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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풍의 포르투갈어 - 전후일본단편소설선 2 ㅣ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24
오에 겐자부로 외 지음, 오경 외 옮김 / 소화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첫 느낌은 좀 낡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첫 소설과 두 번째 소설이 그러했다. 그러한 느낌은 전쟁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 소설, 메아리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거기서 이 책 읽는 것을 끝낼까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뒤에 자리잡은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에 대한 유혹이 컸다. 결국 내 머리를 치게 만든 소설들은 종군 사제 부터였다.
프랑스의 상황을 빗대어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물었던 종군 사제, 소설가의 하루를 풍자적인 기법으로 그려낸 흔들리다, 도피하고 싶은 유혹과 그 유혹에 맞서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이 책의 표제작이 주는 울림은 제법 컸다. 나로서는 역시 오에 겐자부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제일 큰 수확이었지만 흔들리다를 읽으면서 소설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 것도 가외의 수확이었다. 소설 중의 한 마디, 열쇠가 될 만한 작품이 지금의 일본에 있습니까, 라는 말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소설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처럼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