을 남기려고 하는 편이다. 단점이라면 써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지 않는 편인데, 최근 글을 쓰고 하루 이틀 써놓은 글을 수정하고 문장을 재배열해보기도 한다. 내 문장은 왜 이렇게까지 밖에 표현이 안될까? 블로그의 시대가 주춤하고 인스타그램이 뜨고 있다. sns 활동을 열심히 하다 책을 출간한 사례도 꽤 많았던 해였고, 유명 작가들도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좋아요', '팔로워' 수로 반응을 바로 체크할 수 있고, 내 취향의 인스타그래머를 쉽게 찾아 구독할 수 있다. 실제로 팔로우중인 인친이 그린 그림이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고, 회사원이 매일 쓰고 올렸던 글이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잠깐이지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이 조금 생기기도 한다.
쓰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쓰려는 수요가 늘기 위한 선제조건은 읽는 사람의 증가일 텐데, 그게 그렇지 않다. 아주 기이한 산문의 시대, 텍스트의 시대다. /p212
공감, 혹은 창작자가 읽는 나를 '알아(봐) 준다'라는 느낌이 중요해졌다. 책을 한 권 읽으면 같은 고민을 가진 한 사람의 친구를 얻는 것과 같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p217
잘 쓰인 글을 읽다 보면, 내 마음같이 쓰인 글을 읽다 보면 '나는 내 생각을 이렇게 쓸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가끔 글을 써보겠다고 시도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과 실제로 쓰인 글을 읽은 감상은 극명하게 갈려서 글쓰기는 나와 인연이 없다! 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다혜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글 쓰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생기기 시작한다. 작가가 소개한 책들을 영화를 읽다 보면 읽고 봐야 할 영화들도 늘기 시작한다. 책장을 넘기며 기록하고 싶은 문장을 만날 때면 두근거렸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 나도 '잘 정리하고 전달되는'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희망을 갖고 싶어졌던 글이었다.
| 언젠가 강연에서, 어떤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경험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이력서를 쓸 때도 경험한 것들을 적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책을 읽어야 합니까?” 그 때의 답을 다시 한 번 하면 어떨까 합니다. 현실에서의 경험과 독서는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것입니다. 걸을 때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걷는 것처럼, 읽고 경험하고를 번갈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경험만 있으면 그 경험을 때로 논리적으로 때로 재미있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일이 힘들고, 독서만 있으면 글과 말은 있으되 내용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 생각이 무엇인지 기틀을 잡아가기 위해서 다른 이의 글을 읽고 내 글을 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독서가 무엇보다 귀중한 자산이 된다고 믿습니다. /p26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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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