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서 끙끙 앓다가 허브차를 마시는 삶은 어떤 삶일까. 아마도 감기로 휴가를 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삶, 퇴근이 오후 4시인 삶, 신선한 음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삶, 푹 쉴 수 있는 삶, 그래서 몸의 자연 치유력을 믿는 삶이 아닐까. 반대로 항생제를 바로 먹어야 하는 삶은 빨리 나아야 하는 삶, 휴가를 낼 수 없는 삶, 퇴근이 밤 9시인 삶, 니약하다는 말이 두려운 삶, 자리가 보전되지 않는 삶, 그래서 힘들어도 버텨야 하는 삶일 것이다

<아무튼, 영양제 / 오지은>


서재 책상이 가득 차서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에 좋아했던 작가 2명을 보존 서고(다락)로 옮겼다. 그 2명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로맹 가리. 김상욱 <떨림과 울림>, 김영민 책 2권, 은희경 아내의 상자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보존 서고로 보냈다. 이것은 내 방식의 성장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로써 새로 구입한 책들의 거처가 마련되었다. <아무튼, 영양제>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딸의 유혹>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그리고 반 년을 고민한 <바캉적 소설>(김사과가 결혼해서 실망, 그리고 김사과 부부가 안티백서였다는 것에 또 실망해서 구매를 미루게 됨 ㅠㅠ 김사과의 모든 단행본은 출판 즉시 사는 나였던지라 이번에 샀다...) 선택한 굿즈는 행성 뚜껑 머그 중 토성!! 사실 이 토성 머그가 갖고 싶어서 금액 채운 것도 있다. 아니었으면 <아무튼, 영양제> 1권만 샀을지도, 아니다 배송비 무료 해야 하니 <페미니즘과 정신분석>도 샀겠다. 


나는 작가 오지은보다 가수 오지은을 더 좋아하는데 오지은은 가수 오지은 잠정 은퇴하고 작가만 하겠다고 했다. 아무튼 시리즈는 알고 있었지만 우선순위에 없는 분야의 책이라서 읽을 생각은 0였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오지은이 <아무튼, 영양제>를 출판했으니 사서 읽을 수밖에, 단 1알의 영양제도 먹지 않는 나일지라도. 그렇다 나는 유산균조차 먹지 않는 이 시대의 혈거인인 것이다!!!! 출판사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튼 시리즈는 아마추어 감성(즉 블로그에 쓴 읽기)으로 읽어야 할 내용들이라서 편집자의 마감이 들어있는 건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짐!!!!!!!!!! 


(오지은 포함)요즘 사람들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싫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무언가를 추가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그 추가에는 비용이 발생). 반대로 나는 무언가를 제거해서, 즉 하지 않음으로써 해결하는 편이다. 업무를 줄이고, 잠을 더 자고, 충분히 휴식한다. 


자본주의가 말하는 '성장'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나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불면증, 두통, 소화불량, 각종 염증들, 변비 등등 소소한 증상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내 몸의 장기 하나는 고장 위기(체질적으로 약하게 타고 난 듯)에 처했고,  이 고장 상태로 몇 년째 버티는 중인데, 자본주의적 성장을 하지 않았기에 버틸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스피노자를 여행자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가 주파한 거리가 아니라 하숙 생활을 벗어나지 않는 그의 성품과,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 상속을 포기한 결과로서의 집착의 부재, 소유물과 재산의 부재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철학 / 질 들뢰즈>


내가 자본주의적 성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본주의적 가치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 속 하버드의 너드들이 쥐락펴락하는 현시대의 가치에 놀아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부자, 경제적 자유 전혀 관심 없다. 


그런 동물이 어떻게 생존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놈들은 너무 느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다. 잠과 게으름 덕분에 재구어와 스라소니, 큰수리, 아나콘다에게 먹히지 않는다. 나무늘보의 털에는 건기에 갈색 식물이, 우기에는 초록색 식물이 서식한다. 그래서 나무늘보는 주변의 이끼나 나뭇잎에 뒤섞여, 흰개미나 다람쥐의 둥지나 나무의 일부로 보인다.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자본주의적 성장을 하는 것에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피곤할 때는 오쏘몰을 먹을 게 아니라 쉬어야 한다. 휴식해야 한다, 자야 한다. 그게 나의 생존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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