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16. 화요일. 장마다. 아침부터 비 많이 내리는 중


2018년 일기(현재는 비공개 상태)를 연대순으로 읽던 중

'나는 살인 이야기가 싫다. 그래서 즐겨 읽지 않는다'는 식의 문장을 읽고 놀랐다.

사실이었다. 

적어도 이건 올해 부처님오신날 전날까지는 사실이었다.

부처님오신날 이후 지금까지의 약 60여일 간의 내 일상에 '살인'이 없었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나의 하루는 <오늘 나는 / 이랑>으로 시작하여 

팟빵 크라임으로 전개되고 

팟빵 크라임으로 절정에 이르고 

팟빵 크라임으로 끝이 난다. 

심지어 팟빵 크라임에서 언급하는 영화를 찾아보고, 책을 찾아 읽는다. 


과거의 나는 그나마 있는 인류애라도 잃지 않기 위해 살인(사건, 이야기)을 멀리했다.

지금의 나는 살인을 하지 않기 위해서 살인을 듣고, 읽고, 본다.

인류애는 가뭄의 논바닥처럼 말라 갈라져버린지 오래다.


어제는 '아, 차라리 내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이 둘의 정확한 차이는 무엇인가?)였다면 

얼마나 속 편하고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 안의 미약한 측은지심이 싫다. 

내가 돕지 않는다면 저 아기는 절벽에서 떨어져 죽겠지, 

죽든가 말든가 내 알 바 아님. 

이래 버리고 싶다. 

크라임에 나오는 일부 경찰, 검사, 판사들처럼. 

아몰랑 내 알 바 아님. 참 편할 듯. 


파멸이 불 보 듯 뻔하지만

방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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