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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보 같은 날짜 감각 때문에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전 왜 일요일을 6일이라 생각했을까요ㅠㅠㅠㅠ

하루 늦어서 페널티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올려봅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면서, 이번 달 신간 추천 들어가요.



2012년 10월,

가을날 신간 비타민, 둘


 더글라스 케네디 <템테이션>                                                       

신간이 나오면 우선적으로 그 이름값을 믿고 구매하게 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더글라스 케네디 역시 그런 작가가 아닐까 하는데요. 

빅픽쳐, 모멘트 등으로 한 번도 실망스럽게 하지 않았던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더글라스 케네디의 새로운 작품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미처 다 말하지 못한 헐리우드, 또 방송계와 영화계에 얽힌 뒷이야기입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어떤 이야기를 써도 몰입하게 만드는 그 능력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등골을 송연하게 할지, 또 어떤 임펙트로 가슴에 콱 와 박히는 글을 만들어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참 큽니다.

이번 달 가장 기대되는 신작, 템테이션입니다.



 백가흠 <나프탈렌>                                                                   

항상 단편을 엮은 소설집을 통해 인사하는 작가들의 글을 보다보면 아쉬움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 작가의 모든 생각과 의미를 이해하기에 단편은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기 마련이죠. 때문에 늘상 소설집을 통해 인사하던 작가가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출간하게 되면 괜히 응원해주고 싶고, 괜히 한 번은 읽고 싶은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아마도 백가흠 역시 그런 작가가 아닐까 하는데요.

데뷔 때부터 문단에 큰 충격을 안겼고, 이후 꾸준히 소설집을 통해 자신의 작품관을 확고하게 알려왔던 백가흠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데뷔작 <귀뚜라미가 온다>에서 전작인 <힌트는 도련님>까지 오는동안, 거칠었던 문체는 많이 차분해졌고 이제는 정말 이 사람이 소설가가 되었구나 합니다. 왜인지 읽고 나면 마음 한 쪽이 불편해졌던, 그만큼이나 사람의 불편한 구석을 섬세하게 묘사해냈던 백가흠의 장편소설은 어떤 작품이 되어 있을까요? 육체와 마음의 병을 입은 한 고립된 수련원을 배경으로 또 어떤 인물군이 어떤 이야기로 충격을 안겨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이번이 마지막 신간페이퍼인데 전 왜 날짜를 착각했을까요.. ㅠ ㅠ

끝까지 성의를 다해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너무 맘이 죄송합니다ㅠㅠ

그래도 그간 좋은 책 많이 추천할 수 있어서, 함께 나눠 읽을 수 있어서 참 즐거웠습니다 :)

부족한 리뷰 좋게 읽어주셨던 분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파트장님, 알라딘 신간리뷰 담당자분들. 죄송해요ㅠ ㅠ 그리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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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이제는 제법 밤바람이 서늘한 가을입니다 :)

본격적인 독서의 계절을 맞아 즐거운 마음으로 두 권의 책 추천합니다.



2012년 9월,

가을날 신간 비타민, 둘




하루                                                       

박성원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2-08-08


그물코처럼 촘촘히 짜인 세상에서 완벽한 개인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답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문제가 나 자신의 상실에 관한 문제여도 마찬가지라는 주제로 쓰인 박성원 작가의 신작 소설집은 이전 작품집에서 펼쳤던 작품세계의 ‘일상’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서 SF적인 상상력과 낯설게 바라본 일상의 모습에 주목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숨은 진실들을 간파해냅니다. 등장인물이 ‘어느 날’이라는 불특정한 일상의 한 지점에서 무언가를 잃고 그로 인해서 자신의 정체성마저 덩달아 상실하게 되는 작가 특유의 이야기는 여전히 강한 흡인력을 가집니다.


