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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요, 이렇게 좋은데 - 시시한 행복이 체질이다 보니
김유래 지음 / 레드박스 / 2018년 8월
평점 :

겁이 많고 걱정이 많았던 저자. 문득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들로 인생을 채울 수 없을까? 더 늦기 전에 찾고 싶은 마음도 쉬고 싶은 마음도 있던 차에 몸이 탈이 나고 말았다. 당장 사표를 내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우붓으로 향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있는 우붓은 아주 작은 마을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있는 우붓(Ubud)은 발리 고대어 '우바드(ubad)'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약, 약초, 치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때 이미 나는 우붓으로 가게 될 것임을 알았다. 원래 각종 명소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고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나는 여행을 가서 그곳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좋은 여행으로 친다. 친해지지 못하고 발만 콩 찍고 오는 여행은 섭섭하다. 정이 들고 와야 한다. 정이 들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있어야 한다. 물론 단 몇 시간을 있더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나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백수라서 시간도 많겠다. 한 달을 잡았다. 그렇게 나는 혼자서 발리의 우붓으로 떠났다. /p007~008
우붓에선 뭐든 자세히 봐야 한다. 그래야 숨어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휴대전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쁘게 걸었다면 그냥 스쳐 갔을 테지만, 자세히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번지게 만드는 것들이 곳곳에 앙증맞게 숨어 있었다. /p085
살아가며 늦은 때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타인의 기준으로 내 삶을 바라보면 뭘 해도 늦은 것 같은 기분에 가끔은 다 내려놓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문득,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드는 때가 있다. 지나고 나서 '그때 그걸 했어야 했어.'라는 후회는 정말 후회만 남기게 되니까... 개인적인 경험으론 '지금이야!' (절박할 정도로...) 라는 생각이 들 땐, 시간을 들여서라도, 조금 돌아가는 것 같아도 원하는 바를 해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저자 김유래도 아마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평생 하게 될 일, '이거다!'싶은 일을 찾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줄 곳으로 향하고 싶었을 것이다. 저자의 우붓에서의 생활을 읽다 보면 도마뱀, 바퀴벌레, 거미, 모기 등을 끔찍하게 싫어하면서도 다시 찾게 되는 우붓의 매력. 그녀의 이야기는 시시할 정도지만, 그 시시함 속에 그녀만의 소확행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책의 마지막 몇 장 <우붓으로 말할 것 같으면>에는 우붓에 대한 정보도 깨알같이 담겨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듯하다. 그저 느긋하게 사부작...사부작... 우붓의 풍경들을 엿볼수 있었던 작은 사진들과 저자의 이야기는 일주일 만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시시한 행복'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는 모든 환상을 사랑한다. 확실히 나는 발리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줄 것 같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가 되게 해줄 것 같은 환상. 동화 속 어린아이처럼 유치함도 부끄러움도 모른 채 분홍빛 풍선껌처럼 퓨우웅 부풀어가는 환상이 이루어지길 진심을 다해 바란다.
아름다운 인생 앞에 나는 서 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다 문턱에 한 발을 내딛고는 나머지 한 발마저 옮길지 뒷걸음질 칠지 재보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하지만 어린아이는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놀이처럼, 여행처럼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 안다. 여행은 그냥 여행이다. 그러나 '뭐, 불가능할 건 없지'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도 한다. /p110~111
때때로 인생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내몰 때가 분명 있다. 원하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끔찍하게 싫은데도 상황에 의해, 누군가에 의해,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그럴 때조차도 자신의 삶을 판단하는 것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 내에서 이루어질 일이다. 결코 타인이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속사정은 모르면서 겉만 보고 A의 삶이 B의 삶보다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p17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