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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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수많은 글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디지털의 발달로 이미지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텍스트가 줄어들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1인 미디어의 시초라 불리는 블로그가 성행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미처 발휘하지 못했던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사람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는게 현실이다. 개중에는 전문가 못지 않은 글을 뽐내는 아마추어 글쟁이들도 상당수다. 적잖이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나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간간이 글을 올리고는 하는데 이따금 글이 써지지 않아 말 그대로 OTL(좌절)상태가 되고는 한다. 그럴때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서두는 커녕 글의 소재도 떠오르지 않아 결국은 포기를 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나같은 블로그 운영자 뿐이랴. 중,고등학생이라면 글짓기 혹은 논술과제를 해야할 때, 대학생이라면 리포트를 쓸 때, 취업준비생이라면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겪는 문제일 것이다. 블로그 운영자야 대부분 자기만족을 위해 글을 쓰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 자체가 입시 및 학점, 취업과 직결되니 글쓰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글쓰기의 전략>은 그런 사람들의 고민을 적게나마 덜어줄 수 있는 책이다. 기존의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글쓰기의 조언이 아닌,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에 이론서이기 보다는 실용서에 가깝다. 책은 총 13장에 걸쳐 이루어져 있는데, 나의 경우 책을 다 읽고나서 자신감과 함께 막연하게 느꼈던 글쓰기의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사실, 글쓰기에 관해 따로 공부를 하거나 일부러 강의를 듣지 않는 이상 그것은 언제나 '멀고도 가까운 당신'인 것이다. 쓰고 싶은 말들은 넘쳐나는데, 그것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많이, 자주 쓰다보면 자신만의 체계가 잡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취약점을 보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책은 각 장이 끝날때마다 <알고보면 쉬운 우리글>이라는 코너를 선보이고 있는데, 자칫 틀리기 쉬운 단어나 헷갈리는 맞춤법 및 띄어쓰기에 관해 이해가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코너는 얼핏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수 있는 것을 되짚어 줌으로써 좀 더 완성도 높은 글쓰기에 기여하고 있다. 아무리 잘 쓴 글도 엉뚱한 곳에서 틀린 단어를 사용하거나 맞춤법이 틀려버리면 글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가 떨어지고 만다. 그것은 글을 쓴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코너는 작지만 강한 코너이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단, 앞에서도 말했지만 책이 실용성에 중심을 두고 있기에 자칫 '고등학교 작문책'처럼 보여서 답답할 수도 있겠다. 잘 쓰여진 글을 예문에 내세우고, 그에 대해 분석하며 이론과 실제적 방법을 내보인 후, 예제를 풀어보라는 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교과서의 전형이긴 하다. 그래서 오래 읽다간 지루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많이 보고, 많이 이해하고, 많이 쓰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은 흔하지 않다. 교과서마냥 답답하면 어떤가.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지침서로서 믿음이 가는 것이다.

'전략'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여러 전투를 계획·조직·수행하는 방책으로, 그리스어 strategia(將帥術)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 의미는 초기에는 '전쟁에서 적을 속이는 술책'이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현재에는 그 의미가 발전하여 국가 및 경영, 심지어는 입시에도 쓰인다. 그런 '전략'이 이제는 '글쓰기'에도 쓰이는 날이 온 것이다. 이것은 글쓰기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며, 좀 더 빠른 시간안에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알고만 있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영어학습법에 관한 책들을 수십권 독파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요는 그 책들의 도움을 얻었으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 아직도 글쓰기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당신, 이 책에서 도움을 얻었다면 차근차근 실행해 보라. 눈에 띄든, 안 띄든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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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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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때는 나름대로 고심하며 고르기는 하지만, 가끔은 제목 하나만으로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 있다. <통역사>가 그런 경우였는데, 이것은 마치 직업병 같은 것이다. 언어를 전공한 나는, (게다가 한때는 직업으로도 생각해봤던) 통역이니, 번역이니 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 눈에 띄면, 그것이 그저 잠깐 인용된 단어일지라도 이내 호기심이 발동하고 마는 것이다. 패션을 전공하는 동생이 TV를 볼때면 연예인의 얼굴이 아니라 입고있는 의상 브랜드와 스타일에 먼저 눈이 가는 것 처럼.

그렇게 불순한 생각(?)으로 접하게 된 이 책은 첫 문장부터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이 짧은 단 한줄의 문장에 수 만가지 생각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도대체 어떤 상황에, 어떤 마음이면 저런 문장을 토해낼 수 있을까.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9시란 시각에 담배를 피우는 여자, 게다가 그 담배마저 절망감의 표현라니...나는 이미 첫 문장부터 푹 빠지기 시작한다.

