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협회, 토론공화국을 꿈꾸다 - 사회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25
이황직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본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책을 읽을 때는 바로 본문부터 시작하기 보다는 책의 표지와 머릿말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그러던 중에 가장 먼저 이 책의 출판사 이름인 '프로네시스(Phronesis)'의 뜻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책에 따르면 '프로네시스(Phronesis)'지혜 혹은 지적인 통찰을 가리키는 고대 그리스 말로 특히 실천적 지혜(Pratical wisdom)을 의미하며 소크라테스는 '프로네시스(Phronesis)'를 현명한 사람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렇게 '프로네시스(Phronesis)'를 출판사 이름으로 선택한 만큼 지혜, 특히 실천적 지혜를 가져다주는 책을 만들겠다는 출판사의 의지를 출판사 이름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곳곳에서 글쓴이의 은사인 '박영신 교수'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도 1학년 때 박영신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의 1학년때의 회상이 이어지게 되었다. 당시 공학도로서 인문학적 소양이 전무하던 나는 필수적으로 인문/사회쪽 교양 수업을 이수해야만 되었고 그 많던 교양 수업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현대 사회와 사회학]이라는 수업이었다. 당시에는 '사회학'이 무엇을 배우는 수업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사회학'이란 학문 이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다. 결국 이 수업을 수강해서 첫번째 수업 시간이 되었는데 들어오는 교수님이 호호백발이신 것 아닌가? 이것도 놀랍지만 교수님이 들어오자마자 약 절반 정도의 학생이 그대로 일어나서 나가는 것이 더욱 더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나이 드신 교수님이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수업을 하고 결정적으로 학점도 잘 안 준다는 점은 나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교수님 얼굴을 보자마자 일어나 나가는 것은 교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본인의 경우 그래도 첫 수업은 들어보고 수강 변경을 고민해보자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자칭 한국 최고의 명문 사학이라는 학생들 수준이 고작 이정도라는 것이 지금도 굉장히 부끄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첫번째 수업 자체는 굉장히 신선했고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수업의 교수님을 학교 자유게시판에서 검색하니 '신입생의 절반을 F를 준다느니',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무너졌을때 건축공학과 학생은 전부 F를 줬다느니'라고 학점을 굉장히 짜게 준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1학년 때에는 학점은 [out of 안중]이었다. 물론 학부대학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학과 선택을 위해서는 학점도 필요했지만 당시 흥미가 있었던 '화학공학과'√2, √3도 들어갈 수 있었던 학과였다. (물론 지금은 공대 안에서 최고의 선호 학과로 변신하였다.) 그래서 수강 변경을 하지 않으면서 학점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단지 무엇 하나라도 얻어가는 공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수업 자체도 힘들지만 특이한 점은 3학점 짜리 수업이라서 일주일에 2시간 수업 하나, 1시간 짜리 수업 하나를 하는데 2시간 수업은 강의하지만 1시간짜리 수업은 10명 정도로 조를 짜서 조교와 함께 2시간씩 쪽글 제출토론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래도 '학점'을 감안해야 되고 당시 인문/사회적 소양이 전무했던 나는 그다지 토론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지는 못했다. 물론 일주일에 2~3편씩 읽어야되는 논문은 꼬박꼬박 읽어서 쪽글을 써 냈지만 말이다…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사회학'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이 책의 글쓴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사회학을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사회학자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글쓴이와 달리 나는 감히 전공을 변경할 용기가 없었으며 나에게 조언을 해줄 멘토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현대사회와 사회학]은 나에게 있어서 '막스 베버'의 이름과 박영신 교수님이 한글을 사랑하셔서 소싯적에 쓰시던 Love letter에 honey나 darling 대신에   '달님, 해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기억만 남기고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연세대학교 선배에게 박영신 교수에게 물어보니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특히 "쓰레기다"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는데 외국에서 '막스 베버'만 공부하고 와서 오직 이것 하나만 가지고 먹고 사는 교수이며 고생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이상론에 치우쳐있고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중요시해서 기독교적 윤리관에 기초를 둔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적 학자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학이라 함은 사회 구조를 연구해서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내어야 하는 학문인데 박영신 교수의 경우 오직 현실 문제의 해결책으로 프로테스탄트 윤리, 즉 성실하고 열심히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면 된다는 식으로 철학이 없는 주장을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와 비슷하게 이 책에서도 서재필 윤치호, 이승만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이 책의 부제를 '서재필 위인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서재필을 훌륭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 다른 의견도 굉장히 많다. 특히 독립협회를 단순히 자신의 정치도구로 이용했을 뿐이며 친미파이며 당시 지식인으로서 우월적 입장에서 계몽주의를 추구했다는 의견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윤치호에 대해서는 [윤치호 일기]등을 통해서 적극적인 친일파라고 하는 데에는 학계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사실상의 원전으로 삼고 있는 신용하 교수의 [독립협회연구]를 읽어 보았는데 이와 비교하여 독립협회와 협성회에서 이승만의 역활이 너무 강조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연구가 빈약하고 신용하 교수의 [독립협회연구]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글쓴이는 팩션과 역사서 사이에서 새로운 서술 방식을 이용하여 쉽게 독자에게 독립협회에 대해 이해하게 도와주는 점은 굉장히 신선하다. 그리고 토론의 중요성과 방법론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과거의 '만민공동회'가 현재의 '촛불시위'와 비교해서 시사점이 많아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독립협회의 인물에 대한 평가는 천편일률적으로 긍정적이라서 균형 잡힌 시각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이 책을 시작으로 삼고 다른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독서하는 것이 올바른 지식을 가지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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