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직장 상사랑 대판(??) 싸우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사소한(?) 감기 합병증이 낫지가 않아서 골골대는 중이다. 2주를 쉬고 이번 주 출근은 했으나 일은 대충 하고 계속 조퇴했다. 어제 상사 놈에게 나는 계속 아프다, 다음 주 일주일 병가 신청한다고 했더니, 상사 놈은 진단서도 안 나왔는데 무슨 병가냐 그게 가능하냐, 진단서 나오면 말해라라고 했다. 덧붙여 "쉽게 말해서 지금 감기 아닙니까? 감기에 병가를 3주나 쓰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했다. 나는 "그러게요.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아픈데 어쩌라고요." 했더니 지금 다니는 병원 의사의 처방이 틀릴 수 있으니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서 받아오라고 했다. 아마도 진단서 발급 여부에 대해서 의심하는 듯. 그래서 어제 오후에는 시내에 있는 명의에게 진료받고 진단서를 받았다. 사실 나도 내가 다니는 동네 의원에 대한 의심이 돋아나고 있었던 지라, 병원 옮겨야 하나 싶었는데. 그리고 혹시 암인가?? 싶어서 또 유튜브 명의 영상을 보다가 ㅜ 내시경을 들어야 보며 의사는 암으로 보이는 건 없다 해서 안심하고.
사실 난 다음 주에 출근할 생각이었는데, 상사 놈이 저러니 내가 쿨하지 못할 수밖에. 내가 3주째 병가를 쓰겠다고 했을 때의 상사 놈의 표정이 나를 즐겁게 했다. 그 표정은 마치 친구랑 나랑 똑같이 잘못했는데 나만 들켜서 혼자 혼나서 억울해하는 남자아이의 표정 ㅋㅋㅋㅋㅋ 상사 놈의 표정이 그랬다. '나는 승진을 위해 전력질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조퇴나 병가는 고사하고 늘 수당없는 초과근무인데, 도대체 너는 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지??' 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또 나는 회사에서 가스라이팅 용으로 준다는 표창장 같은 걸 '필요 없어요, 됐어요, 공적조서 쓰는 시간 아깝고요, 업무에는 수당으로 보상을 해주세요.' 하고 마는지라. 상사 놈은 나를 고깝게 여기는 듯했다. 너는 뭔데 다 거부하고 잘 지내는 척 해? 하는 것 같았다.
나를 <은전 한 닢>의 거지로 만들지 마라.
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를 봤다. 조현철 감독이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에 출연해서 김혜리의 "왜 이 영화를 사고 직후가 아닌 10년이 지난 지금 만들게 되었나요?"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이 사고에 대해서 말하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고 직후에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태원 사고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 관람 기념품으로 2절지 정도 크기의 포스터를 받았다. 서재방 벽 포스터 코너에 붙여 놓고, '먼저 잊는 사람이 지는 것, 가해자가 제일 바라는 것은 피해자가 잊는 것, 피해자가 쿨한 것, 피해자가 뒤끝 없는 것'이다라고 되뇐다.
그래서 나는 가족의 화목을 바라는 부모에게, 조직의 화합(효율)을 바라는 직장 상사에게 "나랑 잘 지내고 싶으면 니가 노력해. 나는 너랑 잘 지내지 않아도 상관 없어." 라고 한다.
내가 아프다는데 니가 나를 엄살이나 꾀병 취급하면 내가 출근을 하겠니? 명의가 내 상태 보자마자 일주일 쉬라고 진단서 써주는데. 멍청한 놈.
나는 반골기질도 강하고, 강강약약이라서 강자, 기득권, 갑, 가부장, 직장 상사 이런 자들이 나를 아랫것, 약자 취급하면서 나를 함부로 대하면, 막 대하면, 쓸데없는 걸로 트집 잡고 시비 걸면 이상하게도 꼭 집요하게 괴롭혀 주고 싶어 진다. 우아하고 고상하게, 집요한 강박증자가 이긴다는 식으로 괴롭혀 주고 싶다. 난 인간데이터 센터거든. 인간은 누구나 결함과 약점이 있단 말이지. 문제 삼으면 다 문제가 되는 법. 하수구 날벌레를 손으로 꾹 눌러 죽이듯이 눌러 주고 싶은 유치한 충동을 느낀다.
내가 착하고, 쿨하고, 뒤끝이 없으면 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나 자신인가? 그럴 리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왜 착하고, 쿨하고 뒤끝이 없어야 하는가? 이 세상은 착하고 쿨하고 뒤끝 없는 것이 인격자의 자세라고 세뇌시킨다. 착하고 쿨하고 뒤끝없는 사람=호구, 약자의 선.
호구로 살지 말자!!
끝까지 잊지 말고 뒤끝 챙기자!
ps.<더 글로리>에서 연진이는 문동은 망각하고 잘 먹고 잘 사는데, 문동은은 연진이를 절대 못 잊지. 문동은이 연진이를 잊고 살아야 했을까? 그렇게 잊고 살면 누구한테 이득인가? 당연히 연진이만 이득이지.
ps2. <서울의 봄 1212>가 전두환 사후에 충무로 정액냄새 진동하는 영화로 제작된 것은 뒤끝인가, 비겁인가? 벡텔 테스트 점수 -100점은 나올 것 같은 이 영화가 2023년 흥행 2위라니. 시대극이 면죄부라도 되나? feat.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오펜하이머> <서울의 봄>같은 정액냄새 진동하는 영화는 이제 정말 참아 줄 수가 없다. 이 두 영화 모두 2023년에 개봉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뿐!!! 놀란 원래 싫어하는데 더 싫어짐. 정우성이 무대인사 온다길래 사실 영화 말고 정우성 보러 간 것. 하지만 늙으셨고요 걍 관리 잘 된 50대 아저씨였..다.
비위가 좋은 사람이라면 두 영화 같이 비교하면서 보시라. 진짜 우엑. 조국과 인류는 남자가 지키는 것. 너무 견디기 힘들어. 어떡하니. 조국과 인류는 남자가 멸망시킨다면 모를까.
정말 이 두 영화 아무렇지도 않게 보셨나요???? 아...난 정말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