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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이 너무 낮아요."

"자넨 학력은 높지만 자네 뇌는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거야."

"성격도 괴팍해요. 그렇게 괴팍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환경에 적응할 능력이 전혀 없어요."

"그게 5호의 제일 큰 장점이지! 자네가 말하는 환경이란 인간의 환경이야. 환경에 잘 적응한다는 건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해. 그런 사람은 인류의 환경과 관계를 끊고 낯선 외계 환경에 들어가면 심리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확률이 높아. 자네가 바로 그 좋은 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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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약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인류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어째서 계단 프로젝트에 참여했나요?"

"다른 세계를 보고 싶습니다. 인류에 충성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삼체 문명을 본 뒤에 결정하겠습니다."


<삼체3부 사신의 영생 / 류츠신>


<삼체>를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주인공의 편에서 읽으면서도 계속 드는 생각은 '인류가 멸종하는 걸 그렇게까지 막아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나는 예원제나 ETO 회원들처럼 인류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애정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그들을 멸종시키려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장베이하이 등등처럼 인류의 멸종을 막고자 고군분투하지도 않을 거라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행동이 흥미롭긴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러던 중 등장한 윈톈밍!! 뤄지보다 더 맘에 들잖아!!!!

"다른 세계를 보고 싶습니다. 인류에 충성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삼체 문명을 본 뒤에 결정하겠습니다."


일요일 오전,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서 모닝홈트를 시작으로 일요일 루틴을 실천하는 중

즉 모닝홈트, 세탁기 돌리기, 아침 샐러드 먹기

모닝커피 마시면서 일기 쓰기.

딱 거기까지 쓰고

요즘 습관적으로 하는 뉴스 새로고침을 하다가

뉴스 속보를 봤다.

무안공항 비행기 추락이라는 짧은 제목이 전부인 속보를 본 순간 

내가 떠올린 것은

911이었다.

그냥 911 생각이 났다.

항공기라는 공통점 때문이겠지...


재난은 그만 보고 싶다.

내가 실제로 체감한 재난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였다.

그때 나는 한 동안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 

버스만 타고 다녔다.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것을 보는 것은 힘든일이다.

예원제와 장베이하이를 이해하는 것이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설 속 상황에서는 나도 그들처럼 할지도 모르지.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경고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생명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것은 지구 생물의 진화사에서 이정표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는 더 이상 물고기가 아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주로 나간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여러분, 외우주로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신중하십시오. 상상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삼체3부 사신의 영생 / 류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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