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평균 9시간 정도 잔다. 그렇게 잠을 자지 않으면 정상적인 기분으로 살 수가 없는 탓이다. 잠을 덜자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어깨 통증도 더 심해진다. 그래서 나는 많이 잔다. 직장을 다니는 어엿한 성인이 잠을 이렇게 많이 잔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출퇴근하고 잠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잠을 덜 자면 체중도 빠져서(그만큼 에너지 소모량이 늘어나기에) 안 잘 수가 없다.
예전에는 저녁을 먹고 나면 하루치의 유머를 섭취하기 위해서 미국 시트콤을 1~2편을 봤다. 그걸 보고 나서 대충 집을 치우고 잤다. 요즘은 시트콤도 나의 숙면에 방해가 되는 듯하여 보지 않고 대신 책을 읽는다. 침대에 기대 앉아서 책을 읽다가 잠이 오려고 하면 책을 덮고 바로 잔다. 대충 저녁 7시 반부터 9시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지금 읽는 책은 <오만과 편견>이다. 매일 책 읽기 전에 오늘 읽기 시작하는 페이지를 수첩에 적고 시작한다. 그러면 하루에 몇 페이지 정도 읽다가 자는지 알 수 있는데, 평균 10페이지 정도다. 이 책이 500쪽 정도 되니까 다 읽으려면 한 달 반 정도 걸릴 것이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왕성하게 하고 결과물을 만들면서 분주하고 바쁘게 사는 사람을 조금은 멋지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삶에는 아무 매력을 못 느끼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가 뭔가를 해낸 걸 보면 '저 사람은 잠은 몇 시간이나 잘까? 몸 아프진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하게 된다. (채널예스에서 장강명의 칼럼을 읽으면서 소설가, 작가, 원고료로 먹고 사는 일에 만정이 떨어짐...난 그들의 작품을 읽고 위로를 얻는 것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사람이 하루에 9시간 이상을 자는 생활을 하게 되면 돈을 쓸 겨를도 돈을 벌 겨를도 없게 되어 뭔가 초월한 듯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냥 좀 좋은 침대와 침구를 사면 만사가 평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