박성원 작가는 전형적인 예술가형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알려졌지만 일상에 대한 뛰어난 묘사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평가는 작가가 현실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서 애쓰는 탐구자적 측면과 낯선 시선 때문에 생겨났다고 보입니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얼룩’은 2010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시선 속에서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며 전작들 보다 일상적인 시선에 정박해 그 이면을 바라보고 현실과 재구성합니다. 시작도 끝도 불분명한 기묘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정말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박성원 작가의 신작 소설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클레이튼 로슨 (지은이) | 장경현 (옮긴이)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08-28


인식이라는 것은 밀실과도 같아서 어떤 생각도 사방의 벽에 가로막혀 버립니다. 이런 벽 속에 갇힌 독자를 탈출시키는 것이 바로 마술사의 역할이지요. 그 유명한 셜록 홈즈에서 앨러리 퀸에 이르기까지 추리소설의 마술사들은 수많은 방 속에서 독자를 탈출시켜왔는데요. 이번 작품에는 진짜 마술사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군요. 마술사이자 아마추어 탐정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희생자부터 용의자, 그리고 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마술사로 구성되어서 한바탕 난장판을 벌일 모양입니다. 밀실살인이라는 추리소설의 클리셰 속에서 밀실트릭의 전문가들인 마술사들이 어떤 장난질을 칠지가 이 소설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은 역대 10대 걸작 밀실 미스테리 소설로 꼽힌다고 하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잡지 편집장/편집인을 거친데다 미국추리작가협회의 창립 멤버이자 영국추리작가협회의 멤버로 활동한 작가 클레이튼 로슨은 프로 마술가로도 왕성하고 활동했다고 합니다. 그 묘한 이력을 바탕으로 마술사 탐정 그레이트 멀리니 시리즈를 창조했고 이 작품은 시리즈의 첫 작품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과연 진짜 마술사는 어떤 마술로 인식의 단단한 벽을 날려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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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워진 날씨에, 휴가 때문에 업무는 더 정신이 없고

때문에 다 읽은 책 리뷰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으른 달찬입니다 ㅜ_ㅜ

그래도 무더위를 한풀 꺾어주는 시원한 신간들이 쏟아지는 이 계절,

비타민 같은 좋은 소설들을 추천해봅니다 :)

 

 

2012년 8월,

여름날 소설 신간 비타민 둘

 

 

 

 

 

 

 백영옥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누구나 살아가며 한 번은 만나고, 한 번은 겪고, 또 한 번은 상처 받게 되는 공통의 화제가 있다면 그건 대체 뭘까요? 아마도 연애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한 번은 사랑하고, 누구나 한 번은 사랑에 상처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때문일까요. 연애는 우리와 가장 가깝고도 흔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쉽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백영옥은 누구에게나 쉽지만 또 누구에게나 어려운 연애 이야기를 굉장히 잘 쓰는 작가입니다. 데뷔작부터 '연애'라는 화두를 언제나 안고 갔던 그녀가 이번에 새로운 장편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연애. 그것도 '실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작인 <아주 보통의 연애>를 만났을 때, 나는 설렘을 느꼈습니다. 지금보다 어렸던 날들에 만났던 서툰 사랑들이 떠올랐기 때문일까요. 그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실연'입니다. 이번엔 또 어떤 연애가 이 속에 담겨 있을까요. 이 책을 보면 또 어떤 사랑에 빠지게 될까요. 또 한 번 사랑에 빠질 준비를 하며, 나는 이 특별한 모임을 기다립니다. 이번 달 가장 기대되는 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입니다.

 

  좡쉬칭 <북경에서 도둑으로 살아가기>

 

가끔, 하고 싶은 말을 돌려 해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살아가며 우리는 많은 말들을 감추고, 한 바퀴를 빙 돌린 말들로 겨우 속내를 꺼내놓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해서는 안 될 말도 많은 세상. 삶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점점 더 하고 싶은 말들을 참으며 살아갑니다.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을 빙 돌리면 은유가 되고, 소설가가 하고 싶은 말을 빙 돌리면 풍자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 하고 싶었던 말들을 또 한 바퀴 빙 돌려준 소설가가 있습니다.

