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데워줄 한 모금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쓴다. 토요일 오후부터 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돌았다. 동네 의원들도 토요 진료를 마감했을 때라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먹고 남은 타이레놀을 먹으면서 자연치유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출근했던 월요일에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서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5일간 안정가료하라고 진단해 주었다. 병명은 감기는 아니고, 직업병의 일종이며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서 의사가 이번 주 쉬라고 해 줌. 


5년 전에 같은 질병에 걸렸을 때는 출근해서 검정 소(흐구흐구)처럼 일을 했다. 아픈 상태로 일을 한지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문제가 발생했고, 회사는 "왜 출근했냐? 병가 내고 쉬지."라고 하며 모든 책임을 나에게 전가했다. 그러게 왜 출근했을까? 나에겐 몇 십일의 유급병가(급여 100% 받음)가 있는데! 심지어 이 질병은 회사 때문인데!! 


어제 병원에 갈 때만 해도 그냥 주사 맞고 약 처방이나 받아서 빨리 회복해야지 싶어서 회사에 <가부장제의 창조> 두고 퇴근했다. 나는 책을 읽든 읽지 않든, 공부 안 하는 학생이 영어사전 국어사전 매일 들고 다니면서 그 행위에서 위안을 얻는 것처럼 책을 들고 다니는데, 책 모서리가 닳는 게 아까워서 어제는 두고 퇴근. 이 황금같은 휴가(병가)에 뭘 읽어야 하나?? 집에도 사 두고 읽지 않은 책이 많긴 하지만 나는 병렬독서는 최대한 지양하는 편이라서... 내가 티백이 되어 책 속에 품 담기고 싶은 욕망이 있기에!!! 1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었을 때, 10권의 책을 읽은 것과 같은 지력 상승이 생긴다고 여기기도 하고. 


연속 6일(주말포함)의 휴가(?)라면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의 노마드가 연휴 내내 1300쪽 분량의 사회학책을 완독해내는 것처럼 뭔가 굵직한 책을 읽어내야 할 거 같은데... 디즈니 플러스를 결제해서 <무빙>과 <비질란테>등등을 정주행할까 생각도 했지만, 요즘 나는 웹툰 원작의 너무 자극적인 건 보고 싶지가 않아서. <마스크걸>을 보고 난 후 더 이상 이런 건(잔인한 것, 복수) 보지 말자 다짐했다. (<마스크걸>의 염혜란 배우 외모 설정이 넘넘 에에올의 제이미 리 커티스랑 같아서 내내 맘에 걸림. 캐릭터의 욕망도 유사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사실상 공사 영역에 걸친 이중 노동이라는 현실 때문에 여성들은 과로와 경력 단절을 피해 비혼을 선택하고, 이는 저출산과 동물과의 반려 인생으로 이어졌다. 도대체 언제까지 '성차별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가.

<다시 페미니즘 도전/ 정희진>

서재친구의 100자 평에서 인용. (정희진의 페미니즘 도전과 다시 페미니즘 도전 세트 장바구니에 넣음. 12월 되면 12월 굿즈와 함께 구매해야지!)


지금처럼 사소하게 아플 때 더더욱 내가 1인 가구라는 것에 안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플 때 혼자 인 게 서럽다고 하는데, 나는 아플 때 오직 내 육신만 신경 쓰면 되는 '혼자'상태가 오히려 편하고 좋다. 특히 내가 아플 때, 내가 돌봐줘야 하는 자녀가 있다고 생각하면...이건 휴가 같은 병가가 아니라 재택 요양하는 병원24시 아닌가!!! 내가 기댈 수 있는 배우자가 있는데 그 배우자가 내 기대만큼 나를 병수발해주지 않는다면 그 상실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애초에 기댈 수 있는 배우자가 없기에 상실감도 없다. 그냥 단독자로서의 아픈 서러움만 느끼면 된다. 아프면 누구나 서럽다. 배우자가 있든 없든, 자녀가 있든 없든, 아픈 인간은 서럽다. 


이제 점심 먹고 약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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