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내용은 예측 가능하다. 애니메이션을 화두 삼아 철학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도, 이 책은 그 의도를 한 치도 거스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요즈음에 유행하는 문화를 화두로 한 다른 책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책을 열어보기 전까지의 일이다. 이 책을 여는 순간 독서 전에 가졌던 그러한 의구심은 사라진다. 오히려 두 가지 열망을 갖게 되는데 하나는 이 책에 언급된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저자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철학은 그에게 있어 삶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는 듯하다. 어려운 철학적 주제들은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함께 유려하게 서술되고 독자는 어렵지 않게 철학적 질문의 핵심에 마주서게 된다. 나는 특히 라이온 킹에 제시된 화두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하쿠나 마타타에 대한 얘기,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대한 얘기는 내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도 맞닿아 있어 가슴 깊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그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해 근본적으로 너무 호감을 갖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곳곳에는 체제 수호적인 보수적인 색채들이 숨어있다. 물론 가볍게 넘기고 근본적인 화두만 다루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그러한 보수성이 갖는 위험을 지적했더라면 더욱 균형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바탕이 잘못된 화두란 신자유주의자들의 그것처럼 위험하기 마련이니까.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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