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왔다. 코로나 첫 해에 도서관에 간 이후 가지 않았던 거 같은데. 늘 그렇듯 이런저런 책 관련 서재나 블로그를 보다가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에 꽂혀서 지금 당장 이걸 읽어야겠다 싶어서 인근 도서관 사이트에 가서 자료 검색을 해보니 대출가능이었다. 간 걸음에 겸사겸사 미리 보기 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고 싶은 책들도 잔뜩 빌려 왔다. 우에노 지즈코 책도 3권을 빌려왔다. 그중 한 권인 문제의 책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을 읽다가 매우 심란해져서 책을 덮고 이 심란함을 중간 정산해야겠다 싶어서 이 일기를 쓴다.
우에노 지즈코는 1인 가구로 잘 살아가려면 친구가 많아야 한다고 계속 언급한다. 이 책의 모든 것이다. 사람 부자가 되어라! 고립되어 있지 말아라는 것이다.
늘 함께해 기분이 좋은 상대, 자주 만나고 싶은 상대, 가끔 만나고 싶은 상대, 어쩌다 만나고 싶은 상대,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었으면 하는 상대, 내가 도와주고 싶은 상대, 마음이 가는 상대, 내가 마음을 써주는 상대...... 이렇듯 다양한 상대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면 얼마나 감사한 노릇인가. 이를 안전망이라고 한다.
내면의 공유 같은 것 없어도 관계가 이어질 수 있는 그냥 아는 사이, 하루하루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동료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냥 아는 사이란 '관계가 덤덤하기 때문에 오히려 오래도록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 또한 드물지 않다'는 뜻으로 하나이 씨가 쓰는 용어로, '깊은 사이는 아니지만 덤덤하게 관계를 이어가는 친구'를 뜻하는 말이다.
"한 명의 절친한 친구보다 그냥 아는 사이인 열 명의 친구가 낫죠."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 우에노 지즈코>
나는 살면서 이런 건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냥 조금은 잘 아는 친구 두 세명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미드<프렌즈>를 봐도 와...6명이 저렇게 어울릴 수 있다고 오...스트레스...하고 마는...
혼자 있는 게 좋아서 혼자 있는 건데 이런 나에게 고립은 실패다, 사람부자가 찐부자다라고 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혼란 그 자체다.
거처란 요컨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자기만의 공간이다.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 우에노 지즈코>
위의 저 말은 200% 이해한다.
그나저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를 읽을 때도, 이 책을 읽을 때도 드는 생각은,
내가 60살이 될 수 있을까? 난 그전에 죽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다.
사실 나는 나에겐 노후가 없다고 생각해서 좀 홀가분하게 지내는 편이다.
(우에노 지즈코는 "니가 죽고 싶다고 죽을 수 있을 거 같아? 100세대야 인마! 정신 차리고 준비해!!"라고 호통을 친다.)
나와 하등 상관이 없는 육아서를 읽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