흔히 말하는 1.5세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가게되어 그곳에 정착한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자의로 한국을 떠난 1세대와 처음부터 그곳에서 태어난 2세대와는 다르다. 분명 한국 태생이지만 사춘기를 낯선땅에서 보냈고, 그 곳의 말을 유창하게 사용하지만 정체성은 그곳에 속해있지 않은 (혹은, 속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다. 주인공인 '수지 박'은 그런 1.5세대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녀는 29세의 통역사로, 한국어 통역일을 맡고 있다.

그녀의 이력은 간단하지만, 화려하다.
어릴적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나, 첫사랑이 불륜(게다가 미국인)이라는 죄로 부모와 절연했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한국의 가부장이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 앞에서는 입도 뻥긋 못하고 속앓이를 하시는 분이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왔음에도 아버지는 한국인의 뿌리를 중요시했고,그만큼 미국을 증오했다. 언니(그레이스)는 사사건건 그런 아버지와 부딪혔고 수지는 그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의 뒷통수를 때린건 수지였고, 그 결과로 수지는 도망치듯 한인사회를 떠났다.  그러나 그 부모님도 5년전 강도의 총에 맞아 살해당하셨고, 하나뿐인 혈육인 언니와는 연락두절 상태다. 부모님의 사망으로 수지는 스스로 첫사랑과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인정받지 못한 첫사랑은 깊은 후유증을 남긴다. 그녀는 마치 사랑은 불륜만 할 것 처럼 현재에도 또 다른 남자와 그런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간간히 의뢰가 들어오는 통역업무.

조금은 나른하던 그녀의 일상은 부모님의 기일이면 어김없이 배달되어오는, 엄마가 좋아하던 아이리스 꽃을 받으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순간 궁금해진 것이다. '누가 해마다 이 꽃을 내게로 보내는가?'
그리고 얼마 안가서 나는 이 소설의 장르가 평범한 일반문학임이 아님을 알아챈다. 이 소설...'추리'다. 아니, 정확히 한 장르로 구분짓기 어렵다. 아주 미묘하게 의식 저 아래에 깔린 그 무엇을 자극하는 상당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통역사는 양쪽 언어의 중간자 역할이 아닌, 마치 탐정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있다. 차분하게 서두름 없이,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이 작품이 데뷔소설이라는 '수키 김'은 범상치 않은 글 솜씨를 선보인다. 흔히 추리소설이라면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클라이막스 부분에 이르면 독자들을 정신없이 사건의 중심으로 몰고간다. 그러나 수키 김은 속도의 완급과 강약조절이 능숙하다. 정신없이 몰아치기 보다는 중요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관망한다. 강한 실마리를 제공하고도 뜸을 들인다. 제 3자의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기에 독자는 더욱 더 애가 탄다. 덕분에 나같이 성질 급한 사람은 뒤가 궁금한 탓에 읽는 속도에 탄력이 붙는다. 말 그대로 술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을 읽고 난 뒤의 기분이 썩 개운하지는 않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아니 사건의 전말을 알았다고 해두자) 책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던 이민 1세대들의 눈물겨운 투쟁, 1.5세대들의 애환이 영 마음에 걸리는 탓이다. 간혹 매체에서 다루던 극소수 '이민자移民者의 성공스토리'와 확연히 대조되는 그들의 삶에 마음이 아프다. 빨간색 바탕에 옛 교복을 입고 서있는 여학생의 표지가 무엇을 말하려 함인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꾹 참으면서 나는 책장을 덮는다.


덧) 수키 김은 이 책으로 미국 내에서 출판되는 다양한 인종과 색채의 문학 작품에 수여되는 '경계문학상'과 '구스타프 마이어 우수도서상'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헤밍웨이 문학상의 후보작에 올랐으며, 미국 최대의 서점 반즈 앤 노블에서는 '올해 주목할 작가 10인' 중의 하나로 수키 김을 선정했다고 한다.

나의 독서수첩에도 기대되는 작가 목록에 '수키 김'의 이름을 써 넣는다.
데뷔작에서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그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 기억에 남는 문구
 
수지는 지방 검사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요한 단어를 수첩에 적는다. 통역을 할 때는 아무리 문장이 길더라도 모든 단어를 정확히 옮겨야 하다. 통역사는 수학자하고 비슷하다. 그녀는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언어를 대한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동의어와 맞추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수지는 예전부터 이런 방면에 소질이 있었다. 두 가지 언어를 쓰면서 자란 환경 때문은 아니었다. 이민자 자식들이라고 해서 다들 통역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수지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녀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적인 의미와 함축적인 의미를 분리한다. 직역은 오역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는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통역사는 단어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이쪽 언어와 저쪽 언어 사이의 간격을 교묘히 메울 줄 알아야 한다.

