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웅크리고 있어도 괜찮아 - 복잡다단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길을 잃은 너에게
김단 지음, 이영채 그림 / 빌리버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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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읽은 책 중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뭐야?”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취미계의 클리셰이긴 하지만 독서라는 취미 생활을 꽤 오랫동안 유지해온 걸 아는 지인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내 대답을 기대하곤 한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어린왕자>,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빨강머리 앤> 이야.”
“에잇 뭐야, 다 어릴 때 읽은 책이잖아.”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 책들만큼 위로가 되는 책들을 보지 못했다. 재미도 재미지만, 어릴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지혜들에 매번 놀라곤 한다. 마치 고민 해결 마법책처럼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나오는 삶에 대한 간단하고 따뜻한 해석들.
내 삶의 짐은 내가 짊어지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한다. 복잡다단한 어른의 세계에서 길을 잃었을 때 어둠 속에 하나둘 떠오르는 별처럼 반짝반짝 길을 비춰주는 친구가 있으니 소소한 위로가 된다. 위안이 된다. /프롤로그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간다.  부모님께서 어릴 때 꽤 많은 책들을 전집으로 구입해주셨지만 읽는 시늉으로만 그쳤던 책 읽기 들이라 중, 고교 시절 필독서라는 고전들 중에서도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더 많은 편이다.  지금도 손 가는 대로 책을 읽는 터라 주변 지인들이 인생의 책은 무엇인지,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어떤 책인지 물어오면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니 느낀 거지만 책을 읽는 이의 취향에 따라 고전, 경제서, 에세이, 장르소설 등등 편향적인 책 읽기가 두드러지기 마련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
- 허밍버드클래식9, <에어번리의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좋아하는 풍경들이 좋아하는 음악들과 음식들과 사람들이 진주알처럼 줄줄이 꿰어져 나오는 순간
느껴지는 벅찬 행복감.
언제일지 모르는 불확실한 꿈과 먼 미래를 기대하는 것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좋다./p12~15


저자도 꽤 많은 책들을 도서관을 탐방하며 읽어 왔기에 주변인들의 질문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역시 동화만 한 책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이들을 위해 쓰였다고 생각했던 책 들인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른의 삶을 깊이 성찰할 수 있어야 아이들에게 들려줄만한 이야기를 집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를 즐겨라
커다란 기쁨만이 소중한 것은 아닙니다.
조그만 기쁨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일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입니다.
저는 행복의 비밀을 발견했어요. 아저씨, 그것은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것입니다.
과거의 일을 가지고 후회하거나 미래의 일을 가지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에서 많은 기쁨을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지음 .
가족의 화목과 건강, 부유함, 직업적인 성공, 꿈의 실현.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목록들은 개인이 결정하고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충족되기 또한 힘들다. 그러니 뜬구름을 잡기보다 내가 온전히 누리고 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이런 작은 행복을 자주, 조금씩 누리는 게 행복을 얻는 실용적인 방법이 아닐까. /p072~076


부러 시간을 내어 읽지 않아도,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따스한 글을 만날 수 있었던 <가끔은 웅크리고 있어도 괜찮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읽게 될까 기대하게 되고, 짧게 소개하는 문장들과 저자의 자전적인 에세이를 읽다 보면 내가 손꼽고 싶은 인생의 동화는, 힘들 때 떠올리면 위로가 되는 이야기는 무엇이 있었던가?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꼽아둔 책이나 구입해둔 책들은 1/10도 읽지 못했는데  언제 다 읽을까 싶지만, 지금도 손에 잡히는 대로 잡식성의 책 읽기를 하고 있으니 한 십 년쯤 더 읽으면 나만의 책장에 꼽아둘 책들이 늘어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위한 응원과 격려를 찾기 위해 마법을 찾아 집어 들게 되는 게 책일지도 모르겠다.    책 읽기란 내가 나에게 스스로 거는 마법의 주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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