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17 화 추석


이 다큐 자체가 내가 '가족'을 만들지 않은 이유다.

사람들이 '가족'을 만들 때 '혼자인 나 자신'만으로는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서인데

'가족'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부터

가족 불화가 생겨난다.


이 가족만 해도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무능한 아들(감독의 아빠)은

결혼을 하고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감독의 조부모) 집에 평생 얹혀 산다.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능한 남자와 결혼을 한 며느리(감독의 엄마)는

유능한 남편과 결혼한 아내의 삶을 바란다.

자녀를 결혼시킴으로써 양육을 끝내고 싶었던 시모는 

아들을 잘못 키운 자신의 업보는 생각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아들과 아들의 부인과 아들의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희생이라고 포장하여 며느리에게 세뇌시킨다. 

내가 봤을 때 이 셋(시모와 며느리와 아들)은 가족으로 엮이지 말았어야 했다.

가족으로 엮이지 않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 다큐에서 가장 내 복장을 치게 만든 답답이는 전찬영 감독이다.

나라면 부모와 조부모가 어떻게 살든 죽든

내버려 두고 내 인생 찾아 나갔을 것이다.

그게 서울로의 상경이든, 이민이든.


예전에 내 아빠가 "집에서는 조용히 있고 싶다."라고 나에게 소리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조용히 있고 싶은 사람이 왜 굳이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낳아서 살아? 아빠가 결혼 안 하고 자식 안 낳았으면, 나는 안 태어나서 좋고, 아빠는 집에서 조용히 있어서 좋고, 서로 좋은 건데!! 왜 나를 낳아서 서로 힘들게 해?" 라고 따졌더니 그 이후로 다시는 조용히 있고 싶다는 말을 안 했다.


가족 간 불화는 가족 구성원 각자가 내 스타일대로 우리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내 아빠도 자기 스타일의 가족의 화목을 추구한다.

그리고 나는 아빠 스타일을 인정해 준다.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빠 스타일의 가족에 참가하지 않는다.


내 부모는 자신들이 매우 자애로운 사람들이라고 여기며

내가 부모의 사랑을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나를 그렇게 사랑하면 포르쉐 사줘."

"포르쉐는 안 된다."(남편도 없는 혼자 사는 여자가 포르쉐 타고 다니면 집에 강도 든다 라는 나름 타당한 논리, 이것이 2024년의 한국 ㅋㅋㅋㅋㅋ)

"그게 바로 위선이라고. 상대방이 원하는 걸 주지 않고 내가 주고 싶은 걸 받으라고 강요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위선이라고. 내가 엄마아빠한테 바라는 건 포르쉐를 사주는 부모야, 재산을 상속해주는 부모가 아니라. 즉 내 말은 나는 한국의 다른 자식들과 달리 부모에게 바라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야. 굳이 바라는 걸 하나 말하라고 한다면 포르쉐라는 거지."


가족에게 집착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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