... 2에 2을 더하면 4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해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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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1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래서 더 좋았고 뜻밖의 보물을 얻은 기분이었답니다. 책 내용하고는 달리요...

다소 2005-11-1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맞아요 :) 오랜만에 소설책에 푹-빠져서 읽은 느낌이예요.^^
 
CmKm -Sound Visual Book - 젊은 아티스트 여섯 명의 여섯 빛깔 여행기
김진표 외 지음 / 시공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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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 책이 출간되던 그 때부터 무척이나 읽고 싶었지만,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려는 듯한 구성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구입을 포기했었다. 이른바 'DVD가 담긴 본격 비쥬얼 사운드 북'이란다. 책의 소제목에서도 당당히 여행기라고 밝힌 걸 보면, 6명이 각자 여행하면서 담은 풍경과 인물들을 DVD에 담은 것이리라. 소개에 의하면 최고의 뮤지션이 참여한 음악도 들어 있단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에게는 아직 DVD 플레이어가 없었고, (나는) 볼 수도 없는 DVD때문에 종이질도 그다지 좋지 않으면서 18,000원이나 되는 고가(高價)의 값을 매겨 책을 낸 출판사가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적게 팔더라도 값 비싸게 팔아서 본전을 뽑아보자' 혹은 "이 책 보려면 어쩔 수 없이 DVD도 사게 만들어서 비싸게 팔아먹자'라는 상술로밖에 보이지 않아 투덜투덜하며 발길을 돌려야했던 것이다. 정말 그런거라면 차라리 버전을 두가지로 만들어 출판했더라면 판매부수를 더 올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만 사면 9,000~10,000원, 책+DVD를 사면 18,000원 이런 식으로!)
 
여하튼, 6개월쯤 지난 지금에서야 책을 읽게 되었는데, 기대가 컸던 탓일까? 솔직히 말하면 '빛 좋은 개살구'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 나야말로 영 본전 생각이 난다. 책만을 두고 보자면 뭐...그럭저럭 이미지와 디자인을 앞세우고, 나름대로 감각적인 문체로 포장을 했으니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리 손해될 건 없다. 그러나, 각각의 개성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고, 몇몇은 지루할 정도로 닮아있으니 보는 사람은 어느순간 심드렁해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 참에 '이게 18.000원이나 하다니...'라는 생각까지 들게되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게된다. 아...돈 아까워!
 
책은 정신/김진표/임상효/장윤주/홍진경/나얼 이렇게 여섯 파트로 진행된다.
일본여행을 하면서 예전과 다름없이 영수증으로 글을 쓰는 정신.
자동차로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나름대로 가이드역할에 충실한 김진표.
사진과 더불어 센티멘탈하게 파리여행담을 쓴 임상효,장윤주,홍진경.
자메이카 여행에서의 느낌을 오로지 그림으로 표현한 나얼.
 
왜 이 책을 여행기라고 했을까?
차라리 여행 에세이라고 했으면(사실 에세이라고 보기에도 한참 모자라지만...) 이렇게 배신감이 들지는 않았을것을.  물론 여행기라고 해서 어딘가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그건 그냥 가이드책이지.) 그러나 책의 절반이 여행을 가지 않았어도 쓸 수 있었을 감정의 산물들이고, '아~ 나도 가보고 싶어!'라는 생각보다는 '아~ 우울해'라는 느낌이 먼저 떠오르니 이거야 원. 큼지막하게, 혹은 색색깔로 꾸민 폰트들이 딱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꾸며놓으면 좋겠군!'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하니, 아무래도 난 이 책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가보다.(웬만해서는 별점을 후하게 주는 내가 딸랑 2개 준다는 건 정말 드문일.)
 
동생은 책이 출판되고 난 뒤, 이렇게 말했었다.
"이 책..판매용이었어? 난 Thursday Island에서 일정금액의 옷 사면 주는 책인줄 알았는데...;"
Thursday Island에서 후원한다는 광고를 하도 많이 봐서 자기는 그런줄 알았댄다.
음...생각해보니 차라리 그런 마케팅도 괜찮겠군 싶다.
그런데...후원업체도 있다면서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건데?-_-+
결국, 이들의 여행에 후원업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나 완전 상업용이예요!'임을 반증하는 건가?
조금 억측이지만 그럴수도 있겠구나!싶다. 씁쓸하다.
 