좡쉬칭이라는 소설가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릅니다. 하지만 신간 목록에서 나를 붙들었던 것은 유독 눈에 들어왔던 독특한 이 제목이었습니다. 북경에서 도둑으로 살아간다? 북경에서 도둑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인생일까? 그런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어 결국 보관함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이 작품, 역시나 부조리한 사회에 던지는 불편한 블랙 유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북경에서 도둑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 도둑은 도둑이지만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나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도둑. 더 한 도둑들이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진짜' 도둑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이번 달, 또 한 번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

날은 덥고, 업무는 많고, 좀처럼 의욕은 나지 않는 요즘입니다.

변명처럼 리뷰를 미뤄놓고 페이퍼 역시 마지막 날에나 올리고 있는 이 게으름에 괜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런 마음으로 신청한 것이 아닐 텐데, 분명 열심히 즐기고 싶어 한 신간평가단일 텐데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만 같아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ㅠ ㅠ 얼른 바쁜 날들이 지나가고 밀린 리뷰도, 또 남은 리뷰도 열심을 다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무더위 속에 건강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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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비가 이렇게 반가웠던 때가 또 있을까요?

이상기후 등으로 104년만에 닥친 가뭄에 촉촉히 단비가 내립니다.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계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오랜만에 참 밝습니다.

이 비가 메마른 땅 곳곳을 흠뻑 적셔주길 바라면서 이번 달 추천 신간 페이퍼를 열어봅니다.


하늘에서 남자들이...아니라 

좋은 책들이 단비처럼 쏟아지는 여름, 7월입니다:)

오늘은 알차게, 꼼꼼하게 한 권만 준비해보았습니다.









2012년 7월,

여름날 소설 신간 비타민 하나




# 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몰라도,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인 <검은고양이>나 <붉은 죽음의 가면>, <어셔가의 몰락>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드물 겁니다. 텍스트 원전을 보지 않았어도 '이러이러한 내용이었다' 하면 대부분은 아! 그 사람! 하고 알아차리죠. 스티븐 킹은 읽지 못했어도 에드거 앨런 포를 읽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제대로 된 텍스트가 아니어도 짧은 만화로, 괴담집으로, 심지어 인터넷에 '무서운 이야기' 올라가는 코너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던 텍스트이기도 합니다. 저만해도 검은 고양이를 어린이를 위한 공포 만화로 처음 봤던 기억이 나니까요. 


이토록 잘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가 지난 2009년, 탄생 2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의 추리소설 작가 20인이 모여 포에게 바치는 소설집을 출간했습니다. 포의 텍스트에 영감을 얻은 작가들이 그가 준 영감들을 토대로 쓴 작품들을 엮어만든 헌정소설집이죠. 


세상은 에드거 엘런 포를 추리소설의 창시자라고 일컫습니다. (관련글 / 네이버캐스트 링크) 그가 던지던 독특한 소재, 또 포만의 독특한 텔링 방식은 흐름을 짚어가며 독자들에게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를 불어 일으켰고, 이처럼 기묘한 사건들이 미스테리하게 흘러가며 독자에게 다음 내용을 '추리'하게 하는 포의 소설을 두고 사람들은 '추리소설'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때문인지 포의 텍스트가 던지는 독특한 이미지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소설은 당연하고 영화, 연극, 음악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포의 텍스트를 활용한 작품들이 등장했죠.


어린 날 만화판<검은 고양이>를 사촌오빠에게 빌려 읽었을 때부터 포는 저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미스테리에 흥미를 느꼈고, 팀 버튼의 그로테스크하고 컬트적인 이미지에 매료되며 팬을 자처하며, 또 한참 비주얼록을 들었던 시절에도 그 모든 흥미의 원천은 포에게 있었습니다. 포의 텍스트를 읽으며 사춘기를 보냈고, 포의 텍스트를 닥치는대로 사모으며 대학시절을 보냈으며, 이젠 포의 텍스트에 영감을 얻은 다른 여러 작품들로 그 감성을 수집합니다.

