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변함없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사소한 고장들은 발생한다. 자동차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고장 나서 새 메모리카드를 사는 것이 12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작년에 신던 겨울 스타킹에 보풀이 많이 생겨서 새것으로 4족을 장만했다. 4족을 구매한 이유는 3개 사면 배송비가 발생해서다. 내가 이렇게 알뜰하다. 보풀 생긴 스타킹은 버리지 않고 바지 입을 때 내의용으로 입을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알뜰하다.
겨울이 되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일까, 삶에 대한 태도가 더 얼어붙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제시하는 테러+총기난사 영화다. 그래서 주중에 3편의 영화를 봤다. 월, 화에는 <제로 다크 서티>를 수, 목에는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를, 금요일에는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를 봤다. 그리고 지금은 요한 요한손은 이제 평온한 세상에서 비존재로 잘 지내고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시카리오OST를 계속 듣고 있다.
저녁에 삶을 꼽씹으면서 총질이 난무하는 영화를 봤다면, 낮 동안에는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을 읽었다. 회사에서 머리 식히고 싶을 때마다 <인간의 조건>을 읽었다. 이렇게 불철주야 정신을 단련하고 있으면, 연말이라고 캐롤 메들리나 듣고 앉았는 것보다는 사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이 세상의 전망을 제시하면서 나를 사역시키려고 할 때, 웃기고 있네 라고 비웃으면서 그 사역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정신의 방탄조끼는 코로나 시국의 마스크처럼 항시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