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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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 것이다.  마음이 매일 흔들리며 어딘가에 닿고, 우리는 그것에 지갑을 열거나 시간을 쏟는다.  그 끝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때론 절망, 때론 후회다.  하지만 운 좋게도 몇은 나에게 남는다.  나에게 꼭 어울리는 형태로. 나에게만은 꼭 어울리는 색깔로, '나의 취향'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마침내 생긴 것이다.  반갑게도, 기쁘게도.  그렇다면 나에겐 그 취향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유행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 취향을 기준점으로 삼아 하루를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식량으로 삼아 나의 취향은 오늘도 나를 나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p8~9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이후 '취향'이라는 단어로 써 내려간 김민철 작가의 신간이 반가웠다.  무언가에 흔들리는 마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개인의 취향이란 건 어떻게 만들어질까?  어떠한 시간들과 경험들이 쌓여 '취향'이란 것이 생기게 되는 걸까.  각자의 색깔로 존재하는 '나의 취향'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   많은 시간들과 고민 속에 다져진 수많은 마음의 결에 '하루의 취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드물게 에보라의 그 호텔을 떠올릴 때가 있었다.  "너를 대접하는 것이 나의 일이야.  나는 나의 일을 하는 거지"라고 말하며 커피 잔을 바에 가져다 주려는 나를 자리에 도로 앉힌 점원을 만났을 때.  나를 낮추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높이는 서비스를 만날 때.  아니, 높낮음이 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당한 주고받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생길 때, 혹은 돈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요구를 해오는 사람과 마주하게 될 때.  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허리를 숙여야 하는 상황을 겪에 될 때.  서비스를 하는 사람도 비굴하지 않고,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리하여 그 누구도 초라하게 만들지 않는 순간이 그리울 때, 그때마다 나는 에보라의 호텔을 떠올린다.  지구 어딘가에선 서비스에 찌들지 않은 마음들이 누군가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먼 등대 같은 위로를 받는 것이다. /p125


자신의 집에 '망원호프'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만의 시간을 쌓아가는 민철 작가의 삶은 동네에 이런 이웃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미니멀리즘이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 될 것이다.  친한 지인이 이웃으로 이사 오면서 본인이 더 질척거렸다고 하지만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보다 더 가까운 이가 가족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요즘 이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것들도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동네 단골 슈퍼가 없어지는 게 지구가 흔들릴 만큼 충격적이고 조용한 동네지만 마음이 담긴 그들의 삶의 터전은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그 삶 속에 스며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회생활을 하며 정형화된 직장인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부단히 생각하는 저자의 글은 나의 일상에도 물음표를 던져주는 글이어서 얇지만 천천히 읽고 싶은 글이기도 했다.  이전의 두 권의 글보다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왔던 민철작가의 <하루의 취향> 마지막 장을 덮으며 벌써 그녀의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된다.   짧은 여행길 들고 가야 할 한 권의 책이라면 '하루의 취향'을 추천하고 싶다. 



'모험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어'라는 일본 철도청의 카피가 있다.  가로늦게 후회할지라도 도전을 한 번.  가로늦게 깨달음을 얻을지라도 시도를 한 번, 수많은 실패 앞에서도 나는 여전히 '가로늦게'를 응원한다.  아직 우리에겐 더 많은 모험이 필요하니까.  우린 더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하니까.  /p22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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