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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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을 위해 자신의 전기를 준비하기 위해 리리 궁으로 과거 베스트셀러 작가 박상호를 불러들인다.  대통령의 전기를 집필함으로써 과거 자신의 인기를 되찾고 싶었던 작가 박상호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일류 기자 정율리에게 빠져들고 현직 대통령의 전기를 집필하면서 어쩌면 멀리해야 할지도 모를 기자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막을 길이 없다.  대통령 인터뷰를 하고 집필을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를 집필했을 때의 펜의 떨림을 기다리지만 그에게 그러한 떨림이 와줄까?



"그런데 각하, 말씀하시는 중에 죄송하지만 원래 대중에게 알려진 에피소드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박 작가, 방금 전에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세월이 지나면서 이 사건이 점점 부풀려졌다고 말입니다.  소문이라는 것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본질에서 벗어나 왜곡되는 것, 소문을 전하는 이들의 입맛에 맞게 더욱더 그럴듯하게 가공되는 것이죠." /p51

"식상함과 신성함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지.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에 근거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있어." ...(중략)....  "박 작가,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야.  대통령의 기억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당연히 그들의 기억을 삭제해야지, 대통령의 기억을 삭제할 순 없잖아.  안 그래?"  /p64~65


작가로서 리아민 대통령의 과거를 잘 읽히는 글로 기록해야 하는 박상호, 그런 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권력자들 압력은 박상호가 글을 집필하는데 점점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그가 이야기하는 과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각색인 것인지, 나중엔 누구의 기억인지조차 방향을 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영부인 최세희의 독대 이후 그는 리아민 대통령의 전기 집필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김세원 수석비서관은 대통령 다음으로 부담 가는 인물로 그가 전기를 집필하는데 꽤 잦은 간섭을 한다.  거의 마지막 즈음 수석비서관의 과거 회고는 권력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한 전기 집필은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의 과거를 현재에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집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제목은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이지만 작가인 박상호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욕망이 얽힌 글이다.  글을 읽는 내내

불유쾌함에도 끊임없이 긴장하고 몰두하게 되지만, 책장을 덮고 나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글에 쓰이고 자했던 사람은 대상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사회적으로 군림하고 싶었던 것이고 저자인 박상호도 자신의 욕망을 끝내 놓지 못해서 권력에 의해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사람이었던 게 아닐까?  소설을 다 읽고 혼불문학상 심사평을 읽다 보면 책을 읽는 동안 캐치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큰 그림처럼 펼쳐진다.  책을 읽는 이의 시각과 달리 수상을 통해 당선된 글인 만큼 심사평을 읽으며  되짚어 생각해보는 것도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을 읽는 또 다른 책읽기가 될 것이다.



"언제나 리리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나의 쇼예요.  그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하고 화려한 볼거리죠.  그것만이 리리궁의 유일한 룰이에요.  박상호씨가 앞으로 가져올 결과물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필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거예요." /p22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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