 
덧) 처음에는 별 3개였는데, 나처럼 DVD플레이어가 없는 사람들을 무시한 패키지 구성이 괘씸해서 별 1개를 빼버렸다. 쳇. 책을 보고 나니 '아~ 여행가고 싶어!'라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우~ DVD 플레이어 사고 싶어. 꼭 사고 말리라!'라는 오기가 생겨버렸다.힝~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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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 in Paris 파리의 스노우캣
권윤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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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낭만, 샹송과 예술이 있는 도시.
작년, 거의 '신드롬'이다시피 했던 '파리의 연인'이 아니더라도, 파리는 내게 이미 동경의 도시이다.

95년, '시드니 폴락'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 <사브리나>에서, 사브리나는 첫사랑의 상처를 안은채 파리로 유학을 가는데, 그곳에서 그녀의 모습은 서툴지만 열정적이고, 행복하지만 조금 외롭다.
그녀는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잠깐동안의 그녀의 파리생활을 잊지 못한다.
사실 아주 아름답게 묘사하지도, 그렇다고 길게 나온 장면도 아닌데, 난 파리를 생각하면 언제나 사브리나의 파리생활을 떠올리곤 한다. 그것은 아마 영화속의 그녀가 파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진정한 '파리지엥'이 아니라 무언가를 공부하고, 느끼고자 파리에서 생활하는 '이방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나와 같은 입장이라는 것. 그럼에도 묘하게 '파리지엥'의 낭만이 느껴지는 그 모습. 파리로 가면 모두가 그렇게 되는 것일까?

혼자놀기의 달인인 '스노우캣'의 파리여행기를 훔쳐보았더니 아무래도 정말 그런 것 같다. 스노우캣은 관광객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다가도 어느샌가 파리지엥이 되어버리곤 했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가도 어느날은 카페에 앉아 하루종일 커피향에 취해 멍하니 생각을 하고, 루브르 피라미드를 보며 들뜨다가도 그 곁에 조용히 앉아 석양을 바라기도 하고, 유명 초상화를 감상하다가도 그 앞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이국을 여행하는 사람은 평범한 거리나 건물, 사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신기해하기 마련이다. 그런 여행객이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처럼 편안하게 그곳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스노우캣은 그 쉽지 않은 일을 해 봄으로서 진정한 파리를 느낀다.

평소 스노우캣을 좋아하고 유럽 배낭여행을 꿈꾸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휘발유'같은 책이다. 떠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추스려 불씨만 남은 마음에 불을 확- 붙이는 휘발유. 게다가 스노우캣이 묘사한 파리와 남프랑스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매력적인 곳이니... 이 기회에 '확- 떠나버려!?'라며 여행사에 전화를 걸게 할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 책을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그 점, 꼭 유의해서 보길 바란다.


덧) 꿈만 꾸던 유럽 배낭여행, 앞으로 2년 안에 꼭 가보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생겨서 기분이 아주 좋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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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나레이션 1 - 시공 애장 컬렉션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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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누군가에게 '타임머신이 있다는 가정하에, 돌아가고 싶은 시기를 골라봐!'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창시절이라고 말한다. 그중에서 '고교시절'을 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내주위 사람들의 90%는 고교시절이라 말한다) 그건 아마 '고등학교때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했었다면...혹은 조금더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했더라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일종의 후회가 아닐까? 아무래도 고교시절이 지나면 어떻게든 사회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것이니까...

'나의 17세는 어땠지?'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너무 평범해서 히죽, 웃음이 난다. 정말 평범하게, 특별한 일 없이 보냈구나...싶어서 조금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게 평범한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다지 사건을 일으켜가며 지내진 않았으니, 나름대로 평범한거지 뭐! ( -_-);; - 적당히 야자 땡땡이 치고, 적당히 선생님께 반항하며, 적당히 교칙을 어기는 정도랄까? 어차피 중학교때 놀만큼 놀았으므로(-0-;;) 고등학교땐 얌전하게 지냈다고..!(당당)

원래 난 강경옥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뭐랄까 난해하다라고 해야하나? 독백같은 것이 많아서 글자수도 많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들 조금 어두운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했던 데에는 처음 강경옥님의 작품을 대했을때 제대로 읽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만화잡지에 연재되던 것을 내용도 모른채 중간부터 봤기 때문이라는게 더 큰 이유일 듯 하다. 그러니 당연히 흥미도 떨어지고, 중간중간 나오는 독백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리가 없지...-_-;; 더욱이 그 작품은 '노말시티'였다. 앞 내용을 전혀 모르고 봤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만 알뿐 세세한 부분은 전혀 몰랐던지라 미묘한 인물들의 감정과 대사가 하나도 감정이입 되지 않고 어렵게만 보였다. 또, 당시에 내가 만화를 보는 기준은 스토리도 중요했지만 예쁜 그림 우선이었으므로 딱 순정만화적인 그림이 아니면 잘 보지를 않았었다. (예를 들면 이은혜, 원수연, 한승원, 이미라같은 작가의 그림..) 아..강경옥의 그림체가 이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취향이 그 쪽이었다는 말이다.(에..변명이라나...;;)

