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문화사
구드룬 슈리 지음, 장혜경 옮김 / 이마고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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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문화사라, 제목이 거창하면 바라는 게 많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책이 되고 만 것 같다.지금은 디자인도 잘 하고, 책도 잘 만드는 이마고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작품이니 그럴 만도 하다. 다만 내용은 사실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미시사의 타이틀을 건 책 중 이 책보다 허접한 책은 많았다. 거기에 비하면 이 책은 좀 잡다하기는 하지만 건드릴 것은 그래도 건드리고 넘어간 면은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작가의 말이 이렇게 솔직하게 들어맞는 책은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런 한계를 지닌 책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보면 제법 재미로 느낄 수 있다. 파우스트며, 드라큘라며, 교수대며 하는 얘기들은 언제 읽어도 새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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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이 전해준 선물
니키 싱어 지음, 최재경 옮김 / 에코리브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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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청소년 용 책을 펴내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그 대상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좀처럼 책을 사려하지 않으니까. 느낌표에나 나오고, 학교에서 추천해야만 책을 사려 하니까. 그런데도 이 출판사는 구준히 청소년 용 책을 내고 있다. 박수를 보낸다. 이 책, 청소년 용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좋은 책은 연령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설마하며 읽었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제법 감동을 받았다. 그것도 조작된 감동과는 다른 종류의 감동이었다. 진정한 문학만이 줄 수 있는 미덕을 이 책은 지니고 있었다. 번역도 깔끔하고, 책도 예쁘고...... 어릴 때 읽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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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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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극찬하는 책에 대해 서평을 쓰려니 부담이 되네요. 하지만 나름대로 연암에 대해서는 꽤 관심이 있던 터라 한마디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이 책 재미있습니다. 내용도 충실하고요. 하지만 모든 것을 유목의 관점, 그것도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유목 좋아하고 들뢰즈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유목의 함정에 발목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이 책을 비난하려는 건 아닙니다. 박제된 천재 박지원을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만든 공헌 지대합니다. 그렇지만 박지원이 과연 그렇게 탈 중세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100퍼센트 동감하기는 힘듭니다. 한 사람에 대한 최대의 칭찬은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의 비난이 함께 할 때 더 돋보이는 건 아닐까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쉽게 욕하기는 힘들지만 그럴 때 그 사람은 더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요?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왠지 몰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한편으로 지울 수 없는 건 왜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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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열림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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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소설이다. 소설 속 공간들 또한 그렇다. 공원이며, 직장이며 모를 것이 없는 공간들이지만 이 소설 속에서의 공간들은 마치 안개처럼 붕 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묘한 이질감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하루키에게 부족한 현실감이 넘쳐난다. 작가는 20대 젊은이의 내면, 그것도 조직 체계에 묶여 살 수밖에 없는 청년의 내면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플라워스에 등장하는 목욕탕 신은 특히 압권이다. 벗은 남자들의 근육질과 폭력, 그리고 미묘한 슬픔. 이런 소설을 읽고 나면 하루 종일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좋은 소설이 주는 선물이라고나 해 두자. 다음 소설이 기대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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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자를 위하여
송영 지음 / 창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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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의 시선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다. 요근래 이렇듯 편안하게 읽었던 소설집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는 발로자를 제일 좋게 읽었다. 열정과 실력을 겸비했으면서도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여러 일들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어쩌면 이 소설의 주인공인 박노자에 대한 호감과도 겹쳐서 소설이 더 좋아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소설들이 대체로 조금은 늘어져 있는 느낌을 받아서이다. 소설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공식은 물론 없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읽고 나면 이런 의문이 든다. 소설과 기행문, 그리고 소설과 에세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너무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읽는 동안 정신이 긴장되기 보다는 이와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소설들은 주제를 대부분 직접적으로 노출하고 있었고, 인물들은 따뜻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런 평을 쓰는 것은 노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걸까? 머리가 조금은 어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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