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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사형제인 우리는 북적이며 노는 걸 즐겼고, 넷이다 보니 가끔 둘, 둘이 편이 되거나 한 명을 세명이 따돌리기도 했었다. 같이 커가는 나이었음에도 가끔 거짓말을 진담처럼 하는 놀이를 하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거짓말을 하다 보니 진짜 그렇게 이루어지기도 했었고 실제로 사고 비슷한 걸 경험한 이후 '진담 같은 거짓말 놀이'는 하지 않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병원에서 코마 상태로 깨어난 앰버는 정신은 깨어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앰버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앰버는 의식과 감각만 살아있는 채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려 애쓴다. 청취율 1위 프로그램 <커피 모닝>의 보조 진행자였으며 남편인 폴과 동생 클레어의 관계를 의심하던 중이기도 했다. 옛 연인이었던 에드워드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고, 예전과 달라진 그의 모습에 아주 조금 흔들리기도 했다.
'매들린 작전'은 지금까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들 온라인상에 퍼진, 매들린이 <커피 모닝>을 떠난다는 소문에 대해 쑥덕거리고 있다. 내가 만든 거짓 소문이 제대로 퍼진 것을 확인하니 기쁘다. 거짓말도 자주 하면 사실로 보일 수 있다. /p77
현실과 꿈을 분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현실도, 꿈도 다 무섭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나도, 지금이 언제인지는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아침이 왔다는 구분이 깨지자 오후도, 저녁도 다 깨진다. 내게서 도망간 시간을 되찾고 싶다. 시간에는 고유한 냄새가 있다. 친숙한 방처럼. 시간이 더 이상 자기 것이 아닐 때, 갈망하고 군침을 흘리며 갈구하게 된다.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시간을 가질 때까지 몇 초 훔치고, 몇 분을 집어삼킨다. 그렇게 빌린 시간들을 하나로 모아, 더 늘어나길 바라며 섬세하게 고리로 연결한다. 그 시간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길어지면 좋겠다. 다음 페이지라는 게 존재한다면. /p91
크리스마스 며칠 전, 매들린이 담당 피디에게 더 이상 자신과 일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사실을 전해 듣고는 조와 '매들린 계획'이란 걸 세우게 된다. 폐쇄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앰버가 방송국, 라디오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설정도 독특했지만 조금은 강박인 것 같은 그녀의 일상 상활에서 보이는 행동들은 그녀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현재, 과거의 일기장, 그리고 며칠 전의 이야기들이 병행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매들린이 자신에 대해 한 이야기와 브라이언과의 만남, 그리고 폴과 동생 클레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녀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까지 몰아붙이는 것만 같았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사무실에 있는 여자들의 얼굴을 살핀다. 눈을 깜박거리는 게 모두들 근심 걱정이 있어 보이고, 많은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변화무쌍한 바다 위에 가만히 떠 있기 위해 모두 모여 선헤엄을 치는 것 같다. 이들은 내 친구가 아니다. 정말 아니다. 우리 모두는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밀쳐내고 있다. 나는 그런 면에서는 아무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짜 내 모습을 모른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모른다. /p164~165
어린 시절에 비하면 많은 것이 변했다.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좀 더 빨라지고 좀 더 시끄러워지고 좀 더 고독해졌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달리, 우린 변하지 않았다. 역사는 거울이고, 우리는 애들이 어른으로 변장한 것처럼, 그저 나이만 더 먹었을 뿐이다. /p315
우리는 모두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이 갈 곳이 없으니까. /p413
일기장의 내용이 현재와 무슨 연관이 있길래 계속 등장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중반 이후부터 마지막 결말은 정말 뒤통수 강타!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책을 읽다 내가 숨을 죽이고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목덜미의 오싹함과 명치에 걸린 쳇증과도 같은 뒷부분은 3번 이상 되풀이해서 읽기도 했다. 어느 순간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진실 같은 거짓말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광기, 배신, 집착, 살인이 어우러진 <원래 내 것이었던>을 읽으며 즐거운 추리를 해보시길...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일이다.
나는 아니라고 했어.
물론,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해.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면서 살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