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어보를 찾아서 4 - 모래섬에서 꿈꾼 녹색 세상
이태원 지음, 박선민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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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다시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손에 잡았다. 이 책은 총 5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권 한 권의 두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대략 500쪽 분량이다. 그러므로 총 2000쪽 분량인 것이다.) 3권까지 읽고 잠시 접어두었다가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생겨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록 굉장히 오랜만에 읽은 책이지만 이 책은 정말 글쓴이의 노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4권에서는 앞 권에서와 달리 해양생물보다는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유배 생활이나 그들의 사상에 대해 많이 살피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유배 가는 길을 살피고 있는데 특히 정약전, 정약용 형제가 겪어야 했던 옥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날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도 있고 고문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사실 우리나라도 20년 전까지는 공공연하게 고문은 자행되었었다.) 그 당시 정약용, 정약전 형제가 당해야 했던 옥고와 고문은 정말 상상이상이었다. 하지만 분명 당시 조선의 법령은 그렇게 비인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말단 관리에까지 이런 의도가 전달되었을리는 만무하였다고 글쓴이는 말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에도 교도소의 인권 문제는 사각지대임이 분명한 것 같다. 과거 인권연대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교도소 인권은 선진국에 비하면 굉장히 부족하다고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있다.

 이어서 동림사 독서기에서 정약용은 아래와 같이 약전 형에게 말한다. “중이 중노릇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부모 형제 처자의 정을 느낄 수도 없고, 술과 고기를 먹을 수도 없으며, 음탕한 소리를 늘어놓거나 아름다운 여색을 즐길 수도 없는데 어찌하여 저들이 고통스러운 중노릇을 하고 있겠습니까? 진실로 그와 바꿀 만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형제가 학문을 시작한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는데, 일찍이 이곳에서 맛본 것 같은 즐거움을 또 느낀 적이 있었습니까?” 즉 이렇게 아름다운 산천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오늘날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른 듯하다. 공자께서는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라고 말씀하셨지만 과연 즐겁게 공부하는 사람이 현재 있는지도 궁금할 다름이다.

그 외에 글쓴이는 정약전이 지구가 둥글다거나 조석에 대해 연구했다고 하거나 현산어보의 생물 분류 체계가 린네의 현대적 분류 체계보다 부족했던 것에 대해 조선의 쇄국 정책 때문에 지식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열심히 속된 말로 쉴드를 쳐주고 있으나 이런 반론에 대해 일리가 있지만 이미 정약전보다 100여 년 전에 뉴턴은 <프린키피아>를 통해 만유인력을 밝혀내어 조석의 비밀을 풀어낸 것에 비하면 변명이 조촐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동료 모임인 <죽란시사>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나 역시 이런 저런 모임이 있는바 정약전, 정약용 형제처럼 이런 아름다운 모임이 되길 바란다. 이제 길었던 <현산어보를 찾아서>도 마지막 권만 남겨두고 있다. 정약전의 마지막을 5권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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