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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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수많은 글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디지털의 발달로 이미지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텍스트가 줄어들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1인 미디어의 시초라 불리는 블로그가 성행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미처 발휘하지 못했던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사람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는게 현실이다. 개중에는 전문가 못지 않은 글을 뽐내는 아마추어 글쟁이들도 상당수다. 적잖이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나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간간이 글을 올리고는 하는데 이따금 글이 써지지 않아 말 그대로 OTL(좌절)상태가 되고는 한다. 그럴때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서두는 커녕 글의 소재도 떠오르지 않아 결국은 포기를 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나같은 블로그 운영자 뿐이랴. 중,고등학생이라면 글짓기 혹은 논술과제를 해야할 때, 대학생이라면 리포트를 쓸 때, 취업준비생이라면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겪는 문제일 것이다. 블로그 운영자야 대부분 자기만족을 위해 글을 쓰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 자체가 입시 및 학점, 취업과 직결되니 글쓰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글쓰기의 전략>은 그런 사람들의 고민을 적게나마 덜어줄 수 있는 책이다. 기존의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글쓰기의 조언이 아닌,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에 이론서이기 보다는 실용서에 가깝다. 책은 총 13장에 걸쳐 이루어져 있는데, 나의 경우 책을 다 읽고나서 자신감과 함께 막연하게 느꼈던 글쓰기의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사실, 글쓰기에 관해 따로 공부를 하거나 일부러 강의를 듣지 않는 이상 그것은 언제나 '멀고도 가까운 당신'인 것이다. 쓰고 싶은 말들은 넘쳐나는데, 그것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많이, 자주 쓰다보면 자신만의 체계가 잡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취약점을 보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책은 각 장이 끝날때마다 <알고보면 쉬운 우리글>이라는 코너를 선보이고 있는데, 자칫 틀리기 쉬운 단어나 헷갈리는 맞춤법 및 띄어쓰기에 관해 이해가 쉽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코너는 얼핏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수 있는 것을 되짚어 줌으로써 좀 더 완성도 높은 글쓰기에 기여하고 있다. 아무리 잘 쓴 글도 엉뚱한 곳에서 틀린 단어를 사용하거나 맞춤법이 틀려버리면 글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가 떨어지고 만다. 그것은 글을 쓴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코너는 작지만 강한 코너이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단, 앞에서도 말했지만 책이 실용성에 중심을 두고 있기에 자칫 '고등학교 작문책'처럼 보여서 답답할 수도 있겠다. 잘 쓰여진 글을 예문에 내세우고, 그에 대해 분석하며 이론과 실제적 방법을 내보인 후, 예제를 풀어보라는 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교과서의 전형이긴 하다. 그래서 오래 읽다간 지루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많이 보고, 많이 이해하고, 많이 쓰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은 흔하지 않다. 교과서마냥 답답하면 어떤가.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지침서로서 믿음이 가는 것이다.

'전략'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여러 전투를 계획·조직·수행하는 방책으로, 그리스어 strategia(將帥術)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 의미는 초기에는 '전쟁에서 적을 속이는 술책'이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현재에는 그 의미가 발전하여 국가 및 경영, 심지어는 입시에도 쓰인다. 그런 '전략'이 이제는 '글쓰기'에도 쓰이는 날이 온 것이다. 이것은 글쓰기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며, 좀 더 빠른 시간안에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알고만 있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영어학습법에 관한 책들을 수십권 독파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요는 그 책들의 도움을 얻었으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 아직도 글쓰기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당신, 이 책에서 도움을 얻었다면 차근차근 실행해 보라. 눈에 띄든, 안 띄든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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