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저녁(겨울이라면 이미 밤이겠으나 여름은 저녁이 계속 이어지고) 이미 서편으로 넘어간 태양의 잔여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대충 바르고 아울렛에서 야심 차게 구매한 나이키 운동복으로 차려 입고(내가 방문한 날 매장은 여성 운동복만 추가 15%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지) 마지막으로 숨쉬기 편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비장한 마음으로 집 앞 산책로로 나간다. 

내가 산책을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람을 맞기 위해서이고(에어컨이 좋긴 하지만 에어컨의 차가운 인공 바람만으로는 한없이 부족) 그다음 이유는 땀 흘리고 나서 하는 샤워의 쾌감 때문이다. 덤으로 빠른 걸음으로 왕복 5km 하고 나면 PAI 지수가 쑥쑥 오르는데 이게 은근 긍정의 피드백으로 작용한다. 이번 건강 검진 문진표에 술은 마시지 않고 운동은 매일 하는 100점 문진표를 제출하고야 말리라!!! 


마스크 속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등줄기에서도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강바람이 분다.

매일 같은 자리에 같은 강아지와 견주가 앉아서 강물에 비친 도시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또 다른 벤치에는 최신 유행의 크롭티를 입은 20대가 어제와 마찬가지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자전거 길에는 자전거가 드문드문하고

산책로에는 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왜 태어났는지 태어났어야만 했는지 언제나 의문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오늘 하루는 살아야 하는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카뮈가 <페스트>에서 말한 페스트 퇴치법인 성실! 

하루 8시간 자고, 밥 3번 먹고, 운동하고, 씻고 딱 그것만 하면 된다.

나머지 시간은 버린다.

그 버려진 시간에 나는 주로 돈을 번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에는 성실하지 않다. 

그래서 가난하지만 그 가난조차도 나에겐 충분!

그러니 저리 좀 꺼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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