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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
제이 루빈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읽어 본 하루키 책 중에 사적인 정보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책이다. 하루키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사진 찍힌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의 삶에 대한 정보는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루키는 이 책의 저자 루빈 교수에게 상당히 많은 부분을 보인 셈이다. 그러한 정보들은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 책은 컬트 작가로서의 하루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 책이기도 하다. 하루키는 세계 문학 속의 하루키가 되었고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하루키 자신도 그러한 사실을 적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는 점차 세계와 일본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작품이 미국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염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책의 말미의 중역의 문제에 대한 하루키의 태도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자신의 작품이 정확하게 번역되기보다는 빠르게 번역되기를 바라는 하루키의 모습은 내가 알던 하루키의 모습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는 것일까? 그래, 따지고 보면 하루키도 이제는 50대 중반을 넘어섰다. 나는 자신의 존재의 책임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그에게 더 이상 늙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다. 언더그라운드를 기점으로 하루키는 조금은 예전과는 다른 작가가 된 것 같다. 이 평론집은 쓸쓸하게도 그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드러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