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개입되면 MIPS는 훨씬 높아진다"고 옌스 토이블러가 설명한다. 디지털 기술이 이를 확실하게 입증해준다. 디지털 기술에 개입하는 무수히 많은 금속들, 특히 '채굴하기 어려운 지하의 희귀금속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는 설명을 이어간다. (중략) 그런데 MIPS의 모든 기록을 압도하는 것은 단연 전자 칩이다. 2그램짜리 집적회로를 위해 32킬로그램의 원자재가 소요되므로, 1대 16000이라는 기가 막힌 비율이 나온다.

(중략) 선한 의도를 가진 도시 주민들이 병아리콩 가루로 만든 국수가 환경적으로도 영양적으로도 좋다고 추켜 세우고, 비크람 요가 수업에 갈 때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라고 권하면서 휴대폰은 18개월마다 새것으로 바꾸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마음이 짠해지고 얼마든지 이해도 되는 일이긴 하나, 그럼에도 이는 매우 위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는 것이, 디지털 산업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태발자국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중략)이쯤에서 당신도 이해할 것이다. '저탄소'로 만족하는 것으로는 친환경주의자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탄소'에 '저자원'이 더해져야 한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기욤 피트롱>


이 책의 취지에 맞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제와 반대되는 행동으로서 이 책의 감상을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서 기록하는 중이다.


['저탄소'에 '저자원'이 더해져야 한다.] 내가 늘 하는 말: 사용한 쓰레기이거나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 이거나 둘 중하나라고. 애초에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소비자에게 분리배출 철저히 하시오 하는 건 역시 부동산의 문제겠지. 매립할 땅이 부족하니까. 


실제로, 휴대폰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촬영하고, 녹음도 하고, 위치도 알려주고, 전파도 포착하려면(그리고 부차적으로 전화 통화도 물론 할 수 있으려면), 반도체 칩의 용량을 증대시키되 크기는 확대시키지 말아야 했다. 1평방센티미터짜리 판 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새기기 위해서 업계는 마이크로미터(1밀리리터의 1000분의 1, 즉 머리카락 할 올의 두께)라는 단위를 포기하고 나노미터, 그러니까 마이크로미터의 1000분의 1에 해당되는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략) "오늘날 스마트폰마다 들어 있는 컴퓨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제작된 최고 컴퓨터보다 그 성능이 100배는 향샹되었다"고, 장-피에르 콜렝주가 설명한다. TSMC에서 일했던 이 전직 엔지니어는 "그토록 고성능인 컴퓨터가 고작 셀카 찍는 데에나 사용되고 있으니 약간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중략)

반도체 칩은 가장 복잡한 전자 부품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규소, 붕소, 비소, 텅스텐, 구리 등을 비롯하여 60여 가지의 자원이 필요하며, 그 자원들은 모두 99.9999999퍼센트의 순도로 정제되어야 한다. 트랜지스터를 새기는 공정으로 말하자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칩들엔 20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새겨져 있죠. 가령 손목시계 속에 200억 개의 작은 흐름이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굉장하지 않습니까."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기욤 피트롱>


["그토록 고성능인 컴퓨터가 고작 셀카 찍는 데에나 사용되고 있으니 약간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인다.] 그렇지만 그런 고성능 컴퓨터를 아무도 써 주지 않는다면 그건 또 무슨 소용? 무지몽매한 대중이 고작 셀카라도 찍어줘야 IT 산업이 망하지 않지. 셀카라도 찍으면서 너드들이 개발한 기술을 사용해 주는데 고마운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닐까? 


영양제를 거부하는 마음과 유사한 마음으로 나는 사물 인터넷이 싫다. 천장 조명을 스마프폰 어플로 on/off를 제어하는 것을 참을 길이 없다. 그런 사소한 귀찮음, 성가심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싫다. 살아감에 있어서 귀찮은 일들은 모두 스마트폰에 아웃소싱 한 후, 자신은 즐겁고 재미있는 것만 하겠다는 태도가 싫다. 


왜 모든 전자 제품들이 wifi 기능이 되어야 하는지 2015년형 대우 통돌이 세탁기(20만원 대, 고장난 적 없음)를 사용하는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이름 없는 작은 암자의 스님이 매일 아침 참선의 의미로 대빗자루를 들고 티끌 없는 마당을 쓰는 마음으로 밀레 유선 청소기로 묵묵히 집안 청소를 하는 나는 알 수가 없지만. 3M 일회용 청소포 대신 물걸레를 끼운 다이안(다이안은 다대포 옆 신평장림 일반공업단지에 위치한 '주식회사 비오'의 청소도구 브랜드 명으로 비오는 부산의 향토 중소기업이다. 품질이 우수함. 3M에 지지 않아!) 밀대로 방바닥을 닦고 걸레는 빠는 행위를 참선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알 수가 없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돈 버는 행위(직업)에 사용했기에 집에서는 청소도, 설거지도, 빨래 널기도 할 수 없어서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와 빨래건조기를 사용(세 가전 모두 사물 인터넷 가능!!)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이 집에서는 주로 그저 어딘가에 드러누워(유사 누운 자세로) 화면 응시만 하는 게 싫다. 


사물 인터넷 기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후손(근미래 인류)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후손에게 이런 문명을 물려주는 것은 좋은 유산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물 인터넷 등등을 필수 생활용품으로 사용할 후손을 낳지 않는 것만이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친환경을 위해 자손을 낳지 않는 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다. 아무튼 결론은 2020년대 이후 인간과 친환경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이 망하느냐 IT(를 사용하는 인류세)가 망하느냐 양자 택일이라고 본다. 자원 고갈과 엄청난 환경파괴가 IT 기술(혹은 인간)의 폭주를 끝낼 거라고 본다. 그 끝에서도 몇몇 인간은 살아남아  혈거인의 생활로 다시 시작하겠지. 그것 말고는 그 무엇도 예상되지 않는다!


2015년에 생산된 만8년 넘게 사용하는 중(재작년에 공식as에서 배터리 교체)인 맥북으로 이 글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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