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감사해야 한다는 건 정말 비겁한 개소리 아닌가? 예를 들면 당신이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 하는 류의 말들. 


언제부턴가 사는 것보다 죽는 것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막연히 몇 살이 되면 스위스 가서 안락사해야지 하는 다짐은 했었으나, 몇 살에 안락사해야지도 사치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 지금의 나는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죽고 싶다가 유일한 바람이다. 


동생들은 휴직을 권하고 엄마는 정 힘들면 사표를 내라고 한다. 병의 지연, 죽음의 지연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곰곰이 따져보는 궁리의 시간이 늘어났다. 30세를 넘지 못하고 요절한 이상과 김유정은 호방하게도 인생 뭐 있나 하면서 날이면 날마다 알콜에 의존한다. 처음 그렇게 알콜 타령인 글을 읽었을 때는 저랬으니 요절했지 싶었는데, 최근 다시 읽어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요 며칠 계속 출근길 운전에서 13인의 아해가 달려오오. 골목은 막다른길이라 해도 상관없소를 무한 반복 읊조리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방금 검색해보니 정확한 시구랑은 다르다. 


 번식을 할 수 있는 장기를 가진 몸으로 태어났다. 내가 원한다면 한 인간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내가 원하지 않으면 인간을 생산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삶이 가소로워졌으며 결국 내가 태어나서 개고생 하는 이유는 단순히 부모 중에서도 모의 욕망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버린 것. 솔직히 나는 인간을 생산할 수 없는 육체를 가진 수컷은 가소롭다. 번식의 주체가 아니므로. 어쨌든 너는 자궁이 없지. 번식의 객체지. 


여하튼 나는 번식의 주체이지만 번식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태어나서 산다는 것이 별로라서. 


서울환경영화제를 온라인 참가 신청해서 봤다. 솔직히 나는 현대를 사는 인간이 환경을 보호하자 지키자 하는 건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솔직히 스타벅스 종이 빨대의 위선스러움이 짜증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서울환경영화제를 찾아가서 굳이 온라인 참가를 신청했냐면, 나는 그 위선스러움이 웃겨서. 프라다 리사이클 나일론 사 입는 인간이라서 그렇다. 그냥 좀 뭐랄까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해 미치겠다는 사람들을 좀 놀리고 싶어서. 


막다른골목이라고. 그 막다른 골목을 뛰어다니는 거지. 


세차는 귀찮고 그냥 산책 삼아 걸어가서 자바칩 프라푸치노나 사 먹어야겠다. 종이 빨대가 좀 짜증 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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