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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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꽤 오래전부터 그녀의 책표지 사진은 변함이 없다.  나이가 든 그녀는 어떤 모습일지 신간을 마주할 때마다 조금 궁금해지기도 한다.  『개와 하모니카』각기 다른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항의 입국장에서 시작되는 <개와 하모니카>에선 다양한 국적과 성별, 나이를 가진 사람들의 순간을 선명하게 담아내고 있다.  문득, 공항이 가고 싶어졌던 건 비밀이 아닌 걸로 하지요.  <침실>, <늦여름 해 질 녘>, <피크닉>, <유가오>, <알렌테주> 등 짧은 단편이지만 한 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일상으로,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



왜 그렇게 피크닉을 좋아하게 된 거야?  쿄코에게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한여름, 처음 시작한 이래 네다섯 번 연속으로 피크닉을 한 후였다.

"그야."  쿄코가 대답했다.

"그야, 바깥에서 보면 당신이 또렷하게 잘 보이니까.  당신이 얼마나 큰지, 손이 어떻게 생겼는지, 목소리는 어떤지,

 어떤 기척을 내는지."

"기척도 보여?"

물론이지, 하고 쿄코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든 동물은 우선 기척으로 자기 존재를 주장하잖아?"

게다가 - 생긋 웃으며 쿄코는 말을 이었다.

"게다가, 피크닉을 하면 고독하다는 느낌이 안 들잖아." /p86~87 #피크닉


어쩌면 생이란 찰나의 행복에 의지해 살아가기에,  쓸쓸하고도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게 아닐까?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읽으면 좋다!라는 느낌보단 조금 심심한데?라는 생각을 매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읽다 보면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문장들이 소설 속 인물들이 새삼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침실> 5년을 함께 했던 내연녀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죽을 듯이 힘들었지만 잠든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새록새록 한 애틋함을 느끼고, <유가오>는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사람도, 그 맹세를 믿은 사람도 '사랑'엔 의심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랑이란 '찰나'의 감정이 아닐까?  그가 맹세한 사랑은 내연녀에게서 새로운 여인에게로 또 새로운 여인에게로 옮겨다니고 있었으니... <알렌테주>는 저자가 포르투갈 취재차 갔다가 집필한 이야기라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광경이었다고 하니... 서평을 작성하며 읽어보니 심심하다고 생각했던 글 하나하나가 의미 있고 매력 있는 글이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군상들의 모습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고군분투하거나 지독하게도 고독하고 외롭지만 또 어떻게든 살아가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단편을 읽을 때면 늘, 호흡이 짧아 싫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이 다른 글과 다르게 짧아도 그 문장들이 고스란히 와닿는 건 스쳐 지나가버려 여상하게 생각해버리는 일상도 세심하게 담아내는 그녀의 필체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조금은 심심하고 덤덤한 글이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문득 시원한 맥주가 생각났고, 여행가방을 꺼내보고도 싶어졌으며 무엇보다 공항에 가보고 싶게 했던 글이었다. 



친구들은 마누엘을 가리켜 알코올 중독 직전에 있는 애주가라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곳에는 대화가 있고 침묵이 있고, 사람이 있고, 인간관계가 생겨난다.(또는 무너진다) 시간이 특별한 방식으로 흐르기에 그 자리에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사람들이며 기억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마누엘은 그런 자리가 좋아서 바텐더가 되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p148  #알렌테주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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