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되고 어쩐 일인지 홈트가 하기 싫어졌다. 운동 달력을 보니 저녁홈트를 한 날은 단 하루뿐. 심지어 모닝홈트도 주 1회씩 안 했다. 작년 6월 말에 시작한 홈트는 이제 나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강력한 토템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홈트가 하기 싫어지다니!!!

급기야 이번 주에는 저녁 8시 30분만 지나면 느닷없이 쏟아지는 졸음으로 평균 수면 시간이 9시간대가 되어 버렸다. 운동을 할 체력은 고사하고 그저 눈을 뜨고 있을 체력마저도 없을 지경이 되어 버린 것. 


토요일이었던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까지도 고민했던 '영화를 보러 가느냐 마느냐'에서 '너무 피곤하다. 쉬자.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말자.'하며 세상에서 가장 큰 낭비인 시간낭비를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저녁에 홈트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홈트 자체가 하기 싫어서 안 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홈트를 할 여력이 없었을 뿐이었다는 걸.


그리고 오늘 아침, 다이어리의 월간 페이지를 보고 알게 된 충격적 사실은 내가 하루를 오롯이 빈둥대며 쉬었던 날은 한 달 전인 9월 22일이었다는 것. 주말 일기도 그 때가 마지막.


혼자, 조용히, 집에 있을 때, 집에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낼 때가 가장 좋다. 영화 <그 여름의 시간들>에서 영화감독인 폴이 코로나로 인해 봉쇄령이 내려져서 시골의 가족 저택에서 요리하고, 운동하고, 장보고, 책 읽고를 반복하는 생활에 깊이 만족하여 봉쇄령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것처럼. 


앞으로는 여력이 충분한 나날들이 되도록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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