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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도 저물고 벌써 6월입니다. 6월의 첫주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일년 중 가장 해가 길다는 이 6월, 벌써부터 더위에 지쳐서 이 여름을 어떻게 날까 걱정이 막막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ㅠㅠ..
달라진 수은주만큼 하루도 부쩍 길어졌습니다.
이 길고 긴 여름날, 내 마음의 건강을 다독여줄 비타민 하나 복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벌써부터 기가 딱~ 질리는 여름을 건강하게 나게 해줄 필승 비법, 이번 달 신간 비타민 3편을 투여합니다 :)
2012년 6월,
여름날 소설 신간 비타민 셋
# 1. 은희경 <태연한 인생>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저서, 문체, 서사 구조, 글의 색감 같은 것은 사족에 불과합니다. 은희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딱 이름 세 글자면 충분할 겁니다. 은희경, 문단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성실한 작가로 잘 알려져있는 그녀가 또 한 번 깊고 풍성한 사색을 한보따리 글줄로 엮어 돌아왔습니다.
은희경의 글은 언제나 쉽습니다. 쉼없이 읽히고 간결하게 던집니다. 때로는 글이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읽혀 고생하며 썼을 작가에게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은희경의 소설은 그게 전부입니다. 많은 것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는대신 말하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게 전부지만, 그것이 또한 은희경이 가진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았을까요. 모두가 은희경의 글을 좋아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실망하지도 않을 겁니다. 은희경은 그런 소설가입니다.
# 2. 혼다 테쓰야 <스트로베리 나이트>
신간페이퍼에 이 책을 골라넣은 계기는 간단합니다. 제목에 끌렸고, 표지에 꽂힌 덕입니다. 제목만 보아서는 어쩐지 달콤한 순정 소설 같고, 표지만 보아서는 몽환적인 느낌의 잔혹동화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토록 예쁘장한 얼굴에 속아서는 곤란합니다. 이 책은 살인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 동명의 일본드라마를 통해서 먼저 만나본 분도 계실 테지만요.
작가인 혼다 테쓰야는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록밴드 활동을 하다가 소설가가 되었답니다. 2002년 제2회 무 전기소설대상 우수상으로 데뷔하더니 그 다음 해에는 또 호러 서스펜스 대상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진 인생의 모습만큼 혼다 테쓰야는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전기소설, 호러, 추리, 청춘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구사하는 것도 대단한데 내는 책마다 밀리언셀러라니. 소설을 전공했던 입장에서 재능을 타고난다는 말은 인정하지 않지만 확실히 천재는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인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혼다 테쓰야가 경찰들에게 인정 받은 경찰소설가이기 때문입니다. 현업 형사들마저 감탄하게 했다는 그의 소설을 올 여름엔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 3 . 조너선 프랜즌 <인생수정>
오늘. 한 일간지에 조너선 프랜즌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비둘기가 찍혀있던 묘한 표지가 먼저 떠오르는 <프리덤>으로 한국 서점가를 휩쓸었던 때부터 꼭 1년 후, 그는 소탈한 모습의 기사 사진과 함께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를 꼽으라고 하면, 세 손가락 안에는 그의 이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1년 전미도서상과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프랜즌은 명실공히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타임지에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실렸으니 그 인기와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꽤 의미있는 소설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인생수정>은 조너선에게 앞서 말한 그 수많은, 이름을 다 말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상들을 안겨주고 그를 대작가로 올려놓은 분수령이 된 작품입니다. 프랜즌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문화를 말하고 세계를 말합니다. 프랜즌은 이 글을 쓰기 위해 9년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요. 그 의미있는 작품을 이제 만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보는 이의 숨을 콱 막히게 만드는 프랜즌표 거대한 세계가 시작된 지점일 테니까요.
아, 깜박 잊고 말하지 않았는데 오늘 그 기사의 표제는 이와 같습니다.
'21세기 톨스토이, 항우울제 문학으로 세상을 구원하다.' (*기사 링크)
# 4. 아이작 아시모프 <영원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우주'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가 만든 세계는 언제나 우주 속에, 또 과학 속에 있었습니다. 그저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에 불과했던 '우주'를 '이야기'로 만들고 '꿈'으로 만들어준 사람. 수많은 이에게 '우주'를 알려주었던 SF의 아버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장편소설 <영원의 끝>이 우리 곁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영원의 끝>은 이미 출간된지 반 세기가 넘었고, 두 번이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영원'이라는 말로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시간여행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장면은 마치 현대의 추리물처럼 읽힌다ㅡ고 출판사 서평에서 추천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 책이 정말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재미있는 사건이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영원'이라는 개념, 그 개념이 붕괴되고 혼란을 겪으며 '나'를 재확인하게 하는 성찰의 과정.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은 언제나 그런 식입니다. SF라 쓰고 철학이라 읽고 싶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에 뭔가를 묵직하게 남겨놓습니다. 때문일까요.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로 인해 과학에 뛰어들어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은 이유는.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새 소설을 만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소설은 출간되지 않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세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게 참 묘합니다. 읽은 글을 다시 읽어도 새롭고, 글을 읽고 가지는 감상도 언제나 다릅니다. 늘 다른 생각들을 가슴에 남겨주는 그의 글은 묘하고 신기합니다. 아시모프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계속 팽창하고 성장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주처럼.
+
이번에도 일에 쫓기며 틈틈이 고르다보니 또 네 편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어째 사족이 많아진 듯한 기분이네요. 역시나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ㅠㅠ
그래도 좋아하는 글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또 이런 좋은 기회 주신 분들에게도 참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더위 조심하시구요^^/
조만간 이번 달 신간 리뷰 들고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