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대산세계문학총서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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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줄거리는 너무도 간단합니다. 예민한 형이 우선은 동생과 부인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관계는 곧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형의 상태는 그것을 확인한 뒤에도 좋아지지 않습니다. 형은 그것을 계기로 완벽한 삶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예, 이게 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울림은 대단합니다. 마지막의 서간문을 제외한다면 이렇다할 어려운 문구들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이웃의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감정의 과잉도 없지요. 짧게 짧게 끊어진 단락들은 이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조금씩 쌓여갈수록 독자의 마음 속에도 무엇인가가 쌓여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결론에 이를 무렵에는 깊은 한숨을 쉬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숨에는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운 인간 존재의 고민까지도 들어있게 됩니다. 소설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담담하게 흐르다가 독자의 가슴에 무엇인가를 팍하고 남게 하는 것, 쉬운 것 같은데 어렵습니다. 어딜 가나 정도는 걷기 힘든 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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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풍의 포르투갈어 - 전후일본단편소설선 2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24
오에 겐자부로 외 지음, 오경 외 옮김 / 소화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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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느낌은 좀 낡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첫 소설과 두 번째 소설이 그러했다. 그러한 느낌은 전쟁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 소설, 메아리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거기서 이 책 읽는 것을 끝낼까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뒤에 자리잡은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에 대한 유혹이 컸다. 결국 내 머리를 치게 만든 소설들은 종군 사제 부터였다.

프랑스의 상황을 빗대어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물었던 종군 사제, 소설가의 하루를 풍자적인 기법으로 그려낸 흔들리다, 도피하고 싶은 유혹과 그 유혹에 맞서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이 책의 표제작이 주는 울림은 제법 컸다. 나로서는 역시 오에 겐자부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제일 큰 수확이었지만 흔들리다를 읽으면서 소설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 것도 가외의 수확이었다. 소설 중의 한 마디, 열쇠가 될 만한 작품이 지금의 일본에 있습니까, 라는 말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소설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처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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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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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예측 가능하다. 애니메이션을 화두 삼아 철학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도, 이 책은 그 의도를 한 치도 거스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요즈음에 유행하는 문화를 화두로 한 다른 책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책을 열어보기 전까지의 일이다. 이 책을 여는 순간 독서 전에 가졌던 그러한 의구심은 사라진다. 오히려 두 가지 열망을 갖게 되는데 하나는 이 책에 언급된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저자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철학은 그에게 있어 삶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는 듯하다. 어려운 철학적 주제들은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함께 유려하게 서술되고 독자는 어렵지 않게 철학적 질문의 핵심에 마주서게 된다. 나는 특히 라이온 킹에 제시된 화두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하쿠나 마타타에 대한 얘기,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대한 얘기는 내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도 맞닿아 있어 가슴 깊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그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해 근본적으로 너무 호감을 갖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곳곳에는 체제 수호적인 보수적인 색채들이 숨어있다. 물론 가볍게 넘기고 근본적인 화두만 다루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그러한 보수성이 갖는 위험을 지적했더라면 더욱 균형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바탕이 잘못된 화두란 신자유주의자들의 그것처럼 위험하기 마련이니까.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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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 세계의 고전 사상 7-001 (구) 문지 스펙트럼 1
에피쿠로스 지음, 오유석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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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즈음의 나에게 삶의 의미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나는 왜 사는가를 이미 오래 전에 이 세상을 산 그리스 철학자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쾌락이란 고통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고 주장하는 이 오래된 철학자, 그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시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역자에 의하면 회의론이 지배하고 개인주의적 사고가 창궐하던 시대라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 배경이 아니고서야 저렇듯 회의적이며 도도하게 견디는 발언을 할 리가 없을 터이다. 내가 사는 세상, 이천년이 흘렀건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가 직면했던 상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덕분에 여전히 그의 경구는 내 삶의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현장감 있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죽음을 피해 위험한 도시로 몰려든다, 에피쿠르스의 말이다. 이보다 더 현대적인 경구가 있을까? 우리는 결국 항상 허상에 얽매여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그의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이 세계에 사는 의미를 탐구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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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 칼비노 선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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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은 그저 엉뚱하기만 했다. 세상에, 나무 위에 사는 사람이라니 요즈음이라면 해외 토픽에나 등장할 화제였다. 하지만 글을 읽어나갈수록 나는 점점 더 나무 위의 남작에게 빠져들었다. 그는 그저 기인이 아니었다. 그는 나무 위에 사는 명확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나무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미친듯이 돌아가는 세상을바로 보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나무 위에서 스스로 우러난 지식 욕에 따라 책을 읽고 사람들의 일을 도와준다. 그것은 결코 죽은 지식이 아니라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우러른 지식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 삶의 의미를 망각해나가고 추상적인 것에만 의지하는 우리의 삶에 비하면 그의 삶은 놀랄만큼 현장감있고 생동적이다. 정녕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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