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
돈 리 지음, 임주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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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이란 게 그렇다. 있는 것 같지만 만져보면 이내 푸석푸석해지고, 그러고는 곧 사라져가는 먼지와 같다. 이 책은 그런 먼지와도 같은 책이다. 그들이 품고 있던 열망들은 어느새 차가운 얼음이 되어 있다. 그들이 내밀었던 펀치는 어느새 다시 그들의 얼굴을 때리고 있다. 이런 책은 결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다만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씁쓸하게 읖조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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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핍한 날의 벗 태학산문선 101
박제가 지음, 안대회 옮김 / 태학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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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렇게 아름다운 삶이 있었을까.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는 놓치고 사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박제가, 이덕무, 박지원, 백동수 등 일세를 풍미했던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너무도 모르고 있다. 백동수를 기린협으로 보내면서 박제가가 읊었던 글들, 그리고 이덕무와의 우정어린 글들, 너무도 아름다워 차라리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것은 그들의 삶이 진정 너무도 치열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니 한심스럽다. 그들보다 나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짧지만 그 어떤 두툼한 책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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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전당포 살인사건
한차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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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 할 것 없다. 정말 공 하나는 잘 몰고 다닌다. 뺏길 듯, 뺏길 듯 하면서도 좀처럼 뺏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쉴 새 없이 지껄인다. 그 잡설들이 꽤나 재미있다. 그 재미에 볼을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을 잊을 정도이니. 다만 한 가지, 무작정 칭찬만 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운 것을 적어보자면 그래서 골을 넣었으냐 하는 것이다. 심각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과연 골을 넣었느냐 말이다. 하지만 후기에서도 드러나듯 어차피 한차현은 브라질 대표팀은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한국대표팀인 것이다. 브라질 대표팀에게는 골을 못 넣은 것이 커다란 흠이 되지만 한국대표팀에게는 그렇지도 않다. 좋은 경기, 때로는 그것이 한 골보다 더 값진 것일 수 있다. 200페이지 정도였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 해 보지만 이내 지우고 만다. 그래도 장편인데 1,000매는 써야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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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 2003년 제48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조경란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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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대문학상 수상작은 우리 나라 문학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대중과의 의사소통 불능이라는 문제이다. 수상작은 내가 보기에 문학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좋아할 작품이다. 정교한 문체, 꿈결 같은 비유, 적절한 몽롱함, 아마도 선자들은 이거다, 하고 이 작품을 집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보자. 내가 보기에 이것은 저자가 반복적으로 써온 글의 답습에 지나지 않는다. 정교한 문체, 이야기는 한 걸음도 전진하지 않는다. 꿈결 같은 비유, 비현실적이며 읽는 이를 혼란스럽게만 만든다. 적절한 몽롱함, 졸리다.

모든 수상작이 문제작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글은 커피나 마시며 읽기에나 적당한 글이다. 단언하건대 이 글에는 현실이 없다. 생살이 팍팍 드러나는 김영하의 글이 마지막에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물론 그의 수상작이 그의 작품 중 최악이었다는 사실에 다소 마음이 아팠지만.이 글은 비난의 글이 아니다. 하지만 의사소통, 중요한 문제다. 나는 문학의 소수의 사람들의 고급한 문화로 남아 있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이 수상작은 그런 위험성의 징후를 너무도 잘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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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루이스 V. 거스너 Jr. 지음, 이무열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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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책일 것이라 짐작했다. 기분이 우울하지만 않았다면 이 책은 결코 사지 않았을 것이다. 표지에 감도는 푸른 기운이 좋았다. 남자의 인상 또한 나빠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내게는 IBM과 적지 않은 인연이 있었다. 신입 사원 시절 나는 IBM에 대한 책을 읽고 리포트를 써야 했으니까. 향수 또한 없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적 IBM이야, 하는.
하지만 이 책은 나의 기대를 첫 페이지부터 보기 좋게 배반해 버렸다. 회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껄렁껄렁한 말투가 나를 사로잡았다. 괜찮은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사람을 믿지 않는 나였지만 이 사람이야말로 IBM에는 꽤 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접으면서 우리네 회장들을 생각했다. 목에다 기브스한 인간들. 이 책을 읽고도 계속해서 힘만 주고 있을까? 그렇겠지. 나는 역시 훌륭해 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읽고 조금만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무얼 원하는지 조금만 알았으면 정말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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