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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 2003년 제48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조경란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현대문학상 수상작은 우리 나라 문학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대중과의 의사소통 불능이라는 문제이다. 수상작은 내가 보기에 문학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좋아할 작품이다. 정교한 문체, 꿈결 같은 비유, 적절한 몽롱함, 아마도 선자들은 이거다, 하고 이 작품을 집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보자. 내가 보기에 이것은 저자가 반복적으로 써온 글의 답습에 지나지 않는다. 정교한 문체, 이야기는 한 걸음도 전진하지 않는다. 꿈결 같은 비유, 비현실적이며 읽는 이를 혼란스럽게만 만든다. 적절한 몽롱함, 졸리다.
모든 수상작이 문제작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글은 커피나 마시며 읽기에나 적당한 글이다. 단언하건대 이 글에는 현실이 없다. 생살이 팍팍 드러나는 김영하의 글이 마지막에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물론 그의 수상작이 그의 작품 중 최악이었다는 사실에 다소 마음이 아팠지만.이 글은 비난의 글이 아니다. 하지만 의사소통, 중요한 문제다. 나는 문학의 소수의 사람들의 고급한 문화로 남아 있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이 수상작은 그런 위험성의 징후를 너무도 잘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