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 하겠습니다 - 나를 위한 위로 한 알 삼키기
니나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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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사이로 빼꼼한 얼굴, 겉표지를 걷어내면 엉거주춤한 주인공이 보인다.  하루에도 얼마나 자주 주춤, 멈칫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책장을 넘기며 글을 읽다 보면 "어? 이거 내 마음 같은데?" 하는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  순박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그래서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건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숨쉬기' 최근 들어 읽는 에세이, 심리 서적들에서 가장 많이 찾게 되는 단어인듯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고 답답해할까?  아마도 눈에 보이는 노출되어 보여지는 타인의 삶에 자신의 기대치를 나도 모르게 은근히 쫓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난...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거지?' 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우리는 남이었기에 원점으로 돌아온 거라고 생각하며 좋았던 시간들을 부정하고, 내가 상처받았다는 사실만 들여다봤다.  왜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까?  자책했고, 그것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네가 잠수를 타서, 네가 비밀을 만들어서, 네가 나를 부담스러워해서.' 

시간이 한참 지나 곰곰이 생각하니 문제의 5할은 내 탓이었다.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이유로 도롱뇽 꼬리 자르듯 관계를 잘라버린 것은 나였다.

나와의 거리를 두려던 상대를 인정하고 기다려줬더라면 지금과는 조금 달라졌을까?  /p73~74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 '행복'이 무언지 알지 못했고 궁금해하지도 않던 아홉 살 아이는 참 행복했다. 

어른의 행복은 행복하려고 발버둥 칠수록 멀어지는 느낌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행복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오늘 꼭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도 없기에.  /p173


어린 조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 건, 아이들은 그 시간 자체만을 행복하게 즐길 줄 알고 그 에너지를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마음이 꼭 나 같아서, 힘들어했던 몇몇 순간까지도 그 마음이 너무도 닮아 보여서 쓰다듬으며 읽었던 글이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에세이 작가들을 마음으로부터 응원한다.  이들도 나와 같구나, 이런 마음을 꺼내어 이야기할수록 더 단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론 잠시 멈춤도 조금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 '나는 왜 평범하지 못한 걸까?, 행복하지 않은 거지?'라는 마음이 들 때면 소소한 일상이지만 보통의 하루도 괜찮다고, 꼭 행복하지 않아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글이었다. 



"그렇겠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있을까?  힘든 건 지금인데... 어쩔 수 없이 지금은 힘들어야 한다는 말이잖아.  하지만 이만큼 명백한 진실도 없다.  정말 시간이 해결해주니까. 

나는 오늘도 무책임하고 효과 느린 '시간'이라는 약을 처방받고 삼켜지지 않는 위로를 억지로 삼킨다. /p19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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