때문에 저는 참 이 책이 기대 됩니다. 아마도 저와, 혹은 저보다도 훨씬 더 포의 감성에 푹 빠진 사람들이고 그 때문에 이 길을 걷겠다 다짐한 사람들일 테니까요. 이 책을 쓴 20인의 추리소설가들에게 에드거 앨런 포는 그저 '추리소설의 아버지'라는 딱딱한 상징이 아닐 겁니다. 그들에게 꿈꾸게 했고, 때문에 자신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걸어오게 해준, 그야말로 '인생'을 선물한 사람일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묘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토대로 한 동명의 영화 <더 레이븐>의 개봉날이 오늘입니다.

영화에서는 또 이 이야기를, 포의 텍스트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게 될까요? 

올 여름에는 귀곡성 울리는 빤한 공포보다 인간의 내면을 쥐고 흔드는 포의 텍스트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은 피서법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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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도 저물고 벌써 6월입니다. 6월의 첫주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일년 중 가장 해가 길다는 이 6월, 벌써부터 더위에 지쳐서 이 여름을 어떻게 날까 걱정이 막막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ㅠㅠ..

 달라진 수은주만큼 하루도 부쩍 길어졌습니다.

 이 길고 긴 여름날, 내 마음의 건강을 다독여줄 비타민 하나 복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벌써부터 기가 딱~ 질리는 여름을 건강하게 나게 해줄 필승 비법, 이번 달 신간 비타민 3편을 투여합니다 :)

 



2012년 6월,

여름날 소설 신간 비타민 셋


 # 1. 은희경 <태연한 인생>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저서, 문체, 서사 구조, 글의 색감 같은 것은 사족에 불과합니다. 은희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딱 이름 세 글자면 충분할 겁니다. 은희경, 문단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성실한 작가로 잘 알려져있는 그녀가 또 한 번 깊고 풍성한 사색을 한보따리 글줄로 엮어 돌아왔습니다.


은희경의 글은 언제나 쉽습니다. 쉼없이 읽히고 간결하게 던집니다. 때로는 글이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읽혀 고생하며 썼을 작가에게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은희경의 소설은 그게 전부입니다. 많은 것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는대신 말하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전부지만, 그것이 또한 은희경이 가진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았을까요. 모두가 은희경의 글을 좋아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실망하지도 않을 겁니다. 은희경은 그런 소설가입니다.



 # 2. 혼다 테쓰야 <스트로베리 나이트>


 신간페이퍼에 이 책을 골라넣은 계기는 간단합니다. 제목에 끌렸고, 표지에 꽂힌 덕입니다. 제목만 보아서는 어쩐지 달콤한 순정 소설 같고, 표지만 보아서는 몽환적인 느낌의 잔혹동화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토록 예쁘장한 얼굴에 속아서는 곤란합니다. 이 책은 살인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 동명의 일본드라마를 통해서 먼저 만나본 분도 계실 테지만요. 


작가인 혼다 테쓰야는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록밴드 활동을 하다가 소설가가 되었답니다. 2002년 제2회 무 전기소설대상 우수상으로 데뷔하더니 그 다음 해에는 또 호러 서스펜스 대상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진 인생의 모습만큼 혼다 테쓰야는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전기소설, 호러, 추리, 청춘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구사하는 것도 대단한데 내는 책마다 밀리언셀러라니. 소설을 전공했던 입장에서 재능을 타고난다는 말은 인정하지 않지만 확실히 천재는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인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혼다 테쓰야가 경찰들에게 인정 받은 경찰소설가이기 때문입니다. 현업 형사들마저 감탄하게 했다는 그의 소설을 올 여름엔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 3 . 조너선 프랜즌 <인생수정>


