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 옌칭 도서관의 한국고서들
허경진 지음 / 웅진북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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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출판저널에 수록되었던 글들을 수정해서 엮은 책이라고 한다. 잡지에 실렸던 글들, 그것도 출판저널에 실렸던 글들이라면 깊이보다는 흥미를 추구했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제목이 주는 모호한 매력에 이끌려 책을 구입했다. 한 꼭지 읽고 난 뒤 후회막급. 두 번째, 세 번째 꼭지를 읽어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역사란 참으로 재미있는 분야다. 그렇지만 사료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겉만 훑고 지나간다면 역사처럼 재미없는 분야 또한 없다. 이 책에 실린 글들에서 저자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노고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나 그 노고를 하나의 결실로 맺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다. 본격적인 이야기들은 연구서에서 풀어 놓을 결심인지는 모르나 그렇다면 그 또한 대중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소개하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는 해도 조금더 진지한 저자의 열정을 행간에서 읽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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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 16세기 큰선비 하서 김인후를 만나다
백승종 지음 / 돌베개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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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시사, 혹은 생활사에 관련된 책들이 나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역사책을 백 번 읽어도 옛날 사람들이 무얼 하며 살았는지는 결코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죽은 역사에 활력을 주는 것은 미시사 내지 생활사의 공로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있다. 특히 서양에 비해 일천한 국내 미시사 연구를 보면 더욱 그렇다. 저자는 김인후를 살아 있는 인물로 느껴지도록 많은 애를 썼다. 그렇지만 어쩐 일인지 이 글 속의 김인후는 영 딱딱하기만 하다. 저자의 소설적 재능이 아쉬운 부분이다. 소설을 쓰라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의 상상력만 더 했다면 참으로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전작인 '그 나라의 역사와 말'보다 훨씬 낫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다음 책을 기대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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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F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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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광석이 부른 노래 가사 중에 '긴 침묵으로 야위어가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대변하는 구절이다. 젊은 날의 꿈을 상실한 주인공은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모습으로 조금씩 야위어간다. 이 때의 야윔은 물론 육체적인 것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의 마음이, 꿈이 조금씩 야위어간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마음을 제대로 표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도, 아이들도 그의 편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세계에 있고, 주인공은 주인공 나름의 세계에 있다. 누굴 탓할 문제도 아니다. 다만 그저 그런 것이다.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고, 꿈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듯 막연한 주인공이니 결코 다른 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렇게 늙어가는 것일까? 그렇게 꿈을 잃어버리는 것일까? 누가 보지 않으면 가족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 싶다는 기타노 다케시의 인터뷰 내용이 생각난다.

이 책은 한번 쓰레기통에 넣었다가 뒤돌아서 다시 가족을 꺼내는 남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것, 다시 주워왔지만 또다시 버리고 싶은 것.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는 것. 하루키의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만 바라보고 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과 외부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다. 누가 이 남자를 용기 없다고 탓할 것인가? 이제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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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둘러보기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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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좋지만 저자의 흥분하지 않는 목소리가 더욱 매력적인 책이다. 모든 종교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시선도 좋게 느껴진다. 복잡한 내용을 복잡하지 않게 설명했다는 것, 그것은 저자가 자신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증거다. 두고 두고 곁에 놓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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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
제이 루빈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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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어 본 하루키 책 중에 사적인 정보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책이다. 하루키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사진 찍힌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의 삶에 대한 정보는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루키는 이 책의 저자 루빈 교수에게 상당히 많은 부분을 보인 셈이다. 그러한 정보들은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 책은 컬트 작가로서의 하루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 책이기도 하다. 하루키는 세계 문학 속의 하루키가 되었고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하루키 자신도 그러한 사실을 적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는 점차 세계와 일본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작품이 미국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염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책의 말미의 중역의 문제에 대한 하루키의 태도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자신의 작품이 정확하게 번역되기보다는 빠르게 번역되기를 바라는 하루키의 모습은 내가 알던 하루키의 모습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는 것일까? 그래, 따지고 보면 하루키도 이제는 50대 중반을 넘어섰다. 나는 자신의 존재의 책임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그에게 더 이상 늙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다. 언더그라운드를 기점으로 하루키는 조금은 예전과는 다른 작가가 된 것 같다. 이 평론집은 쓸쓸하게도 그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드러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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