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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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진 않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몇몇 작가들이 있다.  기회가 닿지 않아 읽지 못했고,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이내 다른 책을 읽다보니 잊히는 작가들 중 한 명인 모리미 도미히코.  책 제목이 참 거룩하지 않은가?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이야기를 하는 화자가 따로 있고 등장인물들의 동선에 따라 게으름뱅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실재하는 교토의 한 지역 축제, 토요일 하루의 이야기다.  (하루 분량의 글 치곤 내용이 꽤 길다.)



'모험'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행하는 일'이다....(중략)....

필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슨 일을 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다. /p041

"잘 들어.  우리에게는 모험이 필요해.  막연히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건 안 돼. 

인생이란 그저 성실하게 일한다고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이 말씀이야."

"그렇지 않아요.  성실한 게 제일입니다."  /p057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뭐든 한다는 고와다, 최고의 휴일은 이부자리에서 빈둥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폼포코 가면이 자신의 대를 이어 2대 폼포코 가면을 하라고 쫓아다닌다.  교토시 주오구의 야나기코지에 모신 너구리 신, 하치베묘진.  정의 사도로 알려진 폼포코 가면은 너구리 가면을 쓰고 다니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준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인기를 얻기 위해 짬짬이 착한 일을 하는 너구리 가면.  주말 탐정 알바를 하는 다마가와는 길을 헤매기 일쑤인 엉뚱한 캐릭터이고 우라모토 탐정은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때를 기다려 사건이 해결되길 기다리는 것 같다?  온다 선배와 모모키 커플은 주말 스케쥴을 빽빽하게 채워 알차게 보내고 싶어하고 고토 소장은 평범한 온다와 고와다의 직장 상사이지만 겉모습은 세계 제일의 악당이다!  좋은 일을 하는 폼포코 가면을 잡으려는 이들, 도시 전체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  그를 사로잡아오라고 지시한 상부의 상부의 상부... 대체 왜? 그를 찾는 걸까?



"대다수 사람은 그저 막연히 움직이기를 그만두기만 하면 쉴 수 있다고 믿지요.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움직임을 멈추는 게 아닙니다.  올바른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죠.  참치처럼 계속 헤엄치며 피로 너머로 돌파하는 것이 비결입니다.  따라서 저는 피로하지 않습니다." /p071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대부분은 관광객이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 못했고, 설령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대로 가 보더라도 항상 다른 길이 나왔다.  그녀가 향하는 거리마다 모습을 바꾸고 본 적도 없는 거리가 가로막는다.  어디를 걸어도 기온 축제 음악이 들렸다.

그녀의 헤매는 모습에 어이가 없는 독자도 계시겠지.

그러나 여러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려심이다. 

헤매라, 다마가와. 헤매. 

탐정이니까 길을 헤매서는 안 된다고 대체 누가 정했어?  /p191


게으름에 능숙한 사람을 동경하며 집필한 이 글은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다듬어 출간한 글이라고 한다.   7월의 토요일 게으르고 이상한 이 교토 판타지는 책장을 덮고 나니 실제 하는 장소를 보고 싶어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던, (게으르다는 사람들의 주변에 사건이 이렇게나 많은지..)  판타지도 이런 판타지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게으른것 같으면서도 분주했던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은 시원한 프라푸치노 한 잔 마시며 천천히 읽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요일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조금 더 게으름을 부리자!



거룩한 게으름뱅이란 평범한 사람이 보면 이상한 존재이지만 하늘의 질서와는 맞는 존재이며, 쓸모없어 보이는 가운데 쓸모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무용지물'이라는 말을 대대로 물려받은 보물처럼 휘두르며 큰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삼가라.  '쓸모없는 것 또한 쓸모 가운데 하나'라며 괜한 애를 쓰다 보면 쓸모를 숭배하는 일파에게 무릎 꿇게 된다. /p328

"멍청하게 넋 놓고 있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월요일이 온단 말이다." 라며 온다 선배는 겁먹은 듯이 몸을 떨었다.

"월요일이 오면 우리는 분초를 아끼며 일해야 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너도 그렇지?  언제까지고 신입입니다.  하는 얼굴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령 내가 허락해도 하느님은 용서하지 않겠지.... 물론 그건 월요일부터 시작될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주말을 만끽해야 하는 거야."  /p41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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