오늘. 한 일간지에 조너선 프랜즌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비둘기가 찍혀있던 묘한 표지가 먼저 떠오르는 <프리덤>으로 한국 서점가를 휩쓸었던 때부터 꼭 1년 후, 그는 소탈한 모습의 기사 사진과 함께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를 꼽으라고 하면, 세 손가락 안에는 그의 이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1년 전미도서상과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프랜즌은 명실공히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타임지에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실렸으니 그 인기와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꽤 의미있는 소설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인생수정>은 조너선에게 앞서 말한 그 수많은, 이름을 다 말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상들을 안겨주고 그를 대작가로 올려놓은 분수령이 된 작품입니다. 프랜즌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문화를 말하고 세계를 말합니다. 프랜즌은 이 글을 쓰기 위해 9년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요. 그 의미있는 작품을 이제 만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보는 이의 숨을 콱 막히게 만드는 프랜즌표 거대한 세계가 시작된 지점일 테니까요.


아, 깜박 잊고 말하지 않았는데 오늘 그 기사의 표제는 이와 같습니다. 

'21세기 톨스토이, 항우울제 문학으로 세상을 구원하다.' (*기사 링크)



 # 4. 아이작 아시모프 <영원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우주'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가 만든 세계는 언제나 우주 속에, 또 과학 속에 있었습니다. 그저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에 불과했던 '우주'를 '이야기'로 만들고 '꿈'으로 만들어준 사람. 수많은 이에게 '우주'를 알려주었던 SF의 아버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장편소설 <영원의 끝>이 우리 곁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영원의 끝>은 이미 출간된지 반 세기가 넘었고, 두 번이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영원'이라는 말로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시간여행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장면은 마치 현대의 추리물처럼 읽힌다ㅡ고 출판사 서평에서 추천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 책이 정말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재미있는 사건이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영원'이라는 개념, 그 개념이 붕괴되고 혼란을 겪으며 '나'를 재확인하게 하는 성찰의 과정.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은 언제나 그런 식입니다. SF라 쓰고 철학이라 읽고 싶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에 뭔가를 묵직하게 남겨놓습니다. 때문일까요.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로 인해 과학에 뛰어들어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은 이유는.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새 소설을 만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소설은 출간되지 않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세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게 참 묘합니다. 읽은 글을 다시 읽어도 새롭고, 글을 읽고 가지는 감상도 언제나 다릅니다. 늘 다른 생각들을 가슴에 남겨주는 그의 글은 묘하고 신기합니다. 아시모프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계속 팽창하고 성장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주처럼. 







+

이번에도 일에 쫓기며 틈틈이 고르다보니 또 네 편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어째 사족이 많아진 듯한 기분이네요. 역시나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ㅠㅠ

그래도 좋아하는 글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또 이런 좋은 기회 주신 분들에게도 참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더위 조심하시구요^^/

조만간 이번 달 신간 리뷰 들고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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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2-06-05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달찬님. 소설 파트장 헤르메스입니다. 신간 추천 페이퍼 너무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모두 6월의 신간이네요. 신간추천페이퍼는 사실 한 달 전 것, 그러니까 지금은 5월의 신간들을 추천해야 하거든요. 파트장의 임무중 하나가 신간 추천 집계를 하는 것인데 6월의 신간이면 달찬님이 정성스럽게 작성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반영 못하게 되어서 그것이 안타까워 이렇게 알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첫 댓글이 이런 글이라 왠지 죄송스럽네요. 파트장이라서 그런지 이런데서도 왠지 책임감을 느끼는군요. 널리 이해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번에 작성하셨던 신간 추천이 5월 것이니 이번의 집계에 그대로 사용해도 될까요?

괴도R 2012-06-05 09:19   좋아요 0 | URL
앗 전혀 몰랐어요 ㅠ ㅠ 무조건 신간이면 다 되는 줄 알고 있었네요ㅠㅠ 저야 지난 달 써주셔도 상관 없지만 저 때문에 괜히 파트장님이 수고로우신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네요ㅠㅠ 무튼 전 괜찮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달에는 꼭 주의해서 쓰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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