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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리커버) - 개정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에쿠니 가오리의 대표작인 <홀리가든>이 한국 출간 기념 10주년을 맞아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소녀 감성 일러스트 김옥 작가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리커버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책을 읽으며 책표지의 인물들을 연상하며 읽어 더욱 생생하게 읽게 된다. 평범한 일상도 그녀의 글로 만나게 되면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어른이 되면 낮은 보통 일하는 시간이다.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는 무수한 밤을 함께 보내며 친해진다. /p30
여자 친구란, 아무리 오래전에 약속했어도 툭하면 취소를 하는 종족이다. 그리고 그런 때 불쑥 연락을 해서 대타로 나오라고 하면 절대 응하지 않는 종족이기도 하다. 그 점은 가호 자신을 돌아보아도 불 보듯 자명한 일. 가호는 여자 친구들의 그런 일방적인 처신(말하자면)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이다. /p34
소꿉친구인 가호와 시즈에의 평화롭지만 아슬아슬한 일상. 에쿠니 가오리의 담백한 시선으로 읽는 글은 많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각자의 생활이 생기며 친구 사이도 조금씩 변화할 수밖에 없다. 연인과의 관계,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 지나간 사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사랑도 외면하지 못하는 가호와 물리적으로 먼 연인과의 거리가 애틋하면서도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을 사랑하는 시즈에는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듯하지만 또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애틋하기도 하고 조금은 미워하기도 한다.
"아무 조건 없이 그 사람을 좋아해. 내가 모르는 고장에서 태어나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살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세리자와를 좋아해. 난, 지금의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상상할 수 없고, 지금의 내가 아닌 나를 상상할 수 없으니까. 연애라는 거. 뭐랄까 유일무이한 우연, 천문학적인 우연으로 성립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뭐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예를 들어 좀 더 일찍 만났다든가 세리자와가 독신이라든가, 그랬으면 모든 게 달라졌을 거 아냐?" / p236
매일 여자친구들을 불러 밥을 함께 먹는 가호, 시즈에는 똑같은 일상을 사랑하지만 한편 마음껏 볼 수 없는 애인의 존재가 못내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여자 친구들의 이야기라 조금 더 깊이 있게 와닿았던 건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게 좀 버거워지는 관계들은 그냥 놓아버리기도 했던 내 모습에 가호와 시즈에의 관계는 친하다고 하기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세세한 시선, 하찮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없어선 안되는 절대적인 것일 수도 있다. 가호와 시즈에, 그리고 그녀들 주변인들의 여분의 일상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의 책을 다 읽게 된다.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관계보다 알아도 모른척해 주는 부분도 있고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묵인하기도 하는 그런 어른들의 이야기. 이래도 저래도, 결국 내가 하고 픈대로 하고 사는 게 인생 아닐까?
옛날부터 어째서인지 여분의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이나 나이, 직업이 아니라 그 사람은 아침에 뭘 먹을까, 어떤 칫솔을 사용할까, 어렸을 때 과학과 사회 중에서 어떤 과목을 더 잘 했을까. 찻집에선 커피를 주문할까 홍차를 주문할까, 또는 어느 쪽을 더 많이 주문할까, 그런 것들에 더 관심을 쏟습니다.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그런 것들로만 구성된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여분의 시간만큼 아름다운 시간은 없지요.
이 소설은 여분의 시간을 많이 함께한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과 두 사람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여분의 이야기들. /p317 작가 후기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