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증오를 버릴 수도, 그대로 지닌 채 살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실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한 해답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그들'은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해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걸 생각하면 나의 증오는 불꽃처럼 타오른다.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이 한 줄이다.  그리고 이거면 충분하다.


글의 시작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여성 추리소설 작가가 끌고 가는 이 이야기는 1987년 출간된 이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다.  어느 날 애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되고 주인공은 친구이기도 한 출판사 편집 담당자와 함께 사건을 알아보며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들보다 한 발 앞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죽은 이들의 연결고리를 추정하게 만든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뭐지?"

....(중략)....  "현실의 사건은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지.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하잖아.  그래서 문제 제기는 할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은 불가능해.  항상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분일 뿐이야.  그런 점에서 소설은 완성된 구조를 지니고 있잖아.  소설은 하나의 구조물이지.  그리고 추리소설은 그 구조물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분야 아니야? /p16~17


애인의 죽음이 1년 전, 그가 떠났던 요트 여행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이 사건은 그녀들을 1년이 지나 그 당시 멤버들과 약간 추가된 인원의 사람들과 함께 여정에 오르게 된다.  글을 읽으며 함께 요트 여행을 갔던 인물들을 하나씩 의심해보고 알리바이가 풀리기도 하고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나기도 하면서 과연 누가 범인이고 그런 일을 저질러야만 했는지 추리해 가는 과정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게다가 니자토 미유키가 죽었다.  그녀는 확실히 뭔가를 알고 있었다.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잘 정리하려고 해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아 형태가 갖춰지지 않았다.  그것은, 이 일련의 사건들이 틀림없이 지난해 해난 사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다케모토 유키히로의 죽음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아닐까?  마사히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수영이 특기였던 형이 죽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p121~122


'가치관'의 충돌에서 빚어진 비극은 어떠한 모두가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선'의 가치가 옳은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만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살아있다 한들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테고 살해당한 사람도, 복수를 하는 사람도, 그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도 그 순간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지켜보는 입장이 아닌 누가 범인이고,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 추측하며 추리 대결을 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은 건 참으로 오랫만!!! 다작을 하는 작가로도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도 팬층이 꽤 두터운 편이고 개인적으로도 팬이기도 하다. 연일 되는 더위로 지치는 요즘 "내가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해보며 읽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꽤 오랜만에 두뇌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덧, 글 시작전 인물소개 오타

다케모토 아사히코 -> 다케모토 마사히코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