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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29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28권을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29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니, 이렇게 빨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28권을 좀 늦게 읽은 편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발매 텀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좀 빠른 감이 있다. 3개월 만에 뒷 이야기를 볼 수 있다니, 물론 나야 후속권이 빨리 나와주니 무척 고맙지만, 그간 척박한 만화시장에 워낙 연재 중단과 펑크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이런 일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어쨌든 생각지도 못했는데 떡 하니 뒷 이야기가 나와주어서 마치 깜짝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으로 29권을 읽게 되었다.
28권에서 프리가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슬슬 본격적인 3세대 이야기가 진행될 것을 암시했었는데, 와우-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덩달아 가슴이 뛴다. 29권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프리와 히로의 만남이다. 물론 28권에서도 만나긴 했지만, 그렇게 우연히 스치는 듯한 만남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확실히 인지한 제대로 된 만남이라는 점에서 29권의 그 장면은 의미가 남다르다. 히로로서는 그 옛날 왕비마마(비이)와 했던 약속 -공주님(프리)의 첫번째 수호기사가 되리라는- 을 이제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고, 프리로서는 앞으로의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어줄 이를 만난 것이다. 히로가 사람들 앞에서 "신 히로이크·바이다,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라고, 그간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무릎을 꿇는 장면이 어찌나 가슴 찡한지. 어우, 순간 또 코 끝이 찡한게 눈물이 고이는 거다. 생각해보면 매우 전형적인 장면인데, 나는 늘 이런 씬에 약하다. 여기에 음악까지 웅장하고 처연하게 터져주면 진짜 눈물 흘리는 건 일도 아닌데 말야. (만화라서 그건 안되는군.) 여튼 그렇게 바라왔던 히로와 프리의 재회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만세! 근데 앞으로가 고달파보여서 마냥 좋지만도 않구나.
이 밖에 몇몇 인물에 대한 단상을 늘어놓자면, 요피나 왕비는 애저녁에 큰 인물 되기는 글러먹었다. 처음에는 (재수는 없지만) 그럴싸한 악역 정도는 돼 줄거라 생각했는데, 빠듯한 왕실 재정에 역대 왕비들보다 배는 더 받아쓰면서 파티할 돈 없다고 재정고문 닦달하는 거 보니 이미 멋진 악역은 물 건너간 듯. 하긴 라라 핍박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_-; 그에 비해 오빠인 실라이 왕자는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꽤 멋진 악역(?)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진짜 악역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카데이는 병중이라는 그럴 듯한 핑계로 얼굴을 내보이지 않다가 기회를 포착, 단숨에 스가르드를 공격할 구실을 만들어 전쟁에 돌입하는 게 과연 스카데이답다; 싶고, 야파와 테오도라는 어휴, 이 커플도 참 불쌍해서 보기 안쓰럽다. 좀 행복해져도 좋을텐데. 시벨은 외모는 물론 기질마저 언뜻 아버지와 닮은 꼴로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되고, 아레아는 음...테오도라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해서 얘도 마음 쓰인다. 쥬드와 첼시 삼촌은 감초 역할 톡톡히 해내며 즐거움을 주고 있고, 28권부터 꽤 비중있게 등장한 비체와 디안은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 무엇보다 29권에서 반가웠던 얼굴은 애쉬(에스힐드)다. 와, 오랜만에 보니까 어쩜 이리 반가운지, 훗훗. 빨리 프리 일행이랑 만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애쉬가 무술 가르치던 그 왕자.. 얼굴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 군. 핫핫. 더욱이 앞으로 새롭게 프리 일행의 원군이 되어줄 것 같으니 요체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이인데... 어머, 세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보여. ㅠㅠ 그래서인지 예전에 느꼈던 세이 특유의 날카로움이 덜 느껴진다. 하긴 언제적 세이인데.. 하지만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많이 남아 있을 거라 믿는다.
..........으음, 다 썼나? 아유, 프린세스는 워낙 긴 이야기에 등장인물이 많아놔서 짧게 감상 쓰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헥헥. 어쨌건 30권도 기대기대. 29권 같은 페이스라면 빠르면 12월 말, 늦어도 1월엔 만나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게 한국의 만화 시장인지라, 그저 잊고 있는 게 상책일 듯. 그나저나 30권에서는 비욘이랑 레오를 만나볼 수 있으려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