어쨌든, 별로 좋아하지 않다가 '별빛속에'라는 작품을 보고 완전히 눈 뒤집혀서, 그때부터 찾아읽기 시작했던것 같다. (너무 감동한 나머지 서울문화사에서 재출시 된 것을 한꺼번에 사들이느라 한달동안 쫄쫄 굶었다.-_-;;;) 그렇게 해서 읽게 된 것 중에 '17세의 나레이션'이 있었는데 사실 당시의 느낌과 최근 새로 읽었을때의 느낌은 사뭇 틀리다. 책에서 세영이가 연극에서 '어린왕자'의 '여우'역을 맡았을때 말한것과 같이 '어렸을때 읽었던 그 느낌'과 '다시 읽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고 했던 것 처럼...(이래서 좋은 책은 한번 읽는게 아니라는 걸까?)

어릴적 부터 친하게 지내온 형제같은 남자친구가 나 외에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품는 것이 기분 좋을 여자애가 과연 있을까? 그건 남자의 경우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내가 그 애를 좋아한다, 안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나만의 것이라 여겼던 어떤것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기분! 그런 것이리라. 실제로 세영이가 현우를 좋아한다고 느낀건 혜미가 나타나면서부터니까...^^ 사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친구사이가 연인사이가 된다해도 지난 세월동안의 버릇, 행동, 기타 등등 때문에 오히려 '연인'이란 말로 묶여버리면 더 서먹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안그런 경우도 많겠지만...하하..

이 만화는 얼핏 보면 학원물의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가 주된 내용 같겠지만 잘 살펴보면 이것은 성장물에 가까운 만화다. 특별히 교우관계가 나쁜건 아니지만 썩 친한 친구도 없는 세영이가 17세를 맞이하면서 겪는 일련의 사건과 감정변화가 주축을 이룬다. 얼떨결에 든 연극부에서 만난 부장 연호선배, 어릴적 소꼽친구 현우, 그리고 그를 빼앗아간(?) 혜미, 어쩌면 이때부터 가장 든든한 세영의 우방이 되어줄 반장 현정은 17세의 세영이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다. 서로를 길들이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그들! 세영이가 느끼는 감정들, 고민하는 것들, 그리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읽는 나도 같이 느끼고, 고민하고, 더 나아가서는 내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만화다. 단지 재미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만화란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고등학교때 읽을때는 그냥 연호선배랑 사귀면 될 것을 괜히 현정이를 위한답시고 연호선배의 마음을 의심하는 세영이가 참 답답했는데..^^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그때는 '현정이 같은 이해심 넓고 어른스러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라 생각했던 것이 지금보니 '현정이도 역시 어렸던거야..'라는 걸 알겠고... 그러고보면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점점 이해되는게 많아지고, 포용력이란게 생기는건가보다. 하지만 그때와 바뀌지 않고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건 '남자들은 정말 무신경해!'라는 것! (-_-+) 현우는 말 할 것도 없고, 연호선배도 사실은 무신경한 남자라는 건 여전하다.(연호선배! 좋아하는 여자의 친한 친구와 가까이 지내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대놓고 만나는 건 무신경 한 것일수도 있다구요! -_-;; 그러니 현정이도 딴 마음 가지게 되고, 그것땜에 세영이가 쉽게 마음을 못 연것 아니겠어요? 난 그렇게 생각한다구요)

어른들은 곧잘 '지나고 나면 그런것쯤 아무것도 아니야. 어른이 되면 알꺼야!'라고 말하곤 한다. 하긴 이런말은 나도 사촌동생들에게 하곤 하니까...;; 그러나 그런말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다. 17세때는 17세 나름대로의 커다란 고민이 있게 마련이고, 어차피 속시원히 해결해주지 못할거라면 그들을 믿고 기다려봐주는것도 어른의 몫이다. 내가 17세때 느꼈던 고민과 그들의 고민이 같을 수 없으므로, 경중을 따질수는 없지만 함부로 말하면 곤란하지.. 난 나의 지난시절을 잊지않는 그런 어른이 되고싶다. ^^v

무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는 경우는 없어.
분명히 무언가는 후회하게 돼.
그래서 모든 건 섣불리 결정하는 게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또 변하니